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사람이 하버드대학교 졸업식에 참석하게 되었다. 각계 유명 인사들의 축사가 죽 이어지고 마지막으로 머리가 희끗희끗한 노교수의 축사만 남아있었다. 세계적인 대학의 권위 있는 교수의 말이니 무슨 엄청나게 교훈적인 말이 쏟아질 것이라 짐작한 관중은 침을 꼴깍 삼키며 긴장한 채 노교수의 얼굴만 바라보고 있었다. 그때 교수가 내뱉은 말은 예상외로 “Well begun is half done.”이란 말이었다. 즉, ‘시작이 반’이란 뜻이다. 너무나 평범한 말에 관중들은 적잖이 실망한 눈치였다.
이어서 노교수의 당부가 이어졌다. 무슨 일이든 시작하기가 어렵지, 일단 시작하고 나면 끝마치는 건 아주 쉬우니, 졸업생들은 반드시 이 말을 명심하고 앞으로 무슨 일이든 적극적으로 시작부터 하고 보라는 당부였다.
이 얼마나 기막힌 말인가. 평범한 듯하지만 분명 진리가 담겨있는 말이다. 정말 그랬다. 무슨 일이든 시작하기가 어렵지 일단 시작하고 나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끝마치게 되어 있다. 사실, 시작하기까지의 그 과정과 결심이 어려울 뿐이다.
이 말은 배우는 학생이나 가르치는 교사나 꼭 새겨들어야 할 촌철살인의 명언이다. 학생들에게 과제로 어떤 글을 써오라고 숙제를 내주면 차일피일 미루며 걱정만 할 뿐, 도무지 시작을 하려하지 않는다. 이렇듯 시작하기가 어려우니 공부를 완성하기란 더더욱 어려워지는 것이다. 때문에 무슨 일이든 결과를 보려면 무조건 시작부터 하고 볼 일이다. 필자가 논술에 문외한인 아이들을 데리고 논술 수업을 시작한 지도 벌써 몇 년이 지났다. 내가 만약 안 된다는 생각에 지레 겁을 먹고 시작조차 안 했더라면 지금 우리 아이들의 논술은 어찌 됐을지 짐작할 수 있는 일이다.
더구나 요즘은 컴퓨터가 대중화되어 있고 멀티미디어 상에도 각종 글을 쓸 수 있는 공간과 자료가 널려 있으니 글을 연습하기에 아주 편리한 세상이 되었다. 예전처럼 힘들게 한 자 한 자 원고지 칸을 메웠다 지웠다 하는 수고가 줄어든 것이다. 편리한 기계 문명의 이기를 최대한 이용하는 지혜를 발휘해보는 것도 좋은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