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말고사가 끝난 7월 5일 오후, 아주 짧은 망중한의 시간을 이용해 우리 학교 선생님들만의 특별한 나들이가 시작되었다.
나들이 장소는 서산시 팔봉면 대황리 '갯벌체험학습장'이었다. 이곳은 갯벌이 넓고 뻘이 부드러워 체험학습장으론 안성맞춤인 곳으로 서산시에서도 전통음식체험장 및 갯벌체험장으로 지정한 곳이다. 주인은 한눈에 보아도 사람 좋게 보이는 40대 부부. 이분들은 서울에서 살다가 뜻한 바가 있어 그곳 생활을 접고 이곳에 이사와서 체험학습장을 차렸다고 한다.
서산시내에서 관광버스를 타고 시멘트로 포장된 좁은 농로를 따라 30분 정도를 달리다보면 영화 속에서나 볼 수 있는 멋들어진 초가(지붕에 잔디를 깔아 진짜 초가임)를 만난다. 주인 부부가 손수 담갔다는 수백 개의 된장과 고추장 항아리들이 도열한 안마당에 들어서면, 대황리의 푸른 바다가 한눈에 들어온다.
친절한 주인의 안내에 따라 여장을 푼 뒤, 우리들은 본격적인 체험학습에 들어갔다. 갯벌체험, 전통음식체험, 농사체험, 죽공예체험, 생태체험 중에서 우리들은 갯벌체험을 하기로 했다. 반바지에 장화를 신고 각자 분홍색 양파 어망을 하나씩 들고 뻘이 발목까지 빠지는 개펄에 들어갔다. 이윽고 체험학습장 신정익 씨의 안내에 따라 선생님들은 개펄에 나 있는 조그만 구멍들을 찾아 열심히 파들어 가자 작고 귀여운 게가 나왔다. 안내인이 게 이름을 '능쟁이'라고 알려줬다. 독특한 생김새만큼이나 이름도 참 특이하다. 주로 서리가 내릴 때 많이 잡히는 게지만 지금도 구멍을 잘만 파면 어망에 가득하게 잡을 수 있다고 한다. 주로 게장에 담가 먹는데 맛이 담백하고 고소해서 서산지역 어민들이 많이 해먹는 요리라고 했다.
두 시간 여 동안 시간가는 줄 모르고 개펄에서 능쟁이와 소라, 고동을 잡은 선생님들은 다시 체험학습장에서 제공한 트럭을 타고 식당으로 돌아와 방금 잡은 능쟁이를 기름에 튀겨먹었다. 부침개 가루에 버무려 펄펄 끓는 기름에 산채로 튀겨먹었는데 고소하고 달짝지근한 맛이 일품이었다. 튀긴 음식을 먹어 입안이 느끼한 사람은 걱정할 필요가 없다. 감자가루로 만든 개운한 감자수제비로 입가심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감자수제비에는 세발낙지를 넣어서 끓이는데 그 맛이 담백하면서도 바특했다. 이어서 후식으로 나오는 감자떡은 이곳에서만 맛볼 수 있는 별식 중의 별식이란다.
연세가 많은 선생님들 중에도 그동안 이런 독특한 체험을 한 분이 거의 없다고 했다. 특히 서울이 고향인 젊은 선생님들은 개펄을 처음 밟아봤다며 그렇게 신기해 할 수 없었다.
어릴 적 시골의 그윽한 추억을 되살리고 싶은 사람들, 시끌벅적하지 않은 해안에서 낚시를 하고 물놀이를 하고 삐비꽃도 뽑고 산딸기를 따먹으면서 조용히 여름휴가를 즐기려는 사람들, 맑은 공기와 황톳길의 향기로운 흙 내음과 눈부신 초록빛과 아직도 송사리떼가 헤엄치는 냇물에 발을 담그고 떨어지는 노을에 젖고 싶은 사람은 팔봉의 갯벌체험장을 찾으면 된다.
어촌인데도 바닷가에 '보리사'란 작은 암자가 있고, 새소리가 들려오는 듯 싶으면 다시 갈매기 소리가 들려오는 특이한 곳이다. 바닷가에 파라솔을 치고 드러누워 있노라면 다시 속세로 돌아가기가 싫다. 저 푸른 하늘의 구름처럼, 해무(海霧)처럼 그저 흘러가는 세월에 맡겨두고 늙은 비구니의 인생사나 들으며 그렇게 한 세월 바람처럼 구름처럼 살고 싶어지기 때문이다.
내 삶을 살찌우고 정서적으로 카타르시스와 삶의 에너지를 충전할 수 없다면 그 여행은 허영이고 사치다. 본디 세상에 신기한 것은 없다지만 그래도 신기한 것을 발견하는 힘은 역시 여행뿐이다. 우리는 여행을 통해 새로운 것을 발견하고 삶의 에너지도 충전할 수 있다. 선생님들의 이런 충만한 기운은 고스란히 우리 아이들에게 전달된다. 이것이 바로 우리 교사들이 여행을 즐기는 특별한 이유다.
갯벌체험학습장 문의=(041)662-646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