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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1.14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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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

고등학교 기말고사 풍경


오늘부터 드디어 나흘 간의 1학기 기말고사 대장정이 시작되었습니다. 장맛비가 주룩주룩 내리는 가운데 새벽부터 아이들은 비장한 각오로 등교를 하더군요. 오늘은 아침마다 실시하던 담당구역 청소도 잠시 접어두고 그동안 갈고 닦은 실력을 유감 없이 발휘하기 위해 일찍부터 공부만 합니다.

오늘 시험으로 아이들은 1학기 동안 배운 학습내용을 총체적으로 점검 받게 됩니다. 특히 고등학교 1, 2학년 학생들은 오늘 시험이 바로 대학입시와도 직결되므로 더욱 긴장합니다. 우리 교사들도 농부가 가을에 농작물을 수학하는 심정이 되어 덩달아 긴장하게 됩니다.

혹시라도 있을 부정행위를 사전에 예방하기 위해 오늘은 학부모님들까지 아홉 분이나 시험감독으로 초빙되었답니다. 각자 선생님들과 한 팀이 되어 교실로 향하는 어머님들의 표정이 복잡합니다. 치열한 입시에 내몰린 아이들에 대한 안타까움과 혹시라도 있을지도 모르는 부정행위에 대한 걱정으로 어머니들의 얼굴은 그리 밝지 않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자녀들과,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아이들의 인생을 위해 최선을 다해야겠다는 각오만이 뚜렷합니다.

시험을 치르는 교실은 지금 무거운 정적만이 감돌고 있습니다. 사각사각 볼펜심 구르는 소리와 여름감기에 걸린 아이들이 내는 기침소리, 바스락거리는 시험지 소리만이 교실의 정적을 간헐적으로 깨뜨릴 뿐 사방은 쥐죽은듯 고요합니다.

교실에 걸린 "하나되어 앞으로!"라는 급훈이 무색할 정도로 아이들의 신경은 지금 곤두설 대로 곤두서있습니다. 단 1점이라도 더 얻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아이들에게 '하나가 된다'는 의미는 과연 무엇일까요.

오늘 시험 중엔 이런 일도 있었습니다.

1교시 종료령이 울려 OMR카드를 모두 수거했는데 한 녀석이 갑자기 뛰어나오더니 실수로 한 문제에 마킹을 못했다는 겁니다. 뒤에서부터 걸어나오며 다른 학생의 정답을 이미 봤을 수도 있기에 제가 완곡하게 안 된다고 하자 자기는 절대로 보지 않았다고 애원합니다. 그러나 시험이란 것은 주어진 시간 내에 정확하게 풀고, 또 지식뿐만 아니라 주의력, 준비성, 집중력 등도 함께 테스트하는 것이기에 가슴이 아팠지만 끝내 허락하지 않았습니다.

녀석의 표정이 이내 어두워졌지만, 오늘의 이 일을 기회로 녀석은 앞으로 일을 처리하는데 있어 좀더 침착하고 신중하게 처리하는 습관을 들일 겁니다.

장장 세 시간의 긴 시험이 치러지는 동안 여름하늘은 잠시 장맛비를 거두고 우리에게 아주 엷은 위로의 미소를 보내고 있습니다.

- 3교시 시험감독을 마치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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