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학교 2학년 3반 급훈이 교학상장(敎學相長)입니다. 그 아래는 ‘가르치고 배우며 함께 크자’라고 쓰여 있습니다. 교실 앞에 세워진 커다란 돌비석에도 敎學相長(교학상장)이라고 쓰여 있습니다.
교학사장이란 예기(禮記) 학기(學記)편에 나오는 말로 가르치고 배우면서 서로 성장한다는 뜻 아닙니까? 즉 스승과 제자는 한쪽은 가르치기만 하고 다른 한쪽은 배우기만 하는 상하관계가 아니라 스승은 학생에게 가르침으로써 성장하고 제자 역시 배움으로써 나아진다는 것입니다.
중국에서 '예'의 본질과 의미에 대해 상세하게 기록한 책이 <예기(禮記)>인데, 그 책의 학기(學記)편에 이런 내용이 나옵니다. “좋은 안주가 있다고 하더라도 먹어 보아야만 그 맛을 알 수 있다. 또한 지극한 진리가 있다고 해도 배우지 않으면 그것이 왜 좋은지 알지 못한다. 따라서 배워 본 이후에 자기의 부족함을 알 수 있으며, 가르친 이후에야 비로소 어려움을 알게 된다...... 그러기에 가르치고 배우면서 성장한다고 하는 것이다.”
“활용의 예 -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는 말이 있다. 이 말은 배움이 깊을수록 겸허해진다는 뜻으로 해석해도 좋을 것이다. 학문이 아무리 깊다고 해도 가르쳐 보면, 자신이 미처 알지 못하는 부분이 적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스승은 부족한 곳을 더 공부하여 제자에게 익히게 하며 제자는 스승의 가르침을 받아 훌륭한 인재로 성장한다.”
이 글에서 알 수 있듯이 선생님은 아무리 학문이 깊다 할지라도 가르치면서 자신이 미처 알지 못하는 부분, 부족한 부분이 많음을 느끼게 될 것입니다. 그래서 선생님은 미처 알지 못하는 부분, 부족한 부분을 더 공부하게 되는 것입니다. 그래야 학생들은 선생님의 가르침에 의해 훌륭한 인재로 성장할 것입니다.
선생님의 배움과 학생들의 배움은 비례합니다. 선생님의 성장과 학생들의 성장도 마찬가지입니다. 선생님의 배움이 적으면 학생들의 배움도 적게 되고 선생님의 가르침에 항상 부족함을 느낄 것입니다. 배고픔을 느낄 것입니다. 갈증을 느낄 것입니다. 학생들은 기대만큼 쑥쑥 성장하지 못할 것입니다.
학생들에게 부족함을 채워주기 위해서라도 배부르게 해주기 위해서라도 갈증을 해소시켜 주기 위해서라도 선생님은 평생 배워야 합니다. 그러기에 선생님은 평생 학생일 수밖에 없습니다. 아니 평생 학생입니다. 선생님이 배움의 좋은 학생이 되어야 좋은 학생을 배출할 수 있습니다.
학생들의 미래는 선생님의 손에 달려 있습니다. 선생님만이 학생들을 세울 수 있습니다. 학생들의 미래를 책임지기 위해서라도 학생들을 바로 세우기 위해서라도 함께 성장하기 위해서라도 선생님들은 배워야 합니다. 공부해야 합니다. 연구해야 합니다. 책을 손에 놓지 않아야 합니다.
학부모마다 학년초가 되면 좋은 선생님 만나기를 고대하고 있습니다. 그 이유가 선생님의 학생들에 대한 영향력이 엄청나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 아닙니까? 헨리 애덤스는 "교사의 영향력은 끝이 없다. 자신의 영향력이 어디서 멈출지 교사 자신도 결코 가늠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선생님의 역할 중 중요한 것 하나가 바로 배우는 자로서의 교사 역할 아닙니까? 잘 가르치는 선생님이 누구입니까? 잘 배우는 선생님 아닙니까? 잘 연구하는 선생님 아닙니까? 잘 준비하는 선생님 아닙니까?
학생들은 선생님과 함께 성장하기를 원합니다. 선생님만큼이나 성장하기를 원합니다. 아니 선생님보다 더 성장하기를 원합니다. 학생들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서 많이 알아야 합니다. 그래야 많이 가르칠 수 있습니다. 가르치는 것이 배우는 것입니다. 배우는 것이 가르치는 것입니다. 잘 알아야 잘 가르치지요. 넘쳐야 충분히 가르치지요.
우리 선생님들은 평생 소원 중 하나가 좋은 선생님 되는 것이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평생 배우는 성실한 학생이 되도록 해야 합니다. 어느 책에 마음에 드는 구절이 있어 소개합니다. “훌륭한 교사들을 만나보면 그들은 한결같이 배우는 데 탁월합니다. 평생학습자로서 살아갑니다. 그런 까닭에 늘 그 가르침이 새롭습니다. 또한 훌륭한 교사들은 ‘배우는 법’을 터득한 분들입니다. 그리고 ‘배우는 법’을 가르치는 분들입니다. 공부를 잘하는 것은 머리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공부하는 기술에 의해 결정됩니다. 할 수 없는 것이 아니라 할 수 있는 방법을 모르는 사람들이 대부분입니다. 지식을 쌓는 것이든 인격을 형성하는 것이든 원리와 방법을 터득하면 쉬워지는 것입니다.”
우리 선생님들은 학생들에게 좋은 선생님, 훌륭한 선생님, 탁월한 선생님, 능력 있는 선생님 소리 듣고 싶지 않습니까? 그렇게 되려면 무엇보다 평생 배워야 합니다. 책을 놓지 않아야 합니다. 평생 학생의 자세가 필요합니다. 가르칠 내용이 없어 끙끙대기보다는 가르칠 내용이 많아 행복한 고민을 할 정도여야 합니다.
9월이 시작되었습니다. 가을을 예고하는 9월 첫날 저녁입니다. 학생들이 야간자율학습을 하는 조용한 시간입니다. 이 좋은 날 좋은 시간에 선생님에게 다가갑니다. 우리 모두 평생 학생으로서의 겸손한 자세로 배우고 공부하고 연구하는 일에 소홀함이 없었으면 하네요. 책을 보시든지 가족과 대화를 나누시든지 집일을 하시든지 텔레비전을 보시든지 음악을 듣든지 운동을 하든지 영화를 보든지 차를 마시든지 무엇을 하든지 간에 편안한 밤 기대합니다. 행복한 밤 원합니다. 기쁨의 밤 되셔야죠. 내일의 만남을 기대하면서 마무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