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토요일 오후 상명대부속여고 권희정 선생님께서 ‘독서로 구술잡기’코너에서 이케다 아키고의 ‘열네 살의 철학’이란 책을 소개한 걸 읽어보았는데 "너희는 지금 이렇게 살아 있는 걸 아주 멋진 일이라고 생각하니? 그렇지 않으면 참 시시하다고 생각하니?"라고 처음부터 십대들을 자극하면서 ‘멋져’파와 ‘시시’파의 반응으로부터 ‘산다는 것’을 파고 든다고 하는 글을 접하면서 학생들은 선생님들에게 ‘멋져’와 ‘시시해’ 중 어떤 반응을 할까?를 생각해 보았습니다.
학생들은 과연 저를 어떻게 생각할까? ‘멋지다’고 생각할까? 아니면 ‘시시하다’고 생각할까? 또 담임선생님을 과연 어떻게 생각할까? 자기를 가르치는 교과선생님을 어떻게 생각할까? 우리학교에 있는 모든 선생님들을 어떻게 생각할까?
참 멋지다고 생각하면 얼마나 좋을까? 정말 시시해라고 생각하면 어쩌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더군요. ‘선생님은 아무 특징이 없어요, 밋밋해요, 시시해요’라고 학생들이 반응한다면 뒤통수 한 대 맞은 듯이 멍하지 않겠습니까?
일요일 저녁식사에 어느 방송국에 ‘당연하지’라는 내용으로 두 연예인이 나와 대화하는 것을 보았는데 강호동씨가 나와서 신인 연예인에게 ‘백두장사 ○회, 천하장사 ○회, 방송경력 ○년’하면서 자기자랑을 늘어놓더군요.
그러니 신인연예인이 ‘강선배에 대해 연구를 많이 했는데 강선배는 ‘밋밋해’라는 말을 하더라구요. 강호동씨는 뒤통수를 얻어맞은 표정을 지으면서 ‘연예인이면 연예인이냐, 연예인다워야 연예인이지’ 하는 말로 공격을 하더군요.
예전에 민방위교육을 받을 때 한 강사님께서 하시는 말씀이 지금도 귀에 쟁쟁합니다. ‘사람이면 사람이냐, 사람다워야 사람이지’ 이 말을 몇 번이고 되풀이하시면서 사람됨을 강조하는 것이 지금까지 머릿속에 남아 있습니다.
학생들은, 학부형들은, 언론들은 지금도 과잉체벌, 성추행 등 선생님답지 않은 행동을 할 때면 ‘선생이면 선생이냐, 선생다워야 선생이지’하면서 따끔한 질책을 하는 것을 종종 보게 됩니다. 나는 과연 어디에 속할까요? ‘멋져’파에 속할까요, 아니면 ‘시시’파에 속할까요? 나를 멋지다고 여길까요? 시시하다고 여길까요? 아니면 밋밋하다고 여길까요? 나는 과연 선생다운 선생인지, 아니면 이름만 선생이지 실상은 선생이 아닌지? 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수업시간에 어떤 교실에서는 학생들이 선생님의 강의에 감동되어 고개를 끄덕이면서 박수를 보내는 장면을 보게 되는가 하면 또 어떤 교실에서는 선생님의 강의에 못마땅한 듯 ‘애~’하면서 야유를 보내는 경우도 보게 됩니다. 과연 어느 선생님이 멋지다고 하겠습니까?
시험시간에 교실을 둘러보면 어떤 선생님은 앞자리에 서서 감독을 하시는 선생님이 계시는가 하면 극소수이지만 어떤 선생님은 교탁에 올라앉아 감독을 하시는 선생님이 있습니다. 학생들의 눈에는, 함께 감독하는 학부형의 눈에는 어느 선생님을 더 멋지다고 하겠습니까? 저는 마땅치 않아 교탁에 앉아 감독하신 선생님을 살짝 불러다 교탁에 앉아 감독하는 것은 학부형 보기도 그렇고 교육적이지 못하다고 말씀을 드렸더니 그 다음부터는 서서 감독을 잘하시더군요.
평소에 교실 안팎을 둘러보면서 휴지, 캔, 각종 쓰레기를 볼 때마다 그것을 줍고 다니는 선생님과 그렇지 못한 선생님을 보면서 학생들은 어떤 반응을 할까요? 학생들을 지도할 때에 감정을 앞세워 고함만 치며 상처를 주는 선생님과 차분하게 논리적으로 지도하는 선생님들에게 학생들은 어떤 평가를 하겠습니까?
우리들은 이런 것 하나하나 생각하면서 학생들에게 다가가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는 새벽입니다. ‘선생이면 선생이냐? 선생다워야 선생이지.’ 이 말을 되새기면서 선생님다운 선생님이, 시시하고 밋밋한 선생님이 아닌 멋진 선생님이 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