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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

'학생다운 학생'이 되도록 가르쳐야

오늘은 무더위의 8월은 물러가고 선선한 9월을 여는 아침입니다. 9월 첫날답게 이른 아침에는 선선한 바람이 불어왔습니다. 어김없이 찾아오는 계절의 변화를 보면서 질서에 순종하는 자연의 미덕을 배우게 됩니다.

선생님, 9월이 되어서 마음이 기쁘지 않습니까? 혹시 선생님 중에는 차라리 더워도 8월이 좋다고 하시는 선생님이 계시지 않습니까? 8월은 더워도 집에 쉴 수 있으니까 좋고 여유가 있으니까 좋고 책을 볼 수 있으니까 좋고 특히 수업을 하지 않으니까 좋아 8월이 그립다고 생각하지 않으시는지요? 9월이 부담스럽지는 않습니까?

한편 선생님 중에는 8월보다 9월이 되니 좋다고 생각하는 선생님이 계실 것입니다. 수업을 해서 힘이 들어도 선선한 가을이 다가오니 좋고 시간적 여유가 없고 쫓기는 생활을 해도 학생들과 생활하니 좋고 선생님들과 생활하니 좋다고 생각하시는 선생님도 계실 것입니다.

저는 8월보다 9월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여유가 없어도 더운 것보다 낫습니다. 학교생활이 긴장되고 개인시간이 없어 힘이 들지만 선생님들과 함께 학생들과 함께 생활하는 자체가 좋습니다. 선생님도 그러했으면 합니다. 그래야 행복해집니다. 기쁨이 생깁니다. 즐거움이 있게 됩니다. 처음보다 나중이 나아야 하듯이 8월보다는 9월이 나아야 합니다. 그래서 9월을 사랑했으면 합니다. 9월을 즐겼으면 합니다. 9월을 잘 활용했으면 합니다.

저가 잘 아는 이웃 학교 선생님께서 저녁에 공원에 나가 음악회에 참석해 70, 80년대의 노래를 목이 아프도록 따라 부르며 스트레스를 풀며 운동을 하며 밤시간을 보냈다고 합니다. 이와 같이 9월을 보람 있고 즐겁게 잘 보냈으면 합니다.

어제 저녁 9시가 다 되어 교실을 둘러보니 한 젊은 선생님은 골마루에 앉아 열심히 책을 읽고 있었습니다. 보기가 참 좋았습니다. 아름다워 보였습니다. 여가를 최대한 잘 활용하고 있었습니다. 그 속에서 스승을 만났을 것이고 지혜를 발견했을 것이고 지식을 얻었을 것입니다. 이 선생님과 같이 9월에는 책을 읽으며 여유를 찾으면 좋을 것 같습니다.

어제 아침 자습시간에 교실을 둘러보니 세 분 선생님께서 교실에서 학생들의 머리상태를 점검하고 있었습니다. 짧은 방학을 이용해 일부 학생들이 파마를 하고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파마를 한 학생이 꿇어 앉아 벌을 받으며 반성문을 쓰며 지도를 받고 있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어떤 심리학자들과 사회학자들은 산업화, 정보화 사회에서 바쁜 부모들이 아이들을 TV 앞에 너무 많이 방치했고 TV가 아이들의 세계를 없애 버리고 바로 어른의 세계로 건너뛰게 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런지 몰라도 학생들이 자꾸만 어른 흉내를 내려고 합니다.

분명 하드웨어는 학생들인데 겉포장인 소프트웨어는 어른 것을 뒤집어쓰려고 합니다. 이것을 방치하면 나이를 먹으면서 교육 수준이나 수입이 늘어가도 속사람은 계속 자기밖에 모르는 철부지로 남아 이 불균형 속에서 병들게 만든다는 전문가들의 말을 귀담아 듣고 학생다운 학생들이 될 수 있도록 관심과 지도를 아끼지 말아야 합니다.

가정에서 학교에서 학생들의 세계에서 배우고 익혀야 할 기본적인 삶의 원리-인사, 예절, 어른 섬기기, 질서, 자기 절제, 이해심, 열정, 동정심, 사랑, 인내, 근면, 양보 등-을 배우려고 하지 않고 그냥 건너뛰어 감을 보게 됩니다. 이들을 지도하지 않고 그대로 두면 그들이 30-40대가 되었을 때 아마 자기가 몸담고 있는 공동체에서 유연하게 잘 적응하고 사람다운 구실을 할 수 없을 것이란 생각이 듭니다.

최근 젊은이들이 직장에서 컴퓨터도 잘하고 실력도 뛰어나고 능력도 탁월하다는 것은 인정하면서도 너무 철이 없고 자기밖에 몰라 속사람으로서 갖춰야 것들을 잃고 있다고 안타까워 하시는 걸 주변에서 많이 보지 않습니까?

학생들은 학생답게 키워야 합니다. 학생답게 생각하고 학생답게 행동하도록 가르쳐야 합니다. 그래야 어른이 되면 어른다운 어른 노릇을 할 수 있습니다. 학생들을 어른처럼 키워 놓으면 어른이 되어서는 제대로 어른 구실을 하지 못합니다. 위, 아래도 모릅니다. 자기밖에 모르는 극도의 이기심으로 살게 됩니다. 자기만 똑똑한 줄 알고 남의 의견은 무시하고 자기 주장만 내세웁니다. 그렇게 되면 몸담고 있는 직장은 인간미 넘치는 곳이 될 수가 없습니다.

계속 내 자녀를 내가 맡고 있는 학생들을 유능한 인재 만들기에만 급급하여 학생답게 키우는 것을 포기하고 '어른아이'로 만들고 있지는 않은지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합니다. 학생들 세계의 과정을 정상적으로 밟게 하여 인간미 넘치는 속사람이 강건한 '학생다운 학생'을 만들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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