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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

손톱처럼 자라나는 탐욕을 잘라야

토요일 마지막 수업이 끝난 후 작년 졸업생 한 명이 저에게 와서 인사를 하네요. 처음에는 외부사람이 인사를 하는 줄 알고 자리에서 일어나 인사를 했는데 가까이 와서 보니 졸업생이더군요.

이 학생은 저가 잘 모르는 줄 알고 ‘작년에 졸업한 윤자영입니다. 연대 법대 1학년에 다니고 있고요. 작년 축제 때 사회를 본 학생이예요’ 라고 하더군요. ‘내가 잘 알아.’ 인물이 유달리 예뻐 사회할 때부터 눈에 쏙 들어오던 애였습니다.

‘앞으로 무엇을 하고 싶니?’
‘고시 공부를 하고 싶어요.’
‘무슨 고시?’
‘사법고시오’
‘4년 뒤에는 좋은 소식이 있으면 좋겠다.’
눈이 둥그레지며 ‘4년 뒤에요?’

더 빨리 되겠다는 의지가 묻어있는 질문이더군요.

‘아 고시시험은 언제든지 칠 수 있지. 빨리 시험에 합격해서 좋은 소식이 오면 좋겠다. 기대할게’
‘예’
‘고시시험에 합격하면 법관이 될텐테 정직하고 모범적인 법관이 되었으면 해. 울산여고를 빛내고, 울산을 빛내고 우리나라를 빛내는 좋은 법관이 되어야 해. 그렇게 할 수 있지?’

웃으며 ‘예’라고 대답하는 졸업생의 얼굴에는 환한 미소와 함께 아름다움이 그대로 풍겨 나오더군요.

대부분의 졸업생들이 학교에 찾아오면 담임선생님 찾거나 친한 선생님 찾아뵙고 돌아가는데 이 학생은 선생님 모두에게 일일이 찾아가 인사를 하는 걸 봐도 뭐가 달라도 다른 애였습니다. 좋은 성품을 지닌 학생임에 틀림없습니다. 그리고 앞으로 사회에 꼭 필요한 훌륭한 인물로 자라날 것으로 기대가 됩니다.

우리의 교화인 백합처럼 향기를 더 날리리라는 생각이 드네요. 우리의 교목인 태산목의 하얀 꽃처럼 크게 될 인물이 되리라는 느낌도 듭니다. 훌륭한 인물은 훌륭한 인품을 지닌 자만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하나를 보면 열을 알 수 있듯이 다른 졸업생들과는 달리 저에게까지 인사하러 올 줄 아는 것 보면 그 학생의 됨됨이를 짐작할 수 있지요.

아무튼 앞으로 법관이 되려면 어느 직보다 더 좋은 인품이 요구되기에 쓴소리를 하고 싶네요. 잘라내도 잘라내도 자라나는 손톱처럼 내 마음의 탐욕은 매일 자라니 탐욕의 가지를 과감하게 잘라 버려야 해요. 그렇지 못하면 처음 마음먹었던 좋은 법관, 훌륭한 법관은 기대할 수 없겠죠?
그러기 위해서 '손톱처럼 자라나는 탐욕을 늘 잘라야 해요'

자영씨! 예쁜 얼굴만큼이나 고운 마음씨 가져야죠. 1.500명의 학생 중에 유달리 예뻐 눈에 띄듯이 수천만 명의 사람들 속에 유달리 뛰어난 성품을 지닌 올곧은 법관으로 성장해야죠. 그리고 수많은 법관 중에 눈에 띄는 좋은 법관 되어야죠. 그렇게 할 수 있겠죠?

오늘 오후는 좋은 제자가 가진 꿈이 너무나 아름다고 가치가 있기에 더욱 기대가 되고 꿈이 부풀게 되어 퇴근길이 시원할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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