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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1.14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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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

제 자식 귀하면 남의 자식 귀한 줄도 알아야 하거늘…

일요일 오후, 점심을 먹고 난 뒤 잠시나마 오수(午睡)를 청할 요량으로 침대에 누웠다. 그런데 밖에서 들려오는 시끄러운 소리 때문에 도저히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그래서 나의 잠을 방해하는 시끄러운 소리의 발원이 어디인지 알아보기 위해 현관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 보았다.

그 소리는 다름 아닌 아파트 놀이터에서 나는 소리였다. 가까이 다가가 살펴보니 두 명의 아주머니가 서로 톤을 높여가며 싸우고 있었다. 그리고 몇 명의 아주머니들이 두 아주머니의 싸움을 말리는 듯 하면서 표정은 그 싸움을 즐기고 있는 듯 하였다. 워낙 시끄러운 소리로 싸움을 하는 터라 몇 명의 주민들은 창문으로 목을 쭉 내밀고 벌써부터 이 싸움을 관전하고 있는 듯 하였다.

잠시 뒤, 싸움하는 두 아주머니의 목소리 사이로 아이들의 울음소리를 간헐적으로 들을 수 있었다. 그러고 보니 누군가에게 맞은 듯한 한 아이가 코피를 흘리며 울고 있는 것이 아닌가. 그리고 다른 한쪽에서는 한 아이가 상처를 입은 듯 얼굴을 감싸며 울고 있었다. 결국은 아이들 싸움이 어른 싸움으로 된 것 같았다.

서른 중반으로 보이는 두 아이의 어머니는 서로 지지 않으려고 열변을 토해냈다. 코피를 흘리며 서 있는 아이의 어머니가 아이의 코피를 훔치며 상당히 흥분된 목소리로 말을 시작했다.

"우리 애는 외아들이라 집에서는 때리지도 않아요. 그런 아이의 얼굴을 이 모양으로 해놓았으니 책임지세요."

그러자 얼굴에 상처를 입은 아이의 어머니가 질세라 목소리에 힘을 주며 말을 받았다.

"그래요? 우리 아들은 집안의 삼대독자예요. 그런 아이의 얼굴에 상처가 났으니 어떡해요."

그 누구하나 먼저 사과하려는 기색이 보이지 않았다. 옆에서 싸움을 하고 있는 어머니의 모습을 지켜보며 서 있던 두 아이가 창피한지 계속해서 자기 어머니의 팔을 잡아당기며 싸움을 말려도 두 어머니의 싸움은 끝날 조짐이 보이지 않았다.

간신히 주위 사람들의 만류로 싸움은 끝났지만 그 앙금은 쉽사리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편으로 자신만 알고 타인을 배려할 줄 모르는 현실에 씁쓸한 생각마저 들었다. 무엇보다 처음부터 끝까지 그 광경을 지켜 본 두 아이에게 있어 어머니의 모습은 먼 훗날 어떻게 비추어질지 궁금하기까지 했다.

그리고 문득 내 어릴 적 어머니의 모습이 떠올려지는 이유는 왜 일까? 초등학교 시절, 개구쟁이였던 나는 하루에도 몇 번씩 친구들과 싸움을 하였다. 같은 또래의 친구들과 비교해 볼 때 체격이 작은 나는 대부분 맞는 편이었으나 그래도 가끔은 재수가 좋으면 이긴 적도 있었다.

어머니는 친구들과 싸워 다쳐서 집으로 돌아 온 나에게는 아무런 말씀도 하지 않으셨다. 오히려 나와 싸움을 한 그 아이를 먼저 생각하셨다. 그런데 문제는 싸움에서 내가 이겼을 때였다. 어머니는 나를 나무라시며 맞은 아이가 걱정이 되셨는지 약과 붕대 등을 사서 그 아이의 집으로 찾아가 사과를 하셨다. 솔직히 그 당시에는 어머니의 그런 행동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런데 두 아이의 아버지가 된 지금 어머니께서 입버릇처럼 하신 말씀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이제야 알 것 같다.

"제 자식 귀한 줄 알면 남의 자식 귀한 줄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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