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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

학교체벌 언제까지 갈 것인가

연일 불거져 나오는 교사 체벌에 대한 논란이 사회에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그래서 일부 교사들은 신문과 뉴스 보기가 두렵다고 한다. 그런 보도가 난 이후에는 이상하리 만큼 교단에 선다는 것 자체가 두려워진다. 그리고 모든 아이들이 이상한 눈으로 나를 보는 것 같아 고개를 들 수가 없다.

그래서 일까? 요즘 학부모들은 자녀가 아침에 등교를 하여 하교할 때까지 마음을 놓지 못한다고 한다. 심지어 어떤 학부모는 자녀가 학교에서 체벌 당한 흔적이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집에 돌아온 자녀의 옷을 벗겨가며 샅샅이 확인을 한다고 한다.

아이들을 사랑하는 차원에서 매를 든다면 사랑의 매가 될 수 있으나 교사 개인의 감정이 이입된 매라면 그 매는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무기가 될 것이며 선생님의 행위 그 자체는 폭력으로 인지될 수밖에 없다.

요즘 학교 현장에서 일어나고 있는 작태를 보면서 어떤 사람은 교사를 '깡패집단'으로 비하시킨다. 그리고는 학교에서 더 이상 배울 것이 없다고 불편한 심기를 털어놓기도 하며 체벌을 법으로 규제하자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다고 한다.

아이들은 학교에 매를 맞으러 오는 것이 아니라 선생님으로부터 지·덕·체를 배움으로써 올바른 전인(全人)이 되기 위해 학교에 다니는 것이다. 요즘 대부분의 아이들이 선생님께 바라는 것 중의 하나가 체벌금지라고 한다. 그 만큼 아이들은 선생님에게 매를 맞는 것을 두려워한다는 이야기가 아닌가?

그렇다고 아이들의 잘못을 보고도 그냥 묵인해 버리는 교사가 되어서는 곤란하다. 선생님의 무관심이 오히려 더 아이들을 망칠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따라서 꾸중과 칭찬을 적절히 할 줄 아는 선생님이 되어야 한다.

선생님이 한 마디 하면 열 마디로 대응하는 아이들에게 무엇을 기대할 수 있으랴마는 최소한 아이들의 인격만은 존중해 주어야 한다. 아이들을 혼내기 전에 한 번 더 생각할 줄 아는 여유를 가질 필요가 있다. 교사의 사사로운 감정으로 인해 자칫 잘못하면 아이들은 마음의 상처를 받게 될지 모른다.

자신의 잘못이 인정된 상태에서 꾸중을 듣는 아이는 반성을 할 줄 알지만, 자신이 무엇을 잘못했는지 모르는 아이에게 매를 대면 그 아이는 반성은커녕 오히려 선생님에게 반감을 사는 경우가 많다.

문득 16년 전의 초임교사 시절이 생각난다. 그 해 여름은 유난히 더워 아이들이나 선생님 모두가 지쳐 있는 상태였다. 그러나 7월 초 기말고사를 앞두고 긴장을 늦춰서는 안 된다는 생각으로 비지땀을 흘리며 총정리를 해주고 있는 터였다. 그러다 보니 수업이 끝나는 종소리를 듣지 못했다.

바로 그때, 교실 뒤쪽에서 누군가가 책상 위에 무언가를 내리치는 소리가 났다. 순간적으로 화가 나 그 학생을 나오라고 해서 심한 체벌을 준 적이 있었다. 그 남학생은 변명을 할 여지가 없이 나에게 일방적으로 체벌을 받아야만 했다.

어느 정도 마음이 진정되어 그렇게 행동한 이유를 물어 보았다. 처음에는 울먹이면서 말을 하지 않았던 그 아이는 조심스레 이야기를 꺼냈다. 이야기를 듣고 난 뒤 그 아이에게 미안해서 고개를 들 수가 없었다. 사실은 그랬다. 책으로 책상 위에 앉은 벌레를 잡기 위해 그런 행동을 했다는 것이었다.

내심 종이 났음에도 불구하고 수업을 계속하는 나에게 불만을 표시하기 위해 그런 행동을 했으리라 생각했던 내 생각이 빗나가는 순간이었다. 그리고 시퍼렇게 멍이 든 녀석의 다리에 약을 발라주면서 그 아이에게 무슨 말을 해주어야 할지 생각이 나지 않았다.

교직에 경험이 없던 내가 젊은 혈기 하나만 가지고 아이들 마음에 상처를 주었다고 생각하니 왠지 마음이 아팠다. 그 이후로 나는 아이들을 체벌하기 전에 꼭 두 번 생각하는 습관이 생겼다.

무엇보다 그 아이가 졸업을 한 지 10년이 넘은 지금 어쩌면 그 아이는 그때의 일을 떠올리며 나를 원망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본다. 무엇보다 나 하나로 인해 선생님 모두를 그런 식으로 생각할까봐 걱정이 된다.

공부로 지쳐 있는 요즘 아이들, 그런 아이들에게 진정 필요한 것은 선생님의 따뜻한 사랑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가정보다 학교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내는 아이들에게 있어 선생님은 부모와 다름없다. 아이들의 축 처진 어깨를 일으켜 세워 주어야 할 우리 선생님들이 아이들을 더 주눅 들게 하고 있지는 않은지 한번쯤 곱씹어 보아야 할 때가 바로 지금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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