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명자 서울시교육연수원 초등교원연수부장은 한 가지 기록을 가지고 있다. 교장으로서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3∼6세, 6∼9세, 9∼12세 등 몬테소리 교사 자격증 세 개를 모두 가지고 있는 것.
"세 가지 자격증을 모두 따는 데 꼬박 7년이 걸렸습니다. 7년간의 방학 동안에는 정말 쉬는 날이 하루도 없었어요."
권 부장이 지난 87년부터 몬테소리 교육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당시 우리나라에는 관련 과정도 제대로 없었지만 98년 초등몬테소리교육연구회가 만들어지면서 관심을 가진 교사들이 한 자리에 모이게 됐다. 권 부장은 99년부터 지금까지 연구회의 회장직을 맡으면서 '몬테소리 개별화교육'을 알리고 보급하는데 주력해왔다.
"몬테소리 교육의 핵심은 폭넓은 지식 습득과 올바른 인성교육에 있습니다. 이 두 가지 중 하나라도 빠진다면 아이들을 제대로 가르칠 수 없지요."
권 부장은 97년부터 올해 8월까지 서울 잠일초 교장으로 역임하면서 몬테소리 교육을 학교 현장과 접목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직접 나서서 교사 연수를 시작한 것은 물론이고 학부모를 대상으로 한 연수도 실시했다. 권 부장은 손수 제작한 교구를 모델로 제시한 후 학부모들에게
이를 똑같이 만들게 해 이들 교구를 전 학급에 배포했다.
권 부장은 "교사 연수, 교구 제작 등은 모두 연구회원들의 봉사 덕분"이라며 "서울 경일초의 황인순 교사는 사재 600만원을 털어 교구를 구입, 학교에서 활용하고 있다"고 연구회의 열정을 전했다.
잠일초는 99년에 서울시교육청으로부터 '교수-학습개선 거점학교'로 지정되기도 했다. 특히 1∼3학년이 한 교실에서 협력하며 공부하는 잠일초의 혼합연령학급은 여러 차례 언론에 보도될 정도로 화제를 모았다.
"일반 학급에 비해 혼합연령학급 학생들의 지능과 학력이 월등히 높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습니다. 협동심, 단결력 등 인성을 기르는 데도 효과가 있었고요."
최근 권 부장은 지금까지의 노하우를 책으로 엮어내기 위해 또 다시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다.
"몬테소리 교육을 학교 현장에서 실행하자면 교육자료가 필요한데 구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소식을 들은 지방의 교사들이 자료를 전해달라는 요청을 많이 하고 있어서 지리, 식물, 수 영역 등 7가지씩의 교구집과 지도서를 만들려고 합니다."
현재 몬테소리 교육을 접목시킨 초등학교가 서울시내에 11곳으로 늘어나고 몬테소리연구회가 교과연구회로 인정되는 등 그 동안의 노력이 서서히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권 부장은 "이러한 창의력 중심 교육을 중등에도 파급시킬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아직까지 대부분의 사람들은 몬테소리가 주로 유아교육에 해당된다고 생각하기 쉽다. 이에 대해 권 부장은 "중등 수학교사를 대상으로 한 연수가 있었는데 많은 교사들이 '이런 교육도 있었냐'면서 감탄하고 돌아갔다"고 말했다.
"미국에서는 고교 과정까지 몬테소리 교육이 개발돼 있습니다. 교육이란 그 분야에 들어가 보고 공부해보기 전에는 절대 알 수 없는 것입니다. 저는 일선에 계신 선생님들께 한번 연수를 경험해보시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연수를 받은 후에는 생각이 완전히 달라지실 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