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과 맞는 첫 번째 아침자습시간을 뜻있게 보내고 싶었다. 아이들에게 도서실에 가서 그림이 선명하고 큼직하며 그리 두껍지 않은 창작동화책을 하나씩 가져오라고 했고 아이들은 저마다 동화책을 읽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아이들 옆으로 다니며 어떤 동화책을 읽는지 살펴보았다.
아이들이 거의 다 읽었을 무렵 음악극을 하기 좋은 지연이가 읽고 읽던 책 ‘주머니 속의 귀신’이라는 동화책을 선택하였고 아이들은 한 쪽씩 돌아가면서 읽었다. 나중에 전체 내용을 알고 있어야 연극을 할 수 있기 때문에 다른 어린이가 읽을 때 아주 집중해서 들어 줄 것과 자신이 읽을 때는 실감나게 읽을 것을 거듭 당부하였다.
다 읽은 다음 읽은 동화책의 내용을 네 장면으로 나누었다. 우리 반이 네 조로 로 나누어져 있기 때문에 그렇게 한 것이지 조가 많으면 더 나눌 수도 있었다. 그리고 어떤 내용인지 서로 조별로 맡은 부분의 내용을 이야기 나누어 보라고 하였다. 아이들은 저마다 이야기를 나누었고 각 조에서 가장 특징 있는 부분을 어떤 부분으로 할 것인지에 대하여 의견을 모았다.
이젠 이야기를 소리로 어떻게 표현하느냐 의논 하는 것이다. 교실에서 소리가 나는 모든 것이 동원되었다. 얼굴을 맞대고 이야기를 나눈다. 때로는 의견이 맞지 않을 때도 있어 소리가 커지기도 한다. 막대기, 실로폰, 소고, 캐스터네츠, 멜로디 스틱, 트라이앵글......1조부터 4조까지 각조에서 맡은 이야기의 내용을 소리 나는 것으로 표현해 보는 활동이 시작되었다.
가장 박수를 많이 받았던 부분은 도령이 딸기 밭을 지날 때 딸기가 많이 열려 있는 모습을 트라이앵글로 표현한 부분이었고 또 주머니 속의 이야기들이 실뱀으로 나타나는 부분을 가느다란 음성으로, 이야기를 들려주시는 할아버지, 할머니를 리코더나 실로폰으로 표현한 부분은 아주 창의적이었다.
한편의 즉흥연주가 완성되었을 때 아이들은 저마다 위대한 자신들의 작품에 대하여 박수를 쳤다. 놀라운 일은 동화책에 나오는 모든 내용을 세밀히 표현하려고 노력한 점이다. 전체적으로 한번 돌아가면서 읽었을 뿐인데 함께 모여 서로 이야기를 나누는 중에 동화책의 내용을 자세히 표현하게 된 것이다. 한 가지 아쉬웠던 점은 교실에 소리가 나는 여러 가지 물건이 없어 표현에 다소 단순한 면도 없지 않았다.
‘동화책의 내용을 즉흥연주로’ 이 얼마나 멋있는 타이틀인가? 방학동안 오르프-술베르크 연수를 받으며 했던 활동을 아이들에게 적용해 본 것이다. “가시투성이 호저의 사랑이야기”라는 창작동화였는데 5조로 나누어 한 조에 3분~5분정도 발표하며 완벽한 즉흥연주를 연출했던 상황을 잊을 수가 없다. 당시 썼던 악기가 바로 오르프 악기였는데 악기가 매우 다양해서 기쁨, 슬픔, 긴장, 훌륭함, 추움, 무서움, 따뜻함, 긴장, 부드러움, 편함, 좋음, 싫음 등의 창의적인 표현을 하는 데 매우 도움이 되었다. 오늘 아이들이 즉흥연주를 하는 모습을 보면서 오르프 악기가 창의적인 활동에 매우 도움이 되는 악기인데도 불구하고 가격이 대체로 비싼 편이어서 교실에 들어오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기만 하였다.
“선생님, 내일 또 하고 싶어요.”라고 말하는 아이들의 모습에서 아이들이 진정으로 좋아하고 또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 새삼 생각하게 되었다. 그것은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는 미미한 것인지 몰라도 자기 자신이 가지고 있는 재능만큼은 세상의 그 누구의 것과도 같지 않기에 여러사람 앞에서 나타내 보고 싶은 마음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