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장마가 약간 소강상태이긴 하지만 비를 조금씩 뿌리고 있네요. 선생님, 오랜 장마로 인해 혹시 마음이 가라앉아 있지는 않은지요? 그래도 방학이 다가오고 있으니 조금이나마 새 힘을 얻었으면 합니다.
내일이면 방학선언식을 합니다. 사실상 1학기 마지막에 접어듭니다. 방학을 앞두고 한 학기를 되돌아보면서 한 학기 동안 맡은 일에 열심을 내고 최선을 다했는지, 아니면 아예 ‘열중 쉬엇’ 하고 적당히 넘겼는지, 아니면 마음 내키면 열심히 했다가 아니면 미지근하게 보내지는 않았는지 생각해 봅니다.
선생님들은 어떻습니까? 어느 누구도 의식하지 않고 양심에 가책 없이 맡은 일에 최선을 다했는지, 아니면 아예 적당히 시간만 때우면서 하루하루를 보내지는 않았는지, 아니면 열심히 했다가 적당히 했다가를 반복하지는 않았는지?
또 ‘이 일은 내 일이다’고 생각하며 스스로 자진해서 했는지, 아니면 억지로 시키니 마지못해 했는지, 아니면 아예 ‘이 일은 할 필요가 없다’ 하면서 손을 놓지는 않았는지? 또 학교일에 조금이라도 도움을 줬는지, 아니면 학교일에 장애가 되지 않았는지, 아니면 도움도 장애도 되지 않았는지?
또 한 학기 동안 학교생활을 하는 가운데 학생들의 교육을 위한 관심이 많았는지, 아니면 학생들의 교육보다 선생님들의 후생복지에 대한 관심이 더 많았는지, 아니면 윗분이 혹시 잘못하는 일 없나 하면서 감시하는 일에만 몰두하지 않았는지? 저를 비롯하여 모든 선생님들이 자신을 되돌아보았으면 합니다.
어제 저녁시간에는 학생부의 모임이 있었습니다. 참석해보니 20여명의 선생님께서 오셨습니다. 그 중에는 꽃을 사랑하는 원로 선생님도 계셨고, 교무부장, 연구부장, 인성부장, 환경부장, 1,2학년부장선생님께서도 계셨습니다. 기간제 선생님도 두 분 계셨고, 총각, 처녀 선생님도 계셨습니다.
서두에 학생부장 선생님께서 한 학기 동안 교문지도를 위해 수고해 주신 선생님께 감사를 드린다고 하시면서 2학기 때도 협조해 달라고 하셨습니다. 교문지도 당번이 되면 매일 7시 반부터 교문지도를 하는데 학생부 소속 11명 선생님 외에 원로 선생님을 비롯하여 젊은 선생님까지 자진해서 교문지도에 동참하고 있는 것을 보게 됩니다.
이분들이야말로 학생들을 위해 시간을 바치는 선생님들입니다. 자신을 헌신하는 분들입니다. 다 자기 업무가 바쁜데도 함께 참여하시는 걸 보면 저절로 감사가 나옵니다. 어느 학교에 교무부장 선생님을 비롯하여 각 부장 선생님께서 교문지도하는 학교가 어디 있습니까? 원로 선생님께서, 기간제 선생님께서 교문지도하는 학교가 어디 있습니까? 아마 드물 것입니다.
저 30년 평생 학교생활하면서 우리학교와 같이 학생부와 상관없는 여러 선생님들께서 교문지도하는 것을 본 적이 없습니다. 우리학교에는 그렇게 시간을 바치고 몸을 바쳐 헌신하는 선생님들이 계시기에 우리학교야말로 진짜 좋은 학교라는 말을 서슴없이 하게 됩니다.
학생부장 선생님께서는 1학기 내내 매일 7시 10분 전후 출근하셔서 학생지도에 임합니다. 교문지도는 말할 것도 없고 학급관리도, 청도지도도 자신을 바쳐가며 최선을 다하는 모습은 언제 봐도 아름답습니다. 사람의 인품은 그분의 행동 하나하나에서 풍겨 나오지 않습니까? 겉모습만 봐도 그런데 행동 하나하나 모범을 보이시니 아마 학생들도 선생님들도 많이 존경하리라는 생각이 듭니다.
어제 5교시 수업시간에 교실을 둘러봤는데 골마루를 지나가니 저 멀리서 짜랑짜랑한 목소리로 수업을 하시는 원로 선생님 한 분이 계셨습니다. 이 선생님께서 건강상태가 좋지 않아 명예퇴직을 하려고 의사를 밝힌 상태입니다. 그런데도 아주 열정적으로 몸을 돌보지 않고 수업을 하시는 모습을 보고서 존경을 보내게 됩니다.
그 전날은 당번이 아닌데도 밤10시까지 야자감독을 하셨습니다. 평소에는 아침 일찍 학생들과 함께 청소에 임하는 것을 보게 됩니다. 이분이야말로 학생들을 위해 자기 몸을 돌보지 않고 헌신적으로 애쓰시는 분임을 알게 됩니다.
또 어제 체육부장 선생님께서는 운동을 많이 해서 그런지 무릎상태가 좋지 않아 병원에 가서 X-레이를 찍어보고 진찰하기 위해 조퇴를 해야겠다고 해서 빨리 병원에 가라고 했더니 체육부장 선생님께서 말씀하시기를 ‘수업을 다하고 가겠습니다. 우리학교는 조퇴나, 출장을 가더라도 수업을 다하고 가지 않습니까?’라고 말하더군요. 이렇게 학생들을 위해 자기의 시간을 다하고 가겠다는 사명감이 돋보여 다시 보게 되더군요.
교육은 헌신입니다. 때로는 자신의 시간을 투자합니다. 때로는 자기 몸을 돌보지 않는 헌신을 보입니다. 젊은 총각, 처녀 선생님들은 젊음을 즐겁게 보낼 수 있는 시간까지 투자합니다. 원로 선생님들은 가정의 남편, 아내, 자녀까지 돌보야 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고 오직 학생들의 장래를 위해 모든 것을 투자합니다. 어린 자녀를 둔 젊은 선생님들도 자녀는 다른 분에게 맡기고 학생들을 위해 헌신합니다.
한두분이 아닙니다. 너무 많습니다. 그러니 우리학교는 분명 좋은 학교임에 틀림없습니다. 80명의 선생님 모두가 제 눈에는 헌신으로 가득찬 분들입니다. 그래서 저는 지금도 헌신하는 선생님들과 함께 근무하는 것을 기쁨으로 생각하고 행복하게 여깁니다. 이런 모습들을 교직생활이 끝날 때까지 볼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