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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1.14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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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

선생님, 지금 뭐하고 계십니까

갈수록 세상은 좋아진다는데, 사람 사는 일은 왜 이리도 항상 바쁘고 어수선한지…. 학기말 업무에 쫒기다 보니 여름 방학 들어가면서 여러 선생님들께, 한 학기 동안 정말로 고생 많으셨다며 방학 잘 보내시라는 개인적 인사조차 차분히 나누지 못하고 헤어진 것이 못내 서운하다.

선생님들이야 연수원 내놓고 학교에 안 나와도 되고, 보충수업을 위해 나오시는 분들도 그날그날 소정의 수업만 끝내면 자유롭게 자기시간을 가질 수 있는 방학이지만, 관리자인 교장이나 교감은 매일매일 학교를 책임지고 있어야 하기에 오히려 방학이 부담스럽기조차 하다. 그래 오후 늦은 시간, 학생들마저 모두 하교하고 없는 적막강산 같은 교정을 한바퀴 돌고나서 텅 빈 교무실에 혼자 앉아있노라면 그간의 교육활동, 학교경영 전반의 잘잘못이 되돌아봐지게 되는 가운데 교단생활의 애환과 관련한 여러 감회가 물안개처럼 피어오른다.

평상시에는 수업하랴 잡무 보랴, 각자의 일이 바빠서 한 직장에 살면서도 늘 인간적 대화와 소통이 아쉽던 선생님들이기에 이런 방학 때만이라도 한가한 틈을 내어 소주잔이라도 기울이며 서로의 마음들을 털어놓고 얘기할 수 있었으면 좋으련만, 그저 마음뿐이다. 안타까운 것은 요즘 교단 풍토가 인간적으로 너무 삭막해져 가고 있다는 점이다. 다른 여느 직장보다도 따뜻하고 원만해야 할 인간관계가 이해다툼을 앞세우는 시장바닥처럼 ‘너는 너, 나는 나’식의 개인주의로 치달은 나머지 예전의 오순도순한 분위기는 찾아보기 힘든 것이다.

한 달이 넘는 긴 방학 동안 우리 선생님들은 과연 뭘 하고 지내실까? 부럽게도 어떤 분들은 견문을 넓히겠다며 공무 외 국외여행 허가서를 받아가기도 하고 또 어떤 분들은 각종 교육기관에서 실시하는 직무연수를 신청해서 자기연찬에 애를 쓰시는가 하면, 등산을 좋아하는 몇몇 분들은 팀을 짜서 지리산을 오르네, 한라산을 오르네 하시면서 한껏 자유로운 방학이 어서 오기를 고대하는 모습들이었는데….

교육의 특수성을 모르는 일반인의 시각으로 보면 선생님들의 방학이라는 것이 놀면서도 월급 받는다는 식으로 받아들여져 터무니없는 오해와 질시를 낳기도 하지만, 교직 성장을 위한 내적 자기충전을 해야 하는 선생님들의 입장에서 보면 사실 그리 넉넉한 시간도, 그리 한가로운 처지라고 할 수도 없다. 새 학기에 가르쳐야 될 교과목의 효율적인 지도방안을 마련하고 학습 자료를 개발하는 일에서부터 학생지도나 학급경영과 관련한 여러 고민들을 진지하게 풀어가다 보면 오히려 출근해서 공부를 가르치는 평소 때보다 더 바쁜 것이 우리 선생님들의 방학인 것이다.

언제부터인지 우리 교육이 사회적 불신의 대상이 되고 있는 작금의 상황에서, 일선 교단을 지키는 교육자의 한 사람으로서 외롭게 품어보는 소망이 하나 있다면, 굳건한 국민적 신뢰의 토대 위에서 교육본질에 충실함으로써, 교육이 개개인의 자아실현을 돕고 21세기 국력신장의 견인차 구실을 제대로 할 수 있었으면 하는 것이며, 이런 점에서 우리 선생님들의 이번 여름 방학이, 저마다 교육의 시대적 소명을 자각하고 전문가적 소양을 튼튼히 다지는 가운데 새로운 교육의지와 활력을 재충전하는 값진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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