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형제도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뉘우치지 않는 흉악범을 단죄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현재로선 사형제도뿐이기 때문입니다."
"전 사형제도를 반대합니다. 사형이란 인간이 인간에게 저지르는 또 하나의 살인이란 생각입니다. 차라리 사형보다는 무기징역을 선고해서 오래도록 고통받으며 살게 하는 것이 사형보다 더 가혹한 형벌이란 생각입니다."
"그렇다면 이 책의 주인공 '윤수'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여자를 세 명이나 죽였는데 살려둬야 된다는 뜻입니까?"
"죄는 밉지만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는 말이 있듯, 비록 윤수가 살인이라는 용서받지 못할 범죄를 저질렀지만, 그의 성장 과정을 보면 이해되는 측면도 있어요. 불우한 가정 환경에서 아무에게도 보호받지 못하고 짐승처럼 살아온 한 청년에게 정상적인 삶은 불가능했을 겁니다. 그런 면에서 윤수의 행위는 일말의 동정이 가는 측면이 있습니다."
위 장면은 무슨 대학교 학술 세미나 장면이 아닙니다. 바로 오늘 우리학교 도서실에서 있었던 '학부모독서토론회'의 한 장면이랍니다.
어머님들이 책을 읽으면 세 가지의 이점(利點)이 있어요. 첫째, 교양미가 생겨 외모가 더욱 예뻐지십니다. 둘째, 정서적으로 안정되기 때문에 우울증과 치매 예방에 도움이 됩니다. 셋째, 자녀들이 따라하기 때문에 성적이 쑥쑥 올라갑니다.
위의 세 가지를 캐치프레이즈로 내걸고, 2006년 1학기를 마감하는 학부모독서토론회를 우리학교 도서관에서 연 것입니다.
다양한 독서를 통하여 학부모님들의 지적 성장을 돕고, 토론을 통해서는 서로의 생각을 교환함으로써 친목과 정서적 안정이란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아드린다는 취지로 우리 도서관에서 기획한 행사였습니다.
오늘 토론회에는 총 열두 분의 학부모님들이 참석하여 공지영 님의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이란 소설을 자료로 두 시간 동안 열띤 토론을 벌였답니다.
어머님들은 처음엔 어색함 때문에 말씀을 잘 안 하시다가 시간이 흘러 점차 긴장감이 누그러지자 앞다투어 자신의 생각을 진솔하게 펼치기 시작하더군요. 평소 가슴속에만 꼭꼭 담아두었던 하고 싶었던 말들을 오늘 다 쏟아 붓는 듯 했습니다. 두 시간이 짧게 느껴질 정도로 시종일관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아주 재미있게 진행되었습니다.
끝날 무렵에 들은 어느 어머님의 말씀이 참 인상적이었습니다.
"우리 주부들의 행복한 시간은 바로 오늘 같은 시간입니다. 서로 처지가 비슷한 사람들끼리 모여 수다를 떨고 생각을 공유하는 이런 시간이야말로 우리 주부들에겐 가장 행복한 시간입니다."
우리 학부모독서회는 늘 문이 활짝 열려 있습니다. 서산에 거주하며 자녀가 우리 학교에 다니는 학부모님이라면 누구나 자유롭게 가입하여 각종 활동에 참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