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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

'장학사씨'라니!

교육청에 근무할 때입니다. 교육청에 있으면 많은 전화를 받게 되는데 어느 날 두 분으로부터 동일한 호칭의 전화를 받은 적이 있었습니다.. '○ 장학사씨'였습니다. 어딘지 모르게 어색하게 들렸고 거부감마저 들었습니다. 요즘 사람들은 왜 '님'자 사용에 대해 그렇게 인색할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교육청 주재기자도 그랬고 학부모도 그랬습니다. 왜 ‘씨’자를 붙였을까요? 장학사는 직위인데 직위 다음에 '씨'자를 붙이니 어색하기 짝이 없었습니다. 씨(氏)는 성(姓) 또는 이름 밑에 붙이어 부르는 접미사 아닙니까?

‘김씨, 길동씨...’에 붙이어 부르면 자연스럽습니다. 그런데 아무개 교감씨, 아무개 교장씨, 아무개 장학관씨, 아무개 학무국장씨, 아무개 교육감씨, 이렇게 직위 다음에 ‘씨’를 붙이어 불러보니 우습게만 들립니다. 아무래도 잘못된 호칭인 것 같습니다. '님'자를 붙이기 싫으면 차라리 '아무개 씨' 하든지, '아무개 장학사' 하는 것이 더 자연스럽게 들리지 낫지 않을까요?

왜 하필이면 장학사 뒤에 '님' 자를 붙이지 않고 '씨' 자를 붙였을까? 모르는 분에게 실례가 될까봐 호칭은 써야 되겠고, 그렇다고 높여 주기는 싫고 이러다가 얼떨결에 나온 말이 '장학사씨'가 아니었을까?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세상이 아무리 각박하다손 치더라도 장학사씨라니! 해도 해도 말장난이 너무 심한 것 같아 마음이 상하였습니다. 사람들이 남을 긍정적으로 보기보다는 부정적으로 보려 하고, 마음씀이 넉넉하지 못하고 빈궁하다 보니 남을 높여 주기보다는 낮추려고 하는 게 아닐까요? 교육청에 전화하는 분은 주로 일선 학교의 선생님, 기자님, 학부모님이 대부분인데 그 날 업무 내용으로 볼 때 알 만한 분이셨습니다.

역지사지(易地思之)의 입장에서 만약 반대로 '○○○선생님'이 아니라 '○○○선생씨', '○○○기자님' 대신 '○○○기자씨'로 전화를 받았다면 어떻게 받아들였겠습니까? 언어유희라 생각하고 대수롭지 않게 받아 넘겼을까요?

누구보다 바른 호칭과 존칭어를 사용해 품위를 유지해야 할 분들이 언어사용의 질서를 무시하고 올바른 호칭을 사용하지 않는다면 말의 혼란은 더욱 가중될 것입니다. '씨' 자가 존칭어로 사용되지만 잘못 사용했을 경우는 남에게 불쾌감을 줄 수 있습니다.

아무개 장학사님!' '아무개 장학사씨!', '아무개 선생님!' '아무개 선생씨', '아무개 기자님!' '아무개 기자씨' 어느 것이 자연스럽게 들리는지요?

일선 학교에 나오니 선생님들도 교장, 교감을 부를 때 ‘교장선생님, 교감선생님’ 이렇게 부르지 않고 그냥 ‘선생님’이라고 부르는 것을 자주 봅니다. 젊은 선생님일수록 더욱 그러함을 보게 됩니다. 우리는 젊었을 때는 그렇게 부르지 안 했는데 그것도 세대차이인가요?

지금도 외부에서는 영향력 있는 신문 간부께서도 교장선생님을 부를 때 ‘교장님’이라고 하는 것을 들었습니다. 이건 역시 교장선생님을 우습게보고 부르는 호칭 아닐까요? ‘교장선생님’ 하든지 아니면 차라리 아무개 선생님하든지 해야지요.

왜 요즘을 살아가는 분들이 이렇게 호칭을 마음대로 부르는지? 이는 언어사용에 대한 혼란만 야기할 뿐입니다. 대학교에서 교육학시간에 교수들로부터 그렇게 교육을 받은 때문인지 아니면 자존심을 상하게 하기 때문인지 또 아니면 남을 높이고자 마음이 없기 때문인지 아니면 수평적 조직사회에서는 똑 같다는 생각 때문인지 몰라도 잘못된 호칭은 결과적으로 학생들에게도 커다란 혼란을 야기시킬 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들에게도 언어사용에 대한 무질서를 초래하여 언어실종에 이르게 하는 계기가 될 수 있습니다.

아무튼 우리들은 교육하는 사람이니까 학부모나 사회 사람과는 달리 교육하는 사람답게 생각하고 말에도 품위를 지키며 좀 넉넉한 마음을 가져서 학교 안에서라도 서로서로 품위 있고 예의바른 언어사용으로 불쾌감보다 유쾌함을 선사할 수 있도록 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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