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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

휴대폰이 울리는 날은 피자 먹는 날

"야호, 피자다."
"선생님, 저희들과의 약속 잊지 않으셨죠?"

이게 웬일인가? 월요일 3교시 영어시간. 갑자기 주머니에서 잠들고 있던 내 휴대폰의 벨소리에 아이들은 환호를 하였다. 불현듯 3월에 아이들과 한 약속이 스쳐지나갔다.

3월 초. 수업시간 휴대폰으로 인해 빚어지는 문제를 사전에 막기 위해 선생님인 나부터 모범을 보여야 된다는 생각으로 아이들과 약속을 하였다. 그리고 비장한 각오로 수업을 시작하기 전에 내 휴대폰의 배터리를 분리하여 교탁 위에 올려놓으면서 단호하게 말을 했다.

"얘들아, 앞으로 우리 학급에서는 수업시간에 휴대폰이 울려 수업을 방해하는 일이 없도록 하자. 그리고 앞으로 만에 하나라도 수업시간 중 선생님의 휴대폰이 울릴 경우 너희들에게 피자 열 판을 사주도록 하마. 그러니 너희들도 수업 시간에는 절대로 휴대폰을 켜놓지 말기를 바란다. 알았지?"

그러자 아이들은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자신의 휴대폰을 책상 위에 올려놓고 나와 마찬가지로 휴대폰의 배터리를 분리하며 말을 했다.

"선생님, 정말이죠? 지금 저희들과 한 약속 꼭 지키시는 거예요."
"두말하면 잔소리지."

그 이후로 나는 수업을 하기 전에 꼭 휴대폰을 확인하는 습관이 생겼다. 그리고 지금까지 아이들과 한 약속이 잘 지켜지고 있었다. 그것 때문일까? 아이들 또한 수업 시간 중 휴대폰으로 인해 선생님들로부터 지적 받는 일이 거의 없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우리 반의 짓궂은 한 여학생이 피자를 먹고 싶은 생각에 수업 시간 중 몰래 나에게 장난 전화를 한 적이 있었다고 하였다. 그런데 전화를 할 때마다 내 휴대폰이 꺼져 있어 실망을 했다고 하였다.

그런데 지금까지 잘 지켜지고 있던 아이들과의 약속이 나로 인해 깨지고 말았다. 왠지 모르게 아이들에게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물론 아이들 입장에서는 피자를 먹게 되어 다행스런 일이지만.

첫 주일이 시작되는 월요일 아침부터 정신을 다른 곳에 둔 것이 결국 화근이었다. 아니면 너무 지나치게 방심한 탓도 있었다. 아무튼 그 날 저녁 나는 아이들을 위해 피자를 사는 데 거금을 썼다. 그런데 이상하리만큼 기분은 나쁘지 않았다.

지금까지 아이들은 나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휴대폰 사용을 절제해 왔으며 그 결과 우리 학급에서는 수업 중 휴대폰의 벨이 울려 수업이 방해된 적이 한번도 없었다는 사실이다. 이것만으로도 아이들은 오늘 피자를 먹을 만한 자격이 충분하다고 본다.

피자를 먹고 난 뒤, 아이들은 피자를 먹은 것에 대한 고마움을 휴대폰의 문자메시지로 보내왔다.

"선생님, 피자 잘 먹었습니다."
"선생님, 사랑해요."
"오늘 피자 정말 맛있었어요."

어떤 아이들은 우스갯소리의 문자메시지를 보내기도 하였다.

"선생님, 휴대폰 자주 켜 놓으세요."
"최신형 휴대폰 하나 사드릴까요?"
"휴대폰이 울리는 날은 피자 먹는 날."

이제 다시 아이들과의 약속을 정한다. 그 약속이 언제까지 지켜지게 될지는 잘 모르겠으나 아이들과의 약속 하나 하나는 내게 소중하다. 그리고 수업 중 휴대폰이 울리지 않는 그날까지 아이들과의 약속은 계속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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