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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

새 학기 학업성취도, 방학에 달려있다

8월 4일(금요일) 1교시 영어 시간. 교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단어시험을 본다고 사전에 예고한 탓인지 아이들은 열심히 단어를 외우고 있었다. 일주일에 두 번 보는 단어 시험에 아이들이 최선을 다하는 이유가 있다.

단어 시험의 결과에 따라 합격을 하지 못한 아이들은 숙제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3일에 70여 개나 되는 단어를 외워 시험을 보아야 하기 때문에 자칫 잘못하여 게으름을 피우면 불합격을 하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하루에 외울 단어를 정해 규칙적으로 공부를 한 아이들의 경우에는 단어 시험을 보는데 애로사항 없이 무사히 합격을 하는 반면 벼락치기 식으로 단어를 외워 시험을 본 아이들은 매번 불합격하여 숙제를 할 수밖에 없다. 설령 시험에 합격을 했다 할지라도 아이들은 그 단어를 머릿속에 오랫동안 담아두지 못했다.

그리고 시험에 불합격한 아이들과 상담을 한 결과 아이들 대부분이 자투리 시간을 어떻게 활용할 줄을 모르고 있었으며 더욱이 아무런 계획도 세우지 않은 채 기분 내키는 대로 단어를 외운 것으로 파악되었다.

연일 계속되는 폭염에 선생님, 아이들 모두 지쳐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따라서 단어시험으로 아이들에게 스트레스를 주고 싶은 마음은 추호도 없다. 다만 아이들에게 규칙적인 공부 습관을 길러주기 위함인지 모른다.

문득 초등학교 때의 일이 생각난다. 여름 방학 개학을 며칠 앞두고 밀린 방학숙제를 하느라고 며칠을 고생한 적이 있었다. 특히 일기를 쓰는데 있어 지나간 일이 기억이 나지 않아 혼이 났다. 하물며 개학 후, 2학기 수업을 받는데 있어 선생님의 수업 내용을 이해하는데 한참이 걸렸다.

지금 생각해 보면 아마도 그건 방학을 무의미하게 보낸 내 게으름의 소치 때문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방학 내내 친구들과 어울려 노는데 대부분의 시간을 보냈으며 독후감을 쓰기 위해 수박 겉핥기로 읽었던 그때 당시의 책이름과 내용이 무엇인지 지금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

방학을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개학 후 아이들의 학업성취도가 달라지기도 한다. 개학 후 치른 시험 결과를 보면 1학기 때보다 성적이 월등히 상승한 아이들을 가끔 발견하곤 한다. 그리고 그 아이들에게 성적 향상의 비결을 물어보면 대부분의 아이들은 방학 중 계획을 잘 세워 공부한 탓이라고 대답한다.

방학 중, 날씨가 덥다고 하여 공부를 게을리 하게 되면 공부에 취미를 잃게 되어 결국 다른 아이들과 비교해서 학업의 차이가 벌어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날씨가 더울수록 나름대로 효과적인 학습 방법을 강구하여 실천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즉 오전에는 집중력이 요구되는 수리탐구(수학, 과학 등) 과목에 치중하는 것이 좋으며 오후에는 반복적인 학습으로 효과를 볼 수 있는 암기과목(독서, 국어, 사회 등) 위주의 공부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특히 밤에는 EBS 방송을 시청하면서 공부해 보는 것도 도움이 될 것이다. 그리고 학기 중에 바빠서 읽지 못했던 양서(良書)를 많이 읽는 것도 좋은 방법 중의 하나라고 본다.

8월 5일(토요일)이면 3주간의 하계 보충수업이 끝난다. 그나마 보충수업 기간 동안에는 나름대로 규칙적인 생활을 하여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다음 주 월요일(8월 7일)부터 실질적인 방학 연휴가 시작됨에 따라 아이들이 방학을 어떻게 보낼지 걱정이 앞선다. 아무쪼록 아이들이 방학을 의미 있게 보내 개학 후, 방학을 잘못 보낸 후유증으로 고생하는 일이 없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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