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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

교육은 만남입니다

어제는 아름다운 추억을 간직할 수 있는 하루였던 것 같습니다. 교무실에 앉아 있으니 한 여선생님께서 오셔서 옆에 앉아 계시는 교장선생님께 '차를 한 잔 드시겠습니까?' 하더군요. 저에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저는 사양하였지만 곁에 두 분 선생님과 함께 율무차를 가져오셨더군요. 네 분이 잘 마셨습니다.

그리고는 점심을 함께 하자고 하시더군요. 학생부장 선생님께서 옆반에서 많이 도와주셔서 고맙다고 함께 하자더군요. 부담 없는 사이라 함께 가서 황태찜이랑 황태국으로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점심 후 교무실에 들어와 자리에 앉으니 또 음료수를 한 잔 가지고 왔네요.

이 선생님은 평소에 모든 면에 모범을 보이시는 선생님이십니다. 차 한 잔 대접 받고 점심을 대접 받았다고 하는 말은 결코 아닙니다. 저는 이 선생님과의 만남을 저에게 큰 다행으로 여깁니다. 많은 것을 몸으로 저에게 가르쳐 주시는 분이시기 때문입니다. 이 선생님은 40대 중반을 넘기신 분으로 작년까지는 제2교무실에 계서 그분은 그냥 성실한 분이려니 정도로만 알고 있었는데 올해는 제1교무실에서 같이 근무하게 되니 속속들이 알게 되네요.

인성부장을 맡고 계시면서 1학년 담임을 겸하고 있는데 인성부장의 일은 물론 담임까지도 빈틈없이 하시는 것을 보게 됩니다. 인성부장으로서 학생들의 개별상담 및 집단상담, 학부모상담, 학부모관리, 진학상담 등 모든 일을 모범적으로 잘 처리하십니다.

금년 초에는 울산시내 중고등학교 교장선생님과 인성부장 200여명이 모인 가운데 차분하게 학생들의 집단상담 등 인성교육에 관한 사례를 발표해 많은 도전을 안겨 주고 칭찬도 받으신 분입니다.

금년에 1학년 담임을 맡으셨는데 특별한 일이 없으면 매일 아침 일찍 출근하셔서 학생들의 자율학습시간을 챙겨봅니다. 그리고 청소도 부지런히 손수 하십니다. 저녁에는 밤 10시까지 거의 매일 남으셔서 야자지도를 하십니다. 시간만 나면 학생들을 상담하며 생활지도에도 관심을 가지십니다.

항상 밝은 모습으로 웃으시며 환한 얼굴을 대할 때마다 저 마음은 포근해집니다. 하루는 퇴근하면서 밤에 늦게까지 교무실에서 업무를 보고 계시는 것을 보고 곁에 가서 저녁식사는 하셨느냐? 저녁을 잘 챙겨드리시라고 하고는 현관문으로 나오는데 현관문까지 나와 잘 가시라고 인사를 합니다. 30평생 교직생활 중 이런 모습은 처음 보는 일입니다.

누가 시켜도 그렇게 하겠습니까? 어디 저가 잘 났다고 그렇게 하겠습니까? 저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 그렇게 하겠습니까? 저에게 아첨하기 위해서 그렇게 하겠습니까? 전혀 아닙니다. 그분의 인품이 그렇게 하게 한 것 아니겠습니까? 전 아직 이 선생님만큼 그렇게 하지 못합니다. 자신을 부끄럽게 여깁니다. 한편으로 많은 것을 배우며 도전을 받습니다. 윗분을 모시는 그 아름다운 마음을 배우게 됩니다.

어제 저녁 ‘만나고 싶은 사람’이라는 글을 읽었습니다. 그 글 속에는 이런 내용이 나옵니다.‘만남 때문에 우리의 삶은 풍요로워집니다.’ ‘만남이라는 보자기 안에 담겨 있는 비밀스러움과 풍성함은 그 만남의 보자기를 펼쳐보기까지는 알 수 없습니다.’

그렇습니다. 좋은 선생님을 만남으로 우리의 삶은 풍요로워집니다. 윤택해집니다. 기쁨이 생깁니다. 환희를 맛봅니다. 행복이 찾아옵니다. ‘만나고 싶은 사람’이란 글에는 만남을 통해 우리의 눈을 열어주며, 서로를 보며 자신을 보게 하며, 식은 가슴에 불을 붙여 주며, 삶을 다른 시각에서 볼 수 있도록 도와주며, 우리 마음속에 있는 갖가지 상흔을 보며 아름답다고 말해준다고 합니다.
저 자신으로 인해 학생들에게, 선생님들에게 윤택하고 환희를 맛보고 행복하게 느끼며 삶이 풍성해지도록 할 수 있다면 그것만큼 더 큰 행복이 어디 있겠습니까? 다른 선생님들을 위해, 학생들을 위해 자기만이 가진 비밀스러움과 풍성함의 보자기를 펼쳐보였으면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나날이 고상한 만남을 꿈꾸며 그리워해야죠. 그리고는 부단히 직장에서, 책에서, TV를 통해서 고귀한 분을 만나셔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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