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같은 권위 상실의 시대에 일선 학교 교감 자리가 무슨 큰 힘이 있을까. 하지만 스스로에게 주어진 책무와 권한의 범위 안에서 여러 선생님들의 도움을 받아가며 학교 현장에 만연해 있는 구태와 비교육적 요소들을 조금씩이라도 바로잡음으로써, 죽어 가는 우리 교육을 다시 살리는 일에 조그마한 힘이라도 보태야겠다는 야무진 포부(?)를 가지고 부임한 지 어느 새 2년이 흘렀다. 하지만 지금껏 내가 이룬 것은 무엇이란 말인가.
잘해보겠다고 혼자서 이리 뛰고 저리 뛰느라 처음에는 몸이 지치는가 싶더니 생각이 다른 사람들, 그 다양한 이해의 틈바구니를 헤쳐 오다 보니 이젠 마음까지 지치고 말았다. “내가 무슨 ‘통뼈’라고, 혼자서 이 나라 교육의 십자가란 십자가 다 메고 가는 듯, 속 타며 애간장을 태울 필요가 뭐 있는가”하는 생각마저 든다. 그런 나머지 교육자로서 결코 포기해서는 안 되는 최소한의 책임과 의욕의 끈마저 다 놓아버리고 싶어질 때가 종종 있다.
학교에서 관리자가 나름의 철학과 소신을 가지고 학생과 학교 발전을 위해 무엇을 좀 해보고자 할 때, 선생님들 모두가 학교 구성원으로서의 공동의 책임을 느끼며 서로 머리를 맞대고 일이 잘되는 쪽으로 도와주면 얼마나 좋을까.
아이들 하나하나를 제자식처럼 아끼며 그들의 사표가 되려는 노력, 더 잘 가르쳐 보려는 노력을 끊임없이 기울이는 선생님들이 많으면 얼마나 좋을까. 학교의 이상적인 모습을 그리며 이런 저런 생각을 다 해보지만 교단의 현실은 희망보다 걱정이 앞서고 만다.
학교는 지금 위기다. 교육체제나 교육 내용, 교육 방법의 위기가 아니라 교단 풍토, 교육자들의 자질의 위기다. 그 위기의 중심에 바로 우리 교사들이 있다. 세상은 우리가 변하지 말라 해도 변해가고 있고, 그 속에서 생존하고자 하는 모든 것들은 스스로 변화를 거듭하며 활로를 찾아가는 데 그 선두에 서야 할 학교와 교육자들이 과거에 안주하며 현실을 방기하고 미래를 준비하지 않는다. 이것은 스스로 무덤을 파는 꼴이며 아이들에게 커다란 죄악을 짓는 것임이 분명하다.
우리가 자초한 오늘의 교육위기, 그 해결책은 무엇일까? 우선, 교단풍토를 개혁하기 위해 모든 선생님들이 개혁의 주체로서 자기 책무에 대한 자각을 새로이 해나가야 한다. 교육개혁을 위한 현장 혁신 과제 추진에 있어 보다 긍정적이고 적극적이며 참여적인 태도를 가지고 작은 힘들을 보태야만 한다.
둘째, 교육 자질과 관련하여 선생님 한 사람 한 사람이 올바르고 투철한 교육관을 확립하는 일에 심혈을 기울이고, 교육자적 인격의 완성에 매진해야 한다. 학교는 단순한 지식 전달의 공간이 아니라 모름지기 인격 완성의 도장이다. 학생들의 인격에 감화를 주기 위해서는 교육자 스스로 사회적 또는 자신의 양심이 요구하는 고도의 윤리기준에 부합되는 인격 연마를 게을리 해서는 안 된다.
교육자가 바로 서면 교육은 절로 바로 서게 된다. 무언가를 해보고자 하는 사람의 발목을 잡기보다 서로 잘해보자며 손목을 잡아주고 힘이 되어주는 교단풍토가 돼야 한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모두가 바른 선생님이 되고자 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우리 교육에 다시 희망이 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