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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

"칭찬의 힘을 믿으세요"

“드르륵~” 주머니에 넣어 두었던 휴대전화가 요동을 친다. 마침 수업을 마치고 나오는 길이기에 전화를 받을 수 있었다.

“선생님, 저 종훈입니다.”

전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녀석의 목소리가 파란 하늘에 닿아 싱그러움이 한껏 묻어난다. 녀석의 전화는 새삼스러운 것이 아니다. 대학 입학 후, 잊을 만하면 전화를 걸어와 안부를 물으니 오히려 내가 고마울 따름이다.

종훈이와 각별한 인연을 맺게 된 것은 지난해 겨울이었다. 수능이 끝나자마자 종훈이를 포함한 몇몇 아이들은 열흘 앞으로 다가온 수시 모집에 대비하기 위하여 평소와 다름없이 시험 준비에 매달려야만 했다.

아침에 등교하면 하루 10시간 이상 딱딱한 논술문을 써야 하는 강행군이 계속되었다. 대부분의 아이들은 1학기 때부터 논술 준비를 했기 때문에 어느 정도 적응할 수 있었지만 종훈이는 그렇지 않았다. 논술문은 한 번도 써 본 적이 없고 내신이나 수능 성적도 지원대학에 훨씬 못 미쳤다.

논술 준비를 시작한 지 이틀 만에 종훈이가 찾아왔다. 마음고생이 심했던 듯 수시를 포기하겠다며 눈물을 떨어뜨렸다. 물론 종훈이의 논술 실력이 다른 아이들보다 떨어지는 것은 사실이었다. 솔직히 제한된 분량도 채우지 못해서 쩔쩔매는 모습을 보며 어떻게 가르쳐야 할지 도무지 갈피를 잡을 수 없었다.

책상 서랍에 넣어 두었던 아이의 답안지를 꺼내 들었다. 아무리 보아도 장점을 발견하기란 쉽지 않았다. “도입 부분이 매끄러운데” “이런 논거는 정말 독특하구나”라며 은근히 칭찬의 말을 건네자 붉게 상기됐던 녀석의 표정도 조금씩 풀리더니 결국 다시 해보겠다는 말을 남기며 발길을 돌렸다.

그렇게 위태로웠던 종훈이가 무사히 시험을 마친 것만도 고마운데 알토란 같은 합격 소식까지 전해왔으니 그 기쁨은 말로 표현할 수조차 없었다. 논술을 시작한 지 불과 열흘 만에 그것도 국내 최고의 명문 사학으로 꼽히는 K대학에 합격한 것이다.

세계 최고 기업인 GE의 최고 경영자인 잭 웰치는 어렸을 때 말을 심하게 더듬었다. 상태가 너무 심각하여 주변 친구들로부터 ‘말더듬쟁이’라고 놀림을 받았으나, 어머니는 “네가 말을 더듬는 것은 생각의 속도가 빠르기 때문이니, 생각의 속도만큼 말을 빨리 하면 장차 큰 인물이 될 것”이라며 오히려 격려했다고 한다. 이처럼 어머니의 칭찬에 고무된 소년은 나중에 성인이 되어 정말로 큰 인물이 된 것이다.

칭찬의 효과는 실로 엄청나지만 반대로 꾸중을 하거나 능력의 한계를 거론하면 그 아이의 잠재 능력은 채 꽃을 피워보기도 전에 시들고 만다. 아프리카의 한 부족은 나무가 쓸모없게 되면 톱으로 잘라버리는 대신 나무에 대고 “너는 살 가치가 없어!” “차라리 죽어버려”라고 나무가 들으면 가슴 아파할 말을 계속하면, 그 나무는 급기야 말라 죽어버린다고 한다. 식물도 그런데 하물며 사람이야 더 말할 필요조차 없다.

종훈이의 전화를 받을 때마다 교사의 말 한 마디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새삼 깨닫게 된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말이 있다. 속이 빤히 들여다보이는 칭찬은 곤란하지만, 아이의 숨은 능력을 자극하고 적절한 동기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칭찬은 베풀수록 좋은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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