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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1.14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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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

태풍과 물난리로 학교가 엉망진창

말로만 듣던 태풍의 위력을 실감했다. 태풍 에위니아가 내륙을 훑고 가면서 낸 상처가 여기저기에서 드러나고 있다. 아직까지 태풍의 위력을 경험해 본 적이 없었던 터라 이번 일은 놀라움과 함께 자연의 위력을 새삼 느낄 수 있었던 기회였다.

월요일 아침 많은 비는 아니지만, 제법 내리치는 비를 맞으며 학교로 향했다. 학교는 집에서 약 40여분 거리 되는 곳에 전형적인 시골 마을에 자리잡고 있다. 예전부터 이곳은 물난리로 전국방송을 탔던 지역이라 혹시나 하는 마음에 학교로 향했다.

○○이 담임 선생님 좀 바꿔주세요!

아침부터 여기저기서 전화통이 불이 났다. 인근 지역에서 통학하는 아이들이 벌써 물난리로 학교에 오지 못하겠다는 학부모들의 전화였다. 10시가 넘어가는 시점 교무실 밖으로 새차게 불어오는 비바람에 창문 밖이 잘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겨우 1교시 수업을 끝내고 여기저기에서 아이들의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밖에는 여전히 몰아치는 광풍과 더불어 비가 세차게 내리고 있었다. 예전부터 물난리로 어려움을 겪었던 경험이 많은 아이들이라 자기들끼리 몰려오는 태풍을 두고 걱정스러운 넋두리를 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선생님들도 제각각 바쁜 업무들을 보면서도 내심 밖의 상황이 걱정이 되는지 이런저런 날씨 이야기를 했다.

“이거 심상치 않은데….”
“그러게 말에요. 학부모들도 걱정이 되는지 여기저기에서 아이들의 안부를 묻느라 전화를 하고, 인근 관공서에서도 확인 전화를 하고.”
“이 학교에 몇 년 있어 봤지만, 오늘처럼 거세게 몰려드는 비바람은 처음이야. 인근 하천이 범람할까 걱정되는데.”

교사 회의 소집, 아이들의 귀가를 논의하다!

시간이 갈수록 몰아치는 비바람에 안심이 안 되었는지, 교장 선생님은 3교시가 끝나고 회의를 소집하기에 이르렀다.

“지금 인근 지역에서는 벌써 물난리가 나고 있는 모양입니다. 벌써 몇 통의 전화가 나에게 걸려오고 있습니다. 아이들의 귀가 때문에 걱정스럽나 봅니다. 어떤 학부모님은 집이 물에 침수되었으니, 아이들이 학교에서 집으로 귀가하지 못하도록 부탁하는 전화도 받았습니다.”
“지금 몇 곳은 강물이 넘쳐 통행이 금지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합니다. 학부모들님의 아이들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그렇다고 아이들을 이대로 학교에 둘 수는 없지 싶습니다. 귀가시킬 수 있는 아이들은 귀가시키고, 그럴 형편이 되지 못한 아이들은 교실이나 기숙사를 활용해서 학교에 머물게 합시다.”

몇몇 선생님들의 이야기가 이어졌다. 아이들의 귀가 때문에 다들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회의가 자못 숙연해지고 긴장되기 까지 했다.

“우리 선생님들이 차를 가지고 몇몇 아이들을 집에까지 실어다 줍시다. 어차피 대중교통 수단이 끊어진 마당에 그들이 의지할 수 있는 수단이 거의 없지 싶습니다.”
“예, 좋습니다. 여러 동네로 나뉘어 각자 선생님들이 우리 아이들을 책임지고 귀가할 수도록 해 봅시다.”

선생님들은 집으로 돌아가기에 어려운 아이들은 직접 차로 귀가시키자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 여전히 밖에서는 엄청난 폭우와 함께 폭풍이 몰아치고 있었다. 학교 주변은 흙탕물이 여기저기에서 흘러넘치고 있었다.

막상 집으로 돌아갈 길이 막막했다!

이런 저런 일을 끝내놓고 집으로 돌아가려고 하니, 벌써 오후 시간도 제법 지날 무렵이었다. 막상 40여분 거리의 지척에 집을 두고도 이 폭풍우를 뚫고 나가려니 섬뜩 겁부터 나기 시작했다. 인근에는 예전부터 물난리의 주범이 되고 있는 큰 강이 흐르고 있었다.

“물이 다리 바로 밑에 까지 다 찼어. 얼마 있지 않으면 물이 넘칠 것 같더라고. 조심해!”

먼저 집으로 가신 선생님으로부터 전화를 받고 조바심이 나기 시작했다. 행여나 불어 도로 위로 넘실거리면 옴짝달싹도 할 수 없는 경우에 처하기 때문이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차를 몰고 집으로 향하기 시작했다. 차 앞유리로 몰아치는 비바람은 자꾸만 마음을 조급하게 만들었다. 그럴수록 속력은 빨라지고 바퀴에 물이 부딪치는 소리가 더욱 요란하게 들려왔다.

하지만 인근 강가에 도달하기 전까지는 그저 강한 비바람 정도거니 생각하면 달릴 수 있었다. 드디어 문제의 강가 근처의 도로가에 도달할 쯤이었다. 전방에 벌써 몇 대의 차들이 서행을 하고 있는 것이었다. 밖으로 세차게 몰아치는 비바람 때문에 자세히 보이지는 않았지만 벌써 강물이 도로위로 범람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몇 대의 트럭이 범람한 강물을 두고 모험을 하기 시작하는 것으로 보였다. 대형트럭이라 큰 걱정이 없어 보였지만, 옆으로 흐르는 넘실거리는 강물의 위력에는 다들 두려웠는지 최대한 속력을 줄여가며 물길을 건너는 것이었다. 차례가 돌아오자 걱정이 되지 않을 수 없었다. 조그마한 경차가 이런 넘쳐오르는 물을 건널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자꾸만 브레이크를 잡게 만들었다.

뒤에서는 경적 소리가 요란했다. 2단을 넣고 물길을 헤치고 드디어 건너가게 되었다. 성인의 종아리 정도의 물정도 였지만, 흘러가고 있는 물길이라 자칫하면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었다.

중간쯤 갔을 때 시동이 꺼지려는 듯 엔진소리가 숨너머 가는 소리는 내는 것이었다. 혹시나 중간에서 엔진이 꺼져 버리면 정말로 오도가도 못하는 상황에 처하고 말 것임에 분명했다. 순간 1단으로 기어를 변속하고 최대한 속력을 내었다.

한도의 한 숨 소리와 차는 그 물길을 건넜다. 옷은 땀으로 젖어 있었고, 그런 상태로 1시간 여를 운전해 집에 다행히 도착했다.

아찔했다. 너무나 짧은 순간이었지만 세상의 모든 것을 한순간에 경험이라도 한 듯 긴 시간이었다. 아이들은 제각각 기숙사에 놀고 있다는 선생님의 전화를 받았다. 다행히 대부분의 아이들은 무사히 귀가했다고 했다. 긴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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