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포터는 요즘 나도향의 '벙어리 삼룡이'란 소설에 푹 빠져 있습니다. 저는 이 소설을 까까머리 중학생 때 처음 읽었는데 그때는 글쎄 누군가를 사모하는 마음이 아무려면 이 정도일까 의구심을 가졌었는데 요즘 다시 정독하고 있는데 정말 저절로 고개가 끄덕여지는 명작이네요.
누군가를 지극히 아끼고 사랑한다는 것은 바로 '벙어리 삼룡이'의 심정이 되어야 가능하다는 것을 비로소 깨달은 소치(所致)입니다. 그러고 보면 작가 나도향 님은 분명 누군가를 지독히 사랑해본 경험이 있을 거란 예감이 듭니다. 그렇지 않고서야 어떻게 사랑에 빠진 남자의 마음을 이렇게 끔찍할 정도로 자세하고 세밀하게 묘사할 수 있었겠습니까.
리포터가 읽고 감탄한 그 부분을 아래에 인용해 보겠습니다.
주인 색시를 생각하면 공중에 떠있는 달보다도 더 곱고 별들보다도 더 깨끗하였다. 주인 색시를 생각하면 달님이 보이고 별이 보이었다. 삼라만상을 씻어내는 은빛보다도 더 흰 달이나 별의 광채보다도 그의 마음이 아름답고 부드러운 듯하였다. 마치 달이나 별이 땅에 떨어져 주인 새아씨가 된 것도 같고, 주인 새아씨가 하늘에 올라가면 달이 되고 별이 될 것 같았다.
어떻습니까? 정말 기막히게 세밀한 심리 묘사란 것을 알 수 있을 겁니다.
혹자들은 낭만주의 계열의 작품들이 지나치게 감상적이고 퇴폐적인 성향을 띠고 있다고 비판하지만, 우리 문학사에서 낭만주의 계열의 작품만큼 인간의 희로애락 감정을 진솔하게 표현한 작품도 드문 편입니다. 낭만주의 계열에서 다루는 소재가 주로 인간의 애욕과 에로티시즘이었기 때문에 나중에 이런 경향이 지나쳐 일부는 퇴폐주의로 흐른 것도 사실이지만, 이는 낭만주의의 일면일 뿐 전부는 아니랍니다. 따라서 우리 아이들에게 되도록이면 낭만주의 계열의 작품을 많이 읽혀야 합니다.
요즘 아이들은 성격이 점점 거칠어져 조그만 자극에도 참지 못하고 울컥하는데 이는 모두 정서가 불안정하기 때문입니다. 컴퓨터게임 같은 자극적인 매체에 지속적으로 노출이 되다보니 인간 본연의 순수함과 아름다움을 잃어버린 까닭이죠. 그러다 보니 선생님의 말씀에도 쉽게 반항하게 되고 그걸 본 선생님은 기분이 나쁘다며 혼을 내다 감정이 격해져 급기야 손찌검까지 하게 되는 악순환이 벌어지는 것이죠. 요즘 사회 일각에서 벌어지는 체벌 사건도 따지고 보면 모두 이런 경우에 해당됩니다.
리포터가 다녔던 중고등학교 시절을 회고해 보면 국어선생님들께서 학생들에게 의도적으로 낭만주의 계열의 작품들을 많이 읽히셨다는 생각이 듭니다. 외국 작품으로는 알퐁스 도데의 '별'을 비롯, 빅토르 위고의 '레 미제라블', '파리의 노트르담',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 괴테의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등을 추천해 주셨고, 국내 작으로는 나도향의 물레방아와 뽕 등 인간의 정서를 순화시키는 작품을 자주 읽도록 권하셨죠. 그래서 그런지는 몰라도 대부분의 아이들 심성이 참 착하고 순수했습니다. 요즘처럼 선생님께 대든다는 것은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었죠.
폐일언하고, 결론은 반항적인 아이들에겐 낭만주의 소설이나 시를 많이 읽혀야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야 아이들의 심성이 착해지고 교양이 생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