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방학 보충수업이 시작된 지 일주일이 지났다. 대부분의 학생들이 보충수업에 참여하고 있으나 일부학생들은 학교에서 받는 수업이 미더운지 학교보다 수강료가 비싼 학원을 선택했다. 획일화된 수업 방식이 어쩌면 이 학생들을 학원으로 내몰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본다.
또한 초등학교부터 학원 공부에 타성이 젖은 아이들의 학습 방법에서 비롯된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한편으로 학교 선생님의 말보다 학원 선생님의 말을 더 신봉하는 학부모와 아이들의 지나친 생각이 우리의 공교육을 불신하는 원인이 아닐까 감히 생각해 본다.
초등학교의 한 선생님의 말에 의하면 예전에 비해 질문을 잘하지 않는 아이들에게 그 이유를 묻자 아이들은 학원에서 다 배운 내용이라 더 이상 질문할 내용이 없다며 딴청을 부린다고 하였다. 따라서 학원에서 이루어지는 선수학습이 결국 아이들을 나태하게 만들 수 있으며 수업에 임하는 아이들에게 자만심을 심어줄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이에 학교는 학원과 차별을 둔 다양한 수업 모델을 개발하여 정형화된 수업보다 학생들의 수준을 고려한 수업을 전개할 필요가 있다. 또한 교사 위주의 수업에서 탈피하여 수요자 중심의 수업으로 탈바꿈 해야 한다. 따라서 아이들에게 질문을 강요하지 않아도 스스로 발문을 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 줄 필요가 있도록 해야 한다.
아이들의 잠재능력은 무궁무진하다. 따라서 아이들의 그 잠재능력을 깨워 주어야 하는 것이 부모와 선생님이 해야 할 몫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따라서 이번 여름방학에는 아이들을 무조건 학원으로 내몰기 전에 아이들의 잠재능력이 무엇인지를 파악하여 그 잠재력을 키워줄 수 있는 학원을 선택해 주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을까.
교육의 양극화 최소화 시켜야 한다
최근 보도에 의하면 고소득층의 자녀들이 저소득층의 아이들의 비해 학업수준이 높다고 한다. 그렇다면 교육의 양극화 현상이 학교 현장에도 만연되어 있다는 사실이 아닌가? 비싼 사교육비 때문에 학원에 다니지 못하는 저소득층 자녀들을 위한 특별한 대책이 강구되어야 한다고 본다.
물론 그 일환으로 방과 후 활동에 그 아이들을 참여시키고는 있지만 거의 형식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특히 그 양극화 현상은 방학 중에 더 큰 차이를 보이게 된다. 고소득층 자녀의 경우, 국어·영어·수학 등의 과목을 비롯하여 예·체능을 포함한 3곳 내지 4군데의 학원 수강을 하지만 저소득층 자녀인 경우, 고작해야 한 군데 아니면 아예 다니지 않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그들 간의 학업 수준의 격차가 벌어질 수밖에 없는 것이 당연하다. 또한 정부 차원에서도 그 차이를 최소화시키기 위해서라도 특별한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본다.
그리고 일선 학교에서도 저소득층 자녀들을 위해 정부와 연계한 특별한 방과 후 활동 프로그램을 운영하여 방학 중에도 아이들이 수업을 받을 수 있도록 해주어야 한다. 또한 개학 후 이 아이들이 수업 중에 이루어지는 학습 과정에서 소외감을 느끼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철저한 수준별 이동수업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본다. 무엇보다 선생님은 모든 아이들이 학원에서 다 배웠다는 막연한 추측을 가지고 수업을 해서는 안 된다고 본다.
선생님의 세심한 배려가 아이들의 학업 성취도에 영향을 준다
학기 초 영어 단어 시험을 볼 때마다 매번 불합격을 하여 영어에 자신이 없는 한 학생과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었다. 사실 그 학생은 영어 공부를 열심히 안 하는 것이 아니었다. 다만 영어 공부를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모르고 있을 뿐이었다. 더군다나 그 아이는 고등학생이 될 때까지 단 한번의 학원 수강을 받은 적이 없었다. 쉽게 말해서 학교 공부에만 충실한 아이였다.
놀라운 사실은 누군가로부터 영어의 발음을 배운 적이 없다는 것이었다. 따라서 단어 시험을 볼 때는 합격을 하기 위해 단어를 통째로 외웠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시험을 보고 난 뒤 며칠이 지나면 그나마 남아있던 단어조차 생각이 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일까? 그 학생은 영어 시간이면 늘 기가 죽어 있는 듯 했다.
그러고 보니, 지금까지 아이들에게 단어를 외우라고만 했지 발음기호를 가르쳐 준 기억이 없는 것 같았다. 고등학교 학생이면 으레 영어의 발음기호 정도는 다 알고 있으리라 생각했던 나의 판단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방과 후, 나는 그 학생에게 영어의 발음과 학습 방법에 대해서 가르쳐 주었다. 그리고 몇 달이 지난 지금, 자율학습시간에 영어 책을 펼쳐놓고 공부하는 그 아이의 모습을 자주 발견하곤 한다. 무엇보다 그 아이는 단어를 읽을 수 있다는 하나만으로 영어에 자신감이 생긴 것 같았다. 그리고 수업시간 중에 던지는 그 아이의 질문이 가끔 수업에 활력소를 일으켜 준적도 있었다. 그 이후, 우연히 복도에서 그 아이와 마주칠 때면 우리는 서로만 아는 말없는 미소를 주고받는다.
이렇듯 아이들은 선생님의 세심한 배려와 관심이 아이들의 학업 성취에 얼마나 중요한가를 알아야 한다. 아이들이 못한다고 무관심으로 일관한다면 그 아이는 공부에 더 흥미를 잃게 될 것이다. 아이들이 못할수록 희망과 용기를 줄 필요가 있으며 아이들의 기를 꺾어서는 안 된다고 본다. 아이들이 진정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한번쯤은 생각할 수 있는 여유를 갖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