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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

선생님은 어른입니다

선생님, 오늘은 9월 첫 토요일입니다. 밖에는 매미소리가 들립니다만 한여름만큼 힘있게 들리지 않네요. 개학 한 주를 보내면서 힘들었으리란 생각이 듭니다. 적응하기가 힘들었을 것입니다. 수업에 대한 적응, 시간에 대한 적응, 생각에 대한 적응, 지도에 대한 적응들이 만만치 않았을 것입니다. 첫 주말을 리듬이 깨지지 않도록 잘 조절하셔야 할 것 같습니다.

어제 야자시간에 한 여선생님께서 당번이 아닌데도 집에 가서 애들 챙기고 집일을 하고 여가를 선용해 다시 학교에 와서 학생을 지도하는 걸 보았습니다. 보기가 참 좋더군요. 누가 시키면 그렇게 하겠습니까? 자진함이 그만큼 중요함을 알 수 있더군요.

선생님들은 어른입니다. 어른이기에 어른답게 생각하고 어른답게 행동해야 합니다. 그런데 요즘은 아이 때가 좋아 아이처럼 생각하고 아이처럼 행동하고 아이처럼 자유롭게 되기를 원합니다. 하지만 우리 선생님들은 분명 어른이기에 어른다운 생각과 행동이 뒤따라야 합니다. 그래야만 학생들이 선생님을 존경하게 되고 본받게 되고 영향을 입게 될 것입니다.

우리 선생님들은 하드웨어는 어른이고 소프트웨어는 아이인 키덜트가 되어서는 안 됩니다.‘아이어른’의 특징은 무엇보다 진지하고 무거운 것 대신 유치하고 재미있는 것을 추구한다는 점입니다. 예를 들면 학생이나 선생님이 엽기토끼 같은 앙증맞은 인형을 가방이나 핸드폰에 매달고 다닌다든지, 교실이나 교무실 책상 위에 인형을 올려놓는 다든지 차 안에서 인형을 걸어둔다든지 하는 것입니다.

전문가들은 키덜트들이 이를 통해 얻은 영감이나 에너지가 도움이 된다고 합니다.. 그래서 동심으로 돌아가 현대사회의 복잡다단한 일상에서 벗어나고 싶어 하거나 인생을 재미있게 살려는 성인들이 늘어난다고 합니다.

어른이 어린 시절을 더듬으면서 어린이 심정으로 돌아가는 건 분명 좋은 일입니다. 나이 50 중반에 이른 저도 '아이어른'이 될 때가 많습니다. 때로 그게 삶의 활력소가 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게 너무 지나치면 곤란합니다. 또 그게 직장생활에까지 여파가 미치면 더더욱 곤란합니다.

어떤 문제를 처리함에 있어 누구나 이해가 될 수 있도록 어른답게 생각하고 차분한 행동을 한다면 많은 분들로부터 호응을 얻을 수 있겠지만, 어린애 같은 유치한 발상으로 섣부른 행동을 한다면 많은 분들이 '왜 저렇게 할까' 하고 걱정을 하면서 '아이어른'의 형태에서 어서 벗어나기를 바랄 것입니다.

아이는 아이다워야 하고 어른은 어른다워야 합니다. 아이가 어른다워도- 이를 '어른아이'라 함- 안 되고 또한 어른이 아이다워도- 이를 '아이어른'이란 함- 안 됩니다. 아이가 어른 수준에 맞는 생각을 한다고 해도 '좋은 생각', '굿 아이디어'라고 말하지 않습니다. 또 어른이 어린이다운 발상을 하면 '좋은 발상', '굿 아이디어'라고 하지 않고 오히려 '유치한 발상'이라고 하지 않습니까?
아이는 아이 수준에 맞는 생각, 어른은 어른다운 생각을 해야 합니다. 즉 수준에 맞는 눈높이 생각을 해야 합니다. 행동도 마찬가지입니다. 지나친 '아이어른'은 엄청난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을 수 있음을 인식하고 스스로 유치한 발상과 행동은 자제해야 할 것입니다.

우리 선생님들을 정말 위대합니다. 부모만큼 위대합니다. 왕만큼 위대합니다. 보통 직장인들이 부러워할 만큼 위대합니다. 아무도 부인 못할 것입니다. 앞서 간 분들의 선생님에 대한 말씀들이 예사롭지 않음을 알게 됩니다. 그분들은 역시 보는 눈이 예리했습니다. 민첩했습니다. 매서운 눈을 갖고 있었습니다. 깊이 보고 멀리 볼 줄 알았습니다.

선생님들의 가치를 인정해 주었습니다. 선생님들의 가치를 부여해 주었습니다. 선생님들의 의미를 부여해 주었습니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선생님의 위대함을 인정하려 하지 않습니다. 선생님의 가치를 낮추려 합니다. 선생님의 의미를 평가절하 합니다. 외부에서만 그러한 것이 아니라 선생님 자신마저도 그렇게 하는 안타까움이 있습니다.

선생님들은 위대하기에 생각도 행동도 위대해야 합니다. 선생님의 생각이 어른이어야 합니다. 선생님의 행동이 어른이어야 합니다. 선생님의 생각이 아이가 되어서는 안 됩니다. 선생님의 행동이 아이처럼 유치해서는 안 됩니다. 선생님은 어른이기에 어른다운 생각, 어른다운 행동이 뒤따라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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