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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

깜짝 놀란 선물

지금부터 4년 전 시골 작은 학교에 근무할 때의 이야기다. 내가 가르치던 반 아이 중에 부모님 두 분 모두 말을 하지 못하는 아이가 있었다. 그 아이는 심장이 좀 약했는데 정말 사랑스럽고 귀여운 여자아이였다. 그래서 나는 심한 체육활동에 주의를 기울였고, 보건 선생님과 상의해서 심장 정밀검사를 받아 보게 했다. 병원에서는 심장이 선천적으로 좀 약하나 별 이상은 없고 성장함에 따라 건강해질 수 있으니 주의를 기울기이면 된다고 하였다.

그런데 부모님이 말씀을 못하시니 연로하신 할머니께서 아이에 대한 모든 상담을 도맡아 하셨다. 그 밖에도 할머니는 운동회나 소풍 그 밖에 학부모 모임에 한번도 거르지 않고 나오셨다. 할머니는 허리가 아프셔서 항상 구부정하셨는데 그래도 말 못하는 아들내외나 손자 손녀들에게 쏟는 정성이 보통이 아니었다. 그리고 선생님을 대하시는 태도가 어찌나 공손하시고 친근하신지 내가 언제나 송구함을 느꼈다. ‘할머니의 정성으로 자손들이 모두 무사하고 행복하게 사는구나.’ 느낄 정도였다.

그런데 어느날 퇴근 무렵 할머니께 전화가 왔다. 오늘은 선생님을 꼭 뵈어야 한다고 기다려 달라고 하셨다. 나는 아이의 집안에 무슨 일이 있는가 은근히 걱정 하면서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퇴근시간이 훨씬 지나서 트럭을 몰고 온 아이의 아버님 차에서 할머니가 내리셨다. 그리고 정부미 포대에 들린 뭔가를 가지고 내 손에 들려주시며 말씀 하셨다.

“오래 기다렸지라우. 선생님, 이거 집에서 키운 토종닭이요. 봄부터 삥아리 사다가 몇 마리 키웠는디 선생님도 꼭 한 마리 드리고자퍼서 잡아왔어라우.”

난 깜짝 놀랐다. 할머니가 말을 하면서 건네주는데 내가 선뜻 받으려고 하지 않는 사이 포대 속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렸던 것이다. 알고 보니 닭이 살아서 푸덕거리며 꼬꼬댁거리는 소리였다. 난 정말 어찌할 바를 몰랐다.

그러는 사이 할머니는 자꾸만 빨리 받으라고 보채었다. 내가 받지 않고 버티자 트럭에 앉아서 우리의 하는 양을 지켜보고 있던 아이의 아버지도 내려오셨다. 그리고 손짓으로 꼭 받아야 한다고 할머니가 가지고 계신 포대 자루를 빼앗아 억지로 내 차에 밀어 넣어 버렸다. 나는 할 수 없이 감사하다고 공손히 인사를 하고 닭을 받았다.

그런데 돌아오는 차 안에서 그 닭이 계속해서 푸덕거렸다. 다시 말하면 닭이 든 포대자루가 이리저리 굴러다니며 푸드덕 거렸던 것이다. 나는 거의 울고 싶어졌다. 할 수 없이 차를 길가에 세우고 닭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생각하기 시작했다. 저 닭을 어찌할 것인가? 시골집도 아니고 아파트에서 물을 끓여 닭을 잡을 수도 없고, 또 누구를 줘 버리자니 할머니의 정성에 대한 보답이 아닌 것도 같고……. 그 사이에도 닭은 계속해서 푸드덕거리며 나를 깜짝 깜짝 놀래키고 있었다.

나는 하는 수 없이 여기저기 친구에게 전화를 했다. 친구들은 하나같이 깔깔거리며 재미있다고 놀리기나 하지 별 뾰족한 수를 가르쳐 주지 않았다. 나중에 겨우 생각해낸 것이 시장에서 닭을 잡아 파는 곳에 가면 혹시 닭을 잡아 주지 않을까 해서 가지고 갔다. 닭 잡는 아저씨가 껄껄거리며 말했다.

“선생님 정말 귀한 선물을 받으셨네요.”

그 닭으로 집에 돌아와 닭죽을 쑤어 먹었다. 경황이 없어서 몰랐는데 닭죽을 먹으며 새삼스레 가슴이 찡해져 왔다. 봄부터 닭을 키우며 ‘저 놈 한 마리는 내 꼭 선생님 드릴기다’고 생각하셨을 할머니의 마음이 부드럽고 고소한 닭 죽 속에 그대로 녹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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