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가슴이 솜털이불을 덮은 것처럼 포근해지는 영화를 한 편 봤습니다.
'모든 인간의 일생은 하나님에 의해 쓰여진 동화(童話)와 같다.'는 말이 있는데, 저는 '맨발의 기봉이'란 영화를 보면서 비로소 이 말을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충남 서산시 고북면의 어느 외진 다랭이 마을이란 곳에 살고 있는 마흔 살 소년 엄기봉 씨. 네 살 때 지독한 열병을 앓고 여덟 살 때 지능이 멈춰버린 그는 천성이 부지런하고 타고난 효자더군요. 그가 이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사람은 '엄마'였고, 가장 좋아하는 취미는 '달리기'였습니다.
기봉 씨는 지능뿐만 아니라 몸도 자유롭지 못한 정신지체장애인이더군요. 그렇지만 굽은 나무가 선산을 지킨다는 옛말이 있듯, 지극 정성으로 팔순의 어머니를 돌보고 있었습니다. 일을 하다가도 어머니께 따뜻한 밥상을 차려드리기 위해 맨발로 달려가는 엄기봉 씨.
이가 다 빠진 어머니께 틀니를 해드리기 위해 마라톤대회에 참가한 기봉 씨는 최선을 다해 달렸지만 지병인 심장병이 도져 뒤쳐지게 됩니다. 그러나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달리고 달려 완주(完走)를 해냅니다. 어머니에게도 이런 기봉 씨는 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아들이자 보배입니다.
저는 이 영화를 보면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미소와 마음씨를 가진 천사들을 보았답니다. 정말 천국이 존재한다면 그곳에 사는 사람들은 분명 기봉 씨와 같은 천진한 마음을 가진 사람들만 살고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능이 우수하다는 것이, 몸이 성하다는 것이, 돈이 많다는 것이, 얼굴이 잘 생겼다는 것이 과연 행복의 필요충분조건이 될 수 있는지 한번쯤 생각해보게 하는 따뜻한 영화였습니다.
폭력물과 에로물이 난무하는 가운데 모처럼 아이들에게 권해도 될 훌륭한 교육용 영화 한 편이 탄생한 것 같습니다. 선생님들도 시간이 되시면 한번 보시면 좋을 듯해서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