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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언·칼럼

번갯불에 콩 구어먹나

"내년부터 학부모와 학생이 교사를 평가하고 이 평가 결과는 교사의 승진에 영향을 미치는 근무성적평정(근평·勤評)에 10% 반영된다. 이에 따라 학부모, 학생의 요구가 적극 반영되는 등 학교 현장에 상당한 변화가 예상된다. 또 교직 경력 15년 이상이면 공모 교장에 응모할 수 있는 ‘교장 공모제’도 내년에 도입된다."(조선일보, 8월 8일자)

이사실은 대통령 자문 교육혁신위원회(위원장 설동근 부산시교육감)가 8일 이같은 내용의 교원 임용·승진제도 개선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데 따른 것이다.

이미 잘 알려진 바와 같이 공모형 무자격교장임용제 도입을 위해 한시적으로 운영되었던 교육혁신위원회의 교원정책 특별위원회에서 이와같은 안을 만들었다가 부결된바 있다. 그때가 겨우 한달 전이었다. 부결됨으로써 교원승진개선관련 내용은 깊은 검토가 필요하겠거니 했더니 그 사이에 바로 수정된 안이 나온 것이다. 번갯불에 콩 구어먹는 식이 되고 말았다.

빨리 먹으면 체한다는 속담이 있다. 아무리 뭔가 한건을 하기로 혁신위원회에서 방침을 정했다 하더라도 이렇게 빨리 새로운 안이 만들어질 수는 없다. 만들어져서도 안된다. 먼 미래를 내다 보아야 할 정책이 한달도 안되어서 만들어진다는 것은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누구의 의견에 따라 만들어진 것인가.

혁신위원회 위원들의 전체 의견에 가깝다고 하는데, 그 혁신위원들의 의견만 반영되면 무조건 되는 것인가. 또한 학부모 단체가 원하기 때문에 학부모와 학생의 평가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학부모는 교장임용, 교원승진에 관심이 없다. 일부 학부모 단체에 몸담고 있는 학부모들만의 전유물이다. 어떻게 승진과 관련된 근평에 학생과 학부모의 평가가 들어갈 수 있단 말인가. 승진문제는 그와는 별개의 기준이 필요하다. 학부모는 학생들 잘 가르쳐 달라고 학교에 요구하면 되는 것이다. 그것이 가장 중요하지 않은가.

또한 학부모가 평가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가. 1년에 1-2회 학교를 방문하여 평가할 것인가. 모든 교사들을 어떻게 어떤 기준으로 평가한다는 이야기 인가. 결국은 학생들의 이야기가 학부모 평가로 이어질 것이다. 그럼에도 객관적인 판단이 될 수 있겠는가. 학부모와 학생의 평가가 반영된다면 겉으로 보기에는 매우 좋은 방안으로 보인다. 그러나 객관성이 없는 평가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이 안에 리포터는 절대 반대이다.

정말 이러면 안된다. 혁신위원회는 모든 것을 만들기만 하면 되는가. 한달만에 새로운 안을 내놓을 정도로 교육혁신위원회 위원들의 능력이 탁월한가. 만일 그렇다면 다른 분야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우리나라에는 현재 해야 할 일들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그런 능력을 단순히 교원승진제도 만드는데에만 쓴다면 아깝지 않은가. 탁월한 능력을 다른 곳에서 더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이제는 솔직해져야 한다. 분위기에 편승해서는 안된다. 혁신위원회 위원 중에는 분명히 이 안에 대해 반대 의견을 가진 위원들이 있을 것이다. 과감하게 '안된다.'는 의사표현을 해야 한다. 한번 말들어 놓으면 수정하기 쉽지 않다. 전체 교원들의 의견을 대변해야 한다. 같이 따라가는 일은 절대로 없어야 할 것이다.

끝으로 혁신위원회에 경고한다. 만일 이런 안이 채택되어 실행에 옮겨진다면 반드시 심판을 받을 것이다. 그때 가서라도 반드시 책임을 져야 한다. 누구도 그 책임을 면할 수 없을 것이다. 하루빨리 제대로 된 안을 만들도록 지금이라도 처음부터 다시 검토해 주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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