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 출근을 하자마자 책상 정리를 하고 메일을 열어보니, 어느 고3학생의 편지가 와 있었습니다.
편지를 읽어보니 요즘 고3 아이들이 받는 입시에 대한 중압감이 잘 느껴졌습니다. 입시는 하루하루 점점 다가오고, 성적은 오르지 않고, 날씨는 무더워지고. 정말 고3 아이들은 요즘 3중고 4중고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혹여 월드컵 열기에 가려 우리 고3 아이들의 고민과 고통이 묻혀버리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되었습니다.
다음은 고3 학생이 보내온 메일의 전문입니다.
밤하늘의 별은 어둠 속의 야광팬티처럼 밝게 빛나는데 내 마음은 왜 이렇게 슬플까? 이런 심정은 나만이 아니라 입시의 문 앞에 서 있는 전국의 고3 수험생들이라면 대부분 느끼는 심정일 것이다. 물론 아침은 원숭이 골요리, 점신은 만리장성 풀코스, 저녁은 랍스타로 평생을 먹고도 15톤 짜리 독일제 스카니아트럭에 실을 만 한 여유돈이 있다면 입시지옥을 겪지 않아도 될 것이다.
어제는 동방신기의 노래 트라이앵글을 MP3로 들었다. '트라이앵글'은 석 달 전 한 인터넷 사이트에서 보았는데 그 동영상을 보며 나는 오금이 저려왔다. 이 동영상을 제작한 학생은 그 능력을 인정받아 신문방송학과나 미디어 관련 대학에 특차로 갈지도 모르겠지만 우리 입시생들은 더욱 침울해 진다. 나는 친구들과 한번을 더 봤는데 그것을 보며 나는 학생들의 소리 없는 아우성을 들을 수 있었다.
인생은 흔히 불교에서 말하는 고통과 번뇌의 연속이라고 했는데, 나는 18년 동안 살아온 고통과 번뇌를 그 동영상을 보며 한 순간에 맛볼 수 있었다.
이 동영상을 제작한 의도는 무엇이었을까?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열심히 공부하여 천국의 계단을 따라 천국으로 올라가라는 것이었을까? 아니면 이제 너무 늦었으니 '죽음의 트라이앵글'에 나온 학생처럼 시속 300km로 달리는 KTX 열차에 몸을 던져 머리에 링을 달고 등에는 이카루스의 날개를 달고 진짜 천국에라도 가라는 것일까?
이 글을 쓰는 지금도 나는 입시의 중압감으로 머리카락이 한 두 올씩 빠져나간다. 과연 이 우주에는 토마스 모어가 말한 유토피아가 존재하는 것일까? 도원명이 말하는 무릉도원은 정말 헛된 꿈이었을까? 매일 언어영역, 외국어영역, 수리영역, 사회탐구영역을 공부해도 모의고사 점수는 요지부동 제자리걸음이다. 이런 것이 더욱 나를 미치게 한다. 이것뿐만이 아니다. 나보다 성적이 높은 아이들도 지원할 수 있는 대학교가 없다며 절망하는 모습을 보면 시속 130km로 달리는 5톤짜리 독일제 스카니아 트럭에 당장이라도 뛰어들고 싶은 심정이다. 그러나 등굣길에 차에 치여 내장과 진물이 사방팔방으로 튀고 몸은 쥐포가 된 고양이의 모습을 떠올리면 그럴 마음은 또 싹 수그러든다. 나는 죽어도 조용히 잠자다 곱게 죽고 싶기 때문이다.
앞으로 남은 수능일은 겨우 150일. 이 글을 쓰고 있는 나도 어쩌면 '도레미파솔라시도', '늑대의 유혹', '그 놈은 멋있었다'를 쓴 '귀여니'처럼 성균관대 국어국문학과에 특차로 합격 할 수 있을 지도 모른다는 희망을 갖고 이 글을 선생님께 보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