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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

교육은 겸손입니다

어젯밤은 생각보다 덥지 않아 잠을 편안하게 잘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선생님들은 어떠했습니까? 우리학교 정원에 심겨진 해바라기가 고개를 숙이고 있어 햇빛을 좋아하던 해바라기도 더위에 못 견뎌 그러나보다 했는데 해바라기를 정성껏 키워온 선생님께서 일찍 출근하셔서 물어보았더니 알이 꽉 차 고개를 숙인다고 하더군요.

오늘 아침 알이 꽉 차니 좋아하던 햇볕도 마다하고 고개를 숙이는 해바라기의 겸손을 배우게 됩니다. 그리고는 다짐도 해 봅니다. 무르익은 벼만 고개를 숙이며 자신을 낮추는 줄 알았는데 고개를 쳐들고 잘난 체하며 햇볕만 바라보던 해바라기도 그러네요. 해바라기를 다시 보게 됩니다. 햇빛만 쳐다보는 해바라기도 속이 꽉 참으로 고개를 숙이게 되고 겸손으로 인해 땅을 쳐다보며 그림자를 쳐다보네요. 겸손해야만 지금까지 쳐다보지 않았던 그림자도 쳐다보게 되고 땅을 쳐다보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해바라기와 같이 겸손해야만 지금까지 보이지 않던 것도 보게 되는 안목이 생길 것 같은 생각이 드네요. 학생들의 그림자도 보게 될 것 같고, 어두운 면도 발견할 것 같고, 선생님들의 그림자도 보게 될 것 같고, 어두운 면도 보게 될 것 같네요. 드러나는 나쁜 점보다 드러나지 않은 좋은 점도 보게 될 것 같네요. 해바라기가 고개를 숙여 땅을 쳐다보는 것을 보면서 드러나는 햇볕의 찬란함보다 드러나지 않은 땅의 고마움도 보게 되리라는 생각이 듭니다.

왜 지금까지는 선생님들의 드러나는 못된 점만 눈에 들어오고 드러나지 않는 좋은 점을 보지 못했는지 안타까운 마음이 드네요. 그러니 불평이 많아지고 감사가 적은 것 같네요.아마 교만한 눈으로, 이기적인 눈으로 바라보았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이제는 겸손한 눈으로, 사랑의 눈으로 바라봐야 될 것 같다는 다짐을 해 봅니다.

그리고 학생들을 바라보는 눈도 마찬가지입니다. 드러나는 선행만 보고 그 학생을 평가하고 나쁜 점만 보고서 학생들을 교육하려고만 했지 드러나지 않은 선행은 보지 못하고 좋은 점을 발견하지 못해 학생을 칭찬하고 격려하는 것보다 꾸중과 질책이 많지 않았나 하는 아쉬운 마음도 있습니다.

또 해바라기처럼 겸손해지기 위해 알찬 사람이 되어야 겠다는 다짐도 해 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배움이 필수라는 생각이 듭니다. 동서고금을 비롯한 좋은 선생님들을 많이 만나야 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글 한 편 쓴다는 것은 그분의 인품이 그대로 반영되고, 삶이 반영되고, 생각이 반영되고, 행동이 반영되었기에 성공적이고 날마다의 승리의 삶을 사시는 분에게 배우지 않을 수 없지요. 그래야만 꽉 찬 해바라기 알맹이처럼 되어 고개를 숙이지 않겠습니까?

이제껏 해바라기처럼 햇빛만 바라보고 살아온 못난 저를 많이 깨우쳐 주고 혼내 주네요. 짧은 인생, 늙어가는 주제에 더 이상 햇볕만 바라보고 사는 사람답지 못한 햇볕 인생이 아니라 그늘 속에서라도 사람답게 사는 그림자 인생이 되어 보렵니다. 그래야 세월이 지나 교직을 떠나 되돌아보는 날이 올 때 떳떳하리라는 생각이 드네요.

