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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

장맛비에 지친 아이들

연일 계속되는 장맛비가 아이들의 기분에도 영향을 미치는가 보다. 수업시간에도 몇 명의 아이들은 마치 넋 나간 사람처럼 창밖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기곤 한다. 하물며 어떤 아이는 이유도 없이 자율학습을 빼달라며 조르기도 한다. 특히 야간자율학습 시간, 장맛비와 공부에 지친 몇 명의 아이들은 아예 엎드려 잠을 자기도 한다.

점심시간. 웬만해서 교무실 출입을 잘 하지 않는 학급 실장이 나를 찾아 왔다. 내심 학급 일로 의논할 일이 있어 찾아 왔으리라 생각했다. 그런데 얼굴 표정이 그렇게 밝아 보이지 않았다.

“네가 웬일이니? 선생님을 보기 위해 교무실 출입을 다하고 말이다.”
“선~생님.”

그 아이는 어려운 부탁이라도 하려는 듯 머뭇거리며 내 눈치만 살폈다. 잠시나마 이야기 할 시간을 주기 위해 내가 먼저 말을 건넸다.

“그래, 학급에 무슨 일이라도 있니?”
“그게 아니라…, 야자 좀 빼 주시면 안 돼요?”

그런데 야간자율학습을 빼달라는 그 아이의 목소리가 힘이 없었다. 그리고 내가 한마디라도 하면 금세라도 눈물을 흘릴 것 같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 아이의 표정을 보면서 더 이상 무슨 말을 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렇게 하라고 허락을 해주었다.

평소 구김살 하나 없이 친구들과 잘 어울리며 학교생활을 해 오던 터라 녀석의 갑작스런 행동은 나의 의구심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그래서 그 이유를 알아보기 위해 그 아이와 친하게 지내고 있는 몇 명의 아이들을 교무실로 불렀다. 그런데 그 누구하나 그 아이의 행동에 대해 알지 못했다.

잠시 뒤, 그 아이로부터 문자메시지가 왔다. 실장으로서 책임을 다하지 못한 것과 자신의 행동에 대해 미안한 생각이 들었던 모양이었다.

“선생님, 죄송해요. 날씨 탓인지 괜히 짜증나고 우울해요.”

그러고 보니 연일 계속되는 비에 아이들 또한 지쳐가고 있는 것 같다. 날씨가 아이들의 기분을 이렇게까지 좌우할 줄이야. 사실 여름 방학 보충수업이 시작된 이래로 지금까지 비가 오지 않은 날이 거의 없었던 것 같다. 그래서 일까? 요즘 들어 아이들이 웃음을 잃어가고 있는 것 같다.

처음에는 날씨가 시원해서 공부하기에는 최상이라 생각했다. 그리고 날씨 때문에 투정을 부리는 일도 없었다. 그런데 요즘 장맛비에 진저리가 나는지 아이들은 가끔 나에게 농담 섞인 말을 하곤 한다.

“선생님, 도대체 비가 왜 이렇게 많이 와요? 하늘에 구멍이라도 난 것 아닐까요.”

장맛비와 공부에 지쳐있는 아이들. 이 아이들을 위해 담임인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계속 이어지는 장맛비에 몇 명의 아이들은 우울증에 빠졌는지 며칠 째 학교에 나오지 않고 있다. 오후 내내. 좀처럼 그칠 기미가 보이지 않는 장맛비를 보면서 여러 생각들을 해보았다. 그리고 아이들을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몇 가지를 실천해 보기로 하였다.

첫째, 아이들이 긍정적인 생각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청소년기가 제2의 탄생기인 만큼 자칫 잘못하여 순간적인 기분에 의해 자신의 자아를 잘못 선택하지 않도록 도와주어야 할 것 같다.

둘째, 하루 종일 교실에 앉아 공부를 하다보면 심신이 피로할 수가 있다. 따라서 간단한 스트레칭이나 안구운동, 요가 등을 통해 몸을 풀어주는 것이 중요하며 학교 체육관을 개방하여 실내에서 할 수 있는 운동(배드민턴, 줄넘기, 탁구 등)을 함으로써 아이들의 기분을 조금이나마 전환시켜 주어야겠다.

셋째, 주말을 이용하여 아이들과 함께 수해 현장으로의 봉사 활동을 다녀와야겠다. 아이들 스스로가 봉사 활동을 직접 체험함으로써 수재민의 아픔과 고통을 직접 느껴보게 하는 것도 산교육의 하나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장맛비가 그치고 난 뒤, 따스한 햇살이 교실에 드리워지면 아이들은 창가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 그때의 봉사 활동을 떠올리며 이야기꽃을 피우리라.

무엇보다 이 지루한 장맛비가 빠른 시일 내에 그쳐 아이들의 환한 미소가 교실에 가득 차게 되길 간절히 기도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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