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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1.14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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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

지속적인 평화가 유지되려면

선생님, 오늘 아침 기분이 상쾌하지 않습니까? 장마 뒤끝이라 그런지 덥지도 않고 하늘도 맑고, 공기도 맑고, 바람도 선선합니다. 이런 날이 계속 되었으면 하는 좋은 아침이네요.

오늘 출근도 평소와 같이 6시 반에 집에서 나와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오니 분리수거하는 날이라 10층에서 한 아줌마와 아들이 한 달 동안 모아둔 분리수거물을 두 사람이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많이 갖고 탔더군요. 1층에서 내릴 때 분리수거물을 일부 밖으로 내어주고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지 않도록 눌러주고 했더니 아줌마는 웃으면서 감사하다고 인사를 하였습니다. 조그만 배려가 상대방과 자신을 기쁘게 만들어 주는 것 같아 기분이 좋더군요.

이 좋은 날 아침에 조금 무거운 ‘전쟁 속의 교훈’이라는 글을 읽었습니다. 그 속에는 이런 이야기가 나옵니다. ‘한 집에 살고 있는 강아지와 고양이는 늘 싸움만 했다. 강아지가 발을 들고 "멍멍"하는 것을 고양이는 공격으로 알고, 고양이가 앞발을 들고 "야옹"하는 것을 강아지는 적의 행동으로 안다. 둘은 그래서 서로 뒤엉켜 맹렬한 싸움을 벌이고 만다.’

저는 이 이야기를 읽는 순간 몇 년 전 암으로 투병생활하는 아내와 치매로 고생하는 어머니를 간호할 길이 없어 고민 끝에 30여년의 교직생활을 청산하고 명예퇴직하시는 선생님과 함께 점심식사를 한 후 돌아오는 길에 선생님께서 키우고 있는 개와 고양이에 관한 이야기를 들은 것이 생각났습니다.

‘새끼 고양이와 어미 개를 함께 키웠더니 개가 자기 새끼처럼 젖을 먹이면서 키우더라는 것입니다. 그랬더니 고양이가 개를 졸졸 따라 다니더라’는 것입니다.

작년에 우리학교는 아침 자율등교로 인해 심지어 초등학교, 중학교 학생들보다 늦게 등교하는 것을 보고 50년 전통의 인문계 고등학교에서 이렇게 할 수 없다고 하시면서 금년에는 아침 8시까지 등교를 하게 해서 자율학습을 하도록 방침을 세워 지금은 완전 정착단계에 들어섰습니다.

그 때 일부 선생님 중에는 교장선생님을 오해했습니다. 자신의 큰 꿈을 이루기 위해, 더 큰 명예를 위해 그렇게 한다는 이야기가 들려오더군요. 그런데 어제도 언급했듯이 교장선생님께서 교육장이 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왔는데도 극구 사양하시는 것 보면서, 아마 이 사실을 선생님들께서 알고 나면 오해가 풀릴 것이고 다른 모든 일도 오직 학생들을 중심에 두고 하려는 순수한 뜻을 이해하게 될 것이며 나아가 갈등과 반목과 질시 속에서 다툼을 일으키려고 했던 선생님들도 마음을 되돌릴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리고 최근 평소 생각을 달리하는 단체에 소속된 원로선생님과 한 젊은 선생님, 그리고 교장선생님, 저와 넷이서 점심식사를 한 적이 있는데 그 때 원로선생님께서 하시는 말씀이 기억나네요. 교장선생님께서 따뜻한 정이 있으시기 때문에 선생님들이 협력을 잘하고 학교가 잘 돌아가고 있다고 하시더군요.

일부 선생님 중에는 전자의 이야기에서처럼 교장선생님을 이해하지 못하고 마찰이 생기도록 하긴 하지만 후자처럼 모든 선생님들에게 사랑과 정으로 대하고 있다는 것을 선생님들께서 피부로 느끼기 때문에 큰 거부감 없이 잘 협조하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네요.

우리 선생님들은 학생들과의 관계는 어떠합니까? 혹시 학생들을 미워하지 않은지요? 학생과 대립각을 세우며 갈등 속에 힘들어하지 않습니까? 아니면 학생과의 관계가 후자의 관계처럼 따뜻한 정과 사랑을 베풀면서 따뜻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지?

전자처럼 이해하지 못하고 상대방을 오해하고 있다면 대화로 서로 이해하고 서로의 마음과 의사가 상대방에게 전달되도록 노력하고, 후자처럼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면 지속적인 사랑과 정을 나누어줄 수 있도록 노력해 지속적인 평화가 유지되었으면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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