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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1.14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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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

선생님은 비행기에 탄 손님입니다

선생님, 오늘은 오랜만에 구름이 끼이고 바람이 불고 비가 옵니다. 애타게 기다리던 비가 옵니다. 그토록 바랐던 비가 옵니다. 언제 더위가 가려나 했는데 더위를 몰아내는 바람이 붑니다. 우리가 기대를 하고 인내를 하니 바라는 바가 보입니다. 그러기에 기다림이 소중하고 바람이 소중하고 인내가 소중함을 깨닫게 해 주는 소중한 아침입니다.

‘변화된 얼굴’이란 글에는 이런 내용이 나옵니다.

“하지만 좋은 정도로 만족하지 못하는 소수의 사람들이 있다. 그 이상의 뭔가를 바라는 이들이다. 방금 막 내 곁을 지나간 소년이 그랬다. 얼굴을 보기 전 말소리부터 들렸다. 나는 이미 자리를 잡은 후였는데 입구 쪽에서 소년이 일행에게 이렇게 물었다. ‘정말 조종사를 만나게 해줄까요?’ 비행기에 타자마자 대뜸 그것부터 요구한 것을 보면 아주 영악하거나 운이 좋은 아이였다.
<중략>.

여행객들은 비행기를 타고 있는 것으로 만족했고 목적지에 조금이라도 가까워진 것으로 만족했고 공항을 벗어나는 것으로 만족했고 자리에 앉아 말없이 허공을 응시하는 것으로 만족했다.
약간의 예외도 있었다. 밀짚모자를 쓰고 해수욕 가방을 든 대여섯 명의 중년 여인들은 만족한 표정이 아니라 자못 흥분된 표정이었다. 통로를 지날 때도 내내 깔깔거리며 웃었다. 분명 부엌일과 아이들에게서 모처럼 해방된 엄마들이었을 것이다.

통로 저편, 파란색 정장을 입은 남자도 만족한 표정이 아니라 심기가 뒤틀린 표정이었다. 시종 노트북 컴퓨터를 켜놓고는 화면을 잔뜩 노려보고 있었다. 나머지 사람들은 대부분 그 남자보다는 즐거웠고 그 여인들보다는 얌전했다. 우리는 대부분 만족했다. 예상대로 무산한 비행에 만족했다. ‘괜찮은’ 비행에 만족했다.”

저는 이 글을 읽고서 학교라는 공동체의 구성원이 비행기에 탄 사람과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학교 구성원 대부분의 선생님들이 비행기에 탄 대부분의 사람들처럼 만족하며 즐거워하는 선생님이 많을수록 건강한 공동체를 이루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가집니다.

이 글에는 비행기에 탄 사람들이 네 부류의 여행객이 나옵니다. 대부분 만족하는 부류들은 어떻습니까? 대체로 몸가짐이 단정하고 점잖습니다. 더러는 조는 이들도 있고 창밖을 내다보는 이들도 있습니다. 대부분 예상했던 경험에 만족합니다. 괜찮은 비행에 ‘좋았습니다. 비행 좋았습니다.’라고 말합니다. 나갈 때 모습도 들어올 때 모습과 똑같습니다. 그리고 다음 번에도 기꺼이 찾을 것입니다.

이런 부류의 선생님들이 많을수록 학교는 건강한 공동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선생님들은 무엇보다 몸가짐이 단정하고 점잖아야 합니다. 때로는 피곤할 때 졸기도 하고 창밖을 내다보며 자연을 즐기기도 합니다. 대부분 학교에 일어나는 일에 대해 만족합니다. 학교가 정상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것에 ‘좋다’고 말합니다. 학교를 떠날 때도 퇴근할 때도 같은 마음입니다. 그리고 다음 날 다시 기쁜 마음으로 출근합니다.

그런데 대여섯 명의 중년 여인들은 어떻습니까? 통로를 지날 때도 깔깔거리며 웃고 만족된 표정보다 흥분된 표정입니다. 얌전하지 못합니다. 점잖지 못합니다. 부엌일과 아이들로부터 행방된 기분입니다.

이와 같은 부류의 선생님들은 어떠합니까? 학교일에 대해 만족이 없고 불만으로 가득찹니다. 자기들끼리는 남을 의식하지 않고 깔깔거립니다. 불평을 늘어놓습니다. 자기 세상인양 마음대로 합니다. 항상 차분하지 못하고 흥분되어 있습니다.

또 한 부류는 어떠합니까? 통로 저편, 파란색 정장을 입은 남자처럼 만족한 표정이 아니라 심기가 뒤틀린 표정입니다.. 시종 노트북 컴퓨터를 켜놓고는 화면을 잔뜩 노려보고 있습니다.

이와 같이 학교에서도 어떤 선생님들은 학교에 대한 만족이 없습니다. 하는 일마다 마음에 뒤틀립니다. 얼굴 표정이 굳어 있습니다. 조례시간이 되면 남의 이야기를 아예 듣지 않고 컴퓨터에서 자기 보고 싶은 것 보고 하고 싶은 것 합니다.

마지막 부류는 소년처럼 좋은 정도로 만족하지 못하는 소수의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 이상의 뭔가를 바라는 이들입니다. 비행기 안에서 금지되어 있는 조종사를 보기 원합니다. 그걸 관철하기 위해 소리 지릅니다.

학교 안에서도 이런 부류의 선생님들은 학교의 일에는 전혀 만족하지 못합니다. 자꾸만 그 이상의 뭔가를 바랍니다. 금지되어 있는 조종사를 보기 원하듯이 마음대로 무엇을 바꾸려고 합니다. 그렇게 되지 않으면 끝까지 관철하려 떼를 씁니다.

우리들 선생님들은 어느 부류에 속하십니까? 함께 생각해 보았으면 하네요. 대부분 여행객이 만족하는 것처럼 만족하고 계십니까? 아니면?

대부분 사람들이 그 남자보다는 즐거웠던 것처럼 우리도 그 남자보다는 즐거워야 하지 않겠습니까? 대부분 남자들이 그 여인들보다는 얌전했던 것처럼 얌전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대부분의 남자들이 그 소년보다 현재의 좋은 정도로 만족했던 것처럼 그 이상의 것을 바라지 않고 만족하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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