교육은 겸손입니다. 나 자신이 먼저 겸손해지면 주위의 선생님들도, 학생들도 겸손해질 것 아니겠습니까? 겸손해지면 보이지 않은 좋은 것도 보입니다. 보이는 나쁜 것은 보이지 않을 것 같네요. 겸손해지면 사랑의 눈을 가지게 될 것이고 선생님들을, 학생들을 아름답게 볼 것입니다. 그래야만 온 학교가 아름답게 여겨질 것입니다.

지난 4월 17일 봄소풍 가는 날 많은 아름다움을 보고서 메모한 것을 소개하면서 마무리합니다. 지금 생각해보니 아마 그 때 나름대로 교만의 눈, 이기적인 눈이 아닌 겸손의 눈, 사랑으로 바라보았기 때문에 아름다움을 발견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

“ -앞부분 생략- 지난주 소풍은 우리들에게는 아름다움이었습니다. 비로 인해 걱정을 해야 했지만 날씨는 우리 편에 서 있었습니다. 비록 바람이 차가워 좀 불편하긴 했지만 비온 뒤라 공기는 더욱 맑았으며 주위의 풍광도 더욱 아름답게 다가왔습니다.

교무부장 선생님이랑 자전거를 타고 공원을 한 바퀴 돌았는데 우리 학생들은 쉽게 눈에 띄었습니다. 5개 고등학교가 소풍을 왔다는데 교복을 입은 학교는 우리 학교밖에 없었으니까요. 어설픈 사복차림보다 우리 학생들의 교복차림이 훨씬 아름다워 보였고 단정해 보였습니다.

우리 학생들에게서 생기를 찾을 수 있었습니다. 선생님과 어울려 함께 노는 모습도 인상적이었고 대할 때마다 환하게 웃으며 인사하는 모습도 4월의 꽃보다 더 아름다웠습니다. 이런 학생들의 생동감 넘치는 활기가 교실 안에까지 연결되었으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도 가져 봅니다.

예전과는 달리 선생님들의 자리가 너무 초라해 마음이 아팠습니다. 이전에 맛볼 수 있었던 정겨운 멋은 찾아볼 수 없었지만 반면에 비록 자리는 초라했지만 선생님들의 모습은 4월의 햇살 아래 아주 맑고 밝게 빛나고 있었습니다.

점심을 3학년 담임선생님과 함께 하는 자리를 가졌었는데 장소며 맛이며 선생님들의 얼굴들이 아름답게 다가 왔습니다. 아름다운 눈으로, 마음의 눈으로 바라보았기 때문일까요? 벗은 안경을 쓰며 멀리 앉아 계시는 선생님들을 바라보려고 하니 한 원로 선생님께서 멀리서 바라보면 더 아름답게 보인다고 하네요. 멀리서도 가까이서도 선생님 한 분, 한 분이 4월의 꽃보다 더 예뻐 보이고, 아름답게 보임은 저에게 하나의 행복이 아닐 수 없습니다.

점심 후 학교를 돌아오니 아름다운 모습들은 계속됩니다. 여유를 찾은 듯이 땀 흘리며 국화를 손질하는 모습이 한 폭의 아름다운 그림처럼 눈에 들어왔으며, 학급 전원이 담임선생님과 함께 운동장 조례대에서 피자를 나누며 마음으로 정을 나누는 모습도 아름다웠습니다. 그리고 학교에 찾아온 43세의 여 제자와 차를 나누며 대화하는 순간도 아름다운 시간이었습니다.

학생들은 꽃보다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습니다. 우리 선생님들은 언제나 아름다운 눈과 마음의 눈으로 학생들의 아름다움을 바라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언제나 학생들의 생기를 찾아야 할 것 같습니다. 도예사가 흙을 빚으면서 흙 속에서 생기를 찾듯이 우리들은 학생들과의 생활 속에서 생기를 찾아야 합니다. 그들이 생기를 잃었다면 봄기운에 새순이 돋듯이 선생님의 따뜻한 입으로 생기를 불어넣어야 합니다. 그게 우리의 할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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