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새벽 스위스와 월드컵축구 경기를 보고 마음이 상하지 아니하셨습니까? 저는 마음이 상했습니다. 축구가 끝나고 잠을 청했지만 머리만 아프고 계속 축구생각이 떠올라 일어나고 말았습니다.
스위스와의 경기는 우리선수 11명과 스위스선수 11명에다가 3명의 심판이 합쳐 14명이 싸운 경기였습니다. 그러니 당연히 질 수밖에 없지요. 정말 분하고 원통합니다.
처음부터 주심은 스위스의 손을 자주 들어준다 싶었는데 후반전 맹추격을 앞두고 역전의 기회를 가질 수 있는 때에 결정적으로 주심은 스위스의 손을 들어주더군요. 완전한 업사이드라 부심도 기를 든 상태이고 우리선수들도 주춤한 상태인데도 주심은 골을 인정하고 부심은 번복하고. 세계적인 축구경기에 먹칠을 하더군요. 이는 결국 월드컵을 망치고 심판자신도 망치고 스위스도 망치는 꼴 아닙니까?
어제 오후 한국이 낳은 세계적 오케스트라 지휘자 정명훈 선생님의 ‘축구는 오케스트라다’라는 글을 어느 기사에서 읽어보니 가슴에 와 닿더군요. 이분의 글을 생각하면서 오늘 새벽 축구를 보았습니다. 저는 오늘 경기를 머리에 떠올리면서 오케스트라와 축구와 교육을 연관을 지으면서 생각해 보았습니다.
정 지휘자는 ‘축구는 오케스트라이고 대표팀 감독은 지휘자다’라고 말한 것처럼 교육은 오케스트라이고 감독은 학교에는 교장선생님이고, 학급에는 담임선생님이며 관중은 학부모들이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마치 오케스트라 단원처럼, 축구 대표팀 선수들도 ‘잘 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잘할 수 있을까’라는 긴장감이 교차하고 있듯이 학교의 구성원인 선생님들이, 학급의 구성원인 학생들이 ‘잘 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잘할 수 있을까’라는 긴장감 속에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을 것입니다.
국민들은 희망을 걸고 언론은 주목을 하지만, 감독은 쉽사리 속내를 털어놓지 못하듯이 학부모들은 희망을 걸고 주민들과 언론은 주목을 해도 감독인 교장선생님이나 담임선생님은 속내를 쉽게 드러내지 않습니다. 등 뒤에 있는 관객을 생각하면 지휘자 등에선 식은땀이 주르르 흘러내리고 축구장을 향하는 국민들의 시선이 뜨거울수록 감독도 마찬가지인 것처럼 학교를 향하는 학부모들의 시선이 뜨거울수록 교장선생님은, 담임선생님은 식은땀이 주르르 흘러내리지 않겠습니까? 팀과 오케스트라의 ‘조화’를 책임지고, 선수·단원들 스스로 자신의 능력 이상의 것을 끌어낼 수 있도록 돕듯이 교장선생님과 담임선생님은 구성원 전체의 ‘조화’를 생각하고 자신들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하도록 도우고 애쓰는 모습을 지켜볼 수 있습니다.
정 지휘자는 ‘기교나 개인기가 아니라 단원들과 선수들의 하모니가 중요하다는 점에서, 오케스트라와 축구는 모두 협동경기다.’라고 하는데 교육도 마찬가지입니다. 교육도 전 선생님들의 협동 없이는 소기의 성과를 거둘 수 없습니다. 선생님 한 분 한 분이 주인의식을 갖고 협력하는 자세를 갖지 않으면 불협화음으로 인해 어려움을 당하고 맙니다. 학생들도 한 학생 한 학생이 협력의식을 갖고 청소를 비롯하여 각종 학급 일에 힘을 모아야 제대로 돌아가지 그렇지 않으면 일년 내내 삐거덕삐거덕 소리만 날 것 아니겠습니까?
오케스트라의 많은 악기 중 한 악기라도 엉뚱한 소리를 내면 연주 자체를 망치듯이 선생님이나 학생들 중 한 명이라도 딴소리를 내면 학교오케스트라는 연주실패, 학급오케스라도 연주실패가 되고 맙니다. 아무리 감독이, 연주자들이 힘을 모아도 한 사람이라도 제 목소리를 내며 엉뚱한 발언을 하면 결국 그 연주는 망치고 만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어야 할 것입니다.
교향악의 피날레에서 오케스트라의 연주가 빈틈없이 맞아 떨어질 때 청중들에게 감동을 선사하고 축구에서도 선수들이 오차 없는 패스를 통해 상대의 골문을 열 때 팬들에게 기쁨을 안기듯이 학교에서도 선생님들의 조그만 실수라도 없어야만 학교도 살리고 자신도 살고, 학생들도 살리고 학부모도 산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할 것입니다.
‘학생들에게 봉변을 당하다니!’의 글에서도 언급했듯이 선생님의 사소한 실수가 엄청난 낭패를 가져다줍니다. 오늘 게임에서도 그 잘하는 박주영 선수의 조그만 실수가 패배를 가져다주는 계기가 되었고 스위스 선수의 정확한 킥과 헤딩은 골로 연결되어 승리의 발판을 놓게 된 것을 보면서 언제나 학교에서도 빈틈없는 말과 행동으로 화를 자초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할 것입니다.
우리 한국 선수들 정말 잘 싸웠습니다. 프랑스 때보다 더 잘 싸웠습니다. 가벼운 마음으로 돌아오십시오. 진심으로 선수들에게 박수를 보냅니다. 앞으로 더욱더 좋은 모습 보여 줄 것을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