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학이후, 매일 출근을 하면 나의 발걸음은 교실로 향한다. 그리고 혹시나 하는 생각으로 교실 문을 열면 그 아이의 자리는 비어있다. 언제부터인가 나의 모든 신경은 일주일 째 학교에 나오지 않는 한 아이에게 있었다. 아무래도 그 아이의 결석이 길어질 것만 같았다.
그래서 일까? 아이들 앞에서 웃음을 지어 보인지도 오래된 것 같다. 지금까지 아이들에게는 내 고민을 표출하지 않으려고 애써 태연한 척 하였다. 그런데 눈치가 빠른 아이들은 마치 내 마음을 읽기라도 한 듯 담임인 나의 눈치를 살피는 것 같았다. 하물며 학과선생님들 또한 학급의 분위기가 이상하다며 무슨 일이 있느냐고 지나가는 말로 물어보기도 하였다.
어젯밤은 그 아이의 어머니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그 아이의 어머니는 며칠 째 연락이 되지 않는 아이를 찾아 달라며 울먹였다. 그리고 아이를 찾기 위해 시내 여기저기를 둘러보았지만 헛수고였다고 하였다. 전화를 끊고 난 뒤에도 아이를 찾아 달라며 울먹이는 어머니의 목소리가 내 귓전을 떠나지 않았다.
오늘 아침이었다. 출근을 하자 실장이 교무실 앞에서 서성이고 있었다. 눈치로 보아 나를 기다리고 있는 듯 했다. 그리고 나를 보자 멋쩍은 듯 인사를 하며 교무실로 들어가는 내 뒤를 따라왔다. 자리에 앉자마자 실장에게 찾아 온 용건을 물어보기 전에 그 아이의 등교유무에 대해 물어보았다.
"OO이 학교에 왔니? 그래, 무슨 일이니? " "아직∼요. 선생님, 그래서 저희들이 OO이를 찾아보기로 했어요."
실장의 갑작스런 제안에 나는 정색을 하며 말했다.
"OO이를 찾아본다고? 그게 무슨 말이니?" "사실 저희들 어제 자율학습 시간에 학급회의를 했어요. 회의결과 이번 주말을 이용하여 저희들이 조를 편성하여 시내 PC방 모두를 뒤져보기로 했어요. 선생님께서 허락해 주세요."
실장은 조 편성을 쓴 종이를 보여주며 간곡히 부탁을 하였다. 실장이 건네 준 종이 위에는 우리 반 아이들 모두의 이름이 적혀있었다. 내 허락이 떨어지지 않자 실장은 더욱 완강하게 말을 했다.
"저희들이 선생님의 고민을 조금이나마 덜어 드리고 싶습니다. 더군다나 이번 주는 토요 휴업일이라 시간이 많아요. 그러니 제발 허락해 주세요. 선생님." "……"
실장의 말에 나는 아무런 말도 할 수가 없었다. 아마도 그건 매일 열한시까지 야간자율학습으로 지쳐있는 아이들에게 이런 일로 피해를 주고 싶지 않은 생각이 내 마음 한편에 남아 있었기 때문이었으리라.
"너희들 마음을 선생님이 알았으니 가서 공부나 열심히 하렴. 그리고 선생님이 꼭 찾아보도록 하마. 알았지?" "선생님, 저희들도 함께 찾도록 해주세요."
계속해서 떼를 쓰며 서있는 실장을 간신히 달래 교실로 돌려보냈다. 실장은 교무실을 빠져나가면서도 아쉬운 듯 계속해서 뒤를 돌아보았다.
실장이 돌아가고 난 뒤, 왠지 모르게 기분이 좋아졌다. 조금이나마 내 고민을 덜어 주겠다며 고집을 부리던 실장의 모습을 생각하니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다. 그리고 한편으로 내 개인적인 감정으로 인해 아이들에게 웃음 한번 제대로 지어주지 못한 것에 미안한 생각마저 들었다.
며칠 동안 학교에 나오지 않고 어디에서 방황을 하고 있을 지도 모르는 그 아이도 아마 친구들의 그런 마음을 분명히 알고 있으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보다 자신만 알고 타인을 배려할 줄 모르는 요즘 아이들에 비해 친구를 생각하는 따뜻한 마음을 지닌 아이들을 맡고 있는 난 얼마나 행복한 선생님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