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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

교육은 인내입니다

오늘은 9월의 첫 월요일입니다. 이제 완연한 가을입니다. 출근하러 밖에 나와 보니 더운 기운이 전혀 없습니다. 선선한 바람이 다가옵니다. 하늘은 푸릅니다. 하늘은 높습니다. 새소리는 다정다감합니다.

여름 내내 기다림의 결과입니다. 더위를 이긴 결과입니다. 여름 내내 소망했던 것입니다. 기다림이 왜 중요한지를 깨우쳐 주는 아침입니다. 무턱대고 기다린 것이 아니라 인내하며 기다렸습니다. 노력하며 기다렸습니다. 짜증나도 참았습니다. 힘들어도 견뎌냈습니다. 그러기에 오늘과 같은 날이 온 것입니다.

모든 게 때가 있습니다. 더위가 가고 나면 선선함이 옵니다. 우리는 이때를 바라보며 살아왔습니다. 이때가 올 것을 기대하며 살아왔습니다. 이때가 오지 않을 것처럼 불평하며 살지는 않았습니다. 반드시 오리라는 확신 속에 살아왔습니다. 오늘의 때를 맞이한 우리로서는 내일의 때를 기다리며 또한 삽니다. 풍성한 가을을 기대하며 삽니다. 풍성한 수확을 기대하며 삽니다. 좋은 결실을 기다리며 삽니다. 인내하면서 노력하면서 말입니다. 바라보면서 삽니다.

학교에 들어오니 운동장 트랙에는 두 어른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한 분은 70대쯤 되어 보이는 할머니께서 외출할 때 입는 옷처럼 보이는 정장을 하고 깔끔한 모자를 쓰고 땅을 쳐다보며 무언가 골똘히 생각하며 천천히 걷고 있는 모습이 아름다웠습니다. 그 뒤에는 70대 되어 보이는 할아버지께서 역시 모자를 쓰고 자유로운 복장으로 다가온 가을을 생각하는 듯 고개를 숙이며 천천히 걷고 있었습니다.

아마 평생을 기다리며 인내하며 노력하며 경험하며 살아온 분이시기에 오늘 아침에 저와 같은 생각을 하며 돌고 있었으리라 봅니다. 누구보다 더위를 견디기가 힘들었을 것인데 선선한 가을을 얼마나 고대하며 살았겠습니까? 푸른 하늘과 높은 하늘을 바라보았겠습니까? 얼마나 외롭게 지내는 그들에게 친구 되어 찾아오는 새들의 음성을 들으려고 애썼겠습니까?

저는 오늘 아침 우리 앞에 펼쳐진 9월 첫 월요일의 풍광들을 보면서 교육은 기다림이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교육은 때라는 생각도 하게 됩니다. 교육은 인내라는 생각도 하게 됩니다. 교육은 노력이라는 생각도 하게 됩니다.

이제 3학년 수능일은 70여일 조금 더 남았습니다. 3학년 선생님들과 학생들 얼마나 기다리고 있습니까? 얼마나 참고 있습니까? 얼마나 노력합니까? 지금의 과정은 한여름과 같습니다. 너무나 견디기가 힘듭니다. 짜증납니다. 집중력이 떨어집니다. 포기하고 싶은 마음도 열두 번 더 생깁니다.

하지만 우리들에게는 선선한 바람이 불고 푸르고 높은 가을이 있기에 바라보면서 기다립니다. 참습니다. 인내합니다. 더욱 분발합니다.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꿀떡 같아도 참습니다. 참고 또 참습니다. 그리고는 이기려고 노력합니다. 3학년 1반의 급훈이 '나는 나를 넘는다'입니다. 이게 바로 인내 아닙니까? 인내로 자기를 극복해야 합니다.

우리들은 수능의 때를 기다려야 합니다. 선생님들도 기다려야 합니다. 참아야 합니다. 얼마나 힘듭니까? 이제 앞이 보입니다. 조금만 더 인내하시면 됩니다. 학생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성적 안 올라간다고 화내지 말고 조금만 더 참아야죠. 수시 1차에 떨어졌다고 화내지 말고 인내해야죠. 조급증을 내면 안 됩니다. 포기해서도 안 됩니다.

오늘 아침 교실을 둘러보니 두 학생이 이어폰을 각각 나눠 끼고서 공부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지금 3학년을 그렇게 해서는 안 됩니다. 집중력을 분산시켜서는 안 됩니다. 계속 집중해야 합니다. 계속 공부해야 합니다. 계속 노력해야 합니다. 잘 이겨내야합니다. 그래야 선선한 바람이 불 날이 오게 됩니다. 푸르고 높은 하늘을 볼 날이 오게 됩니다. 인내한 자에게 들려주는 새들의 합창을 들을 날이 오게 됩니다.

‘요로원야화기(要路院夜話記)’에서 지은이의 박두세 선생님께서는 아홉 가지 생각하는 글자를 써 항상 눈에 보고 외운다고 하였습니다. 그 속에는 인(忍)이 들어 있습니다. 일부 소개할 테니 음미해 보셨으면 합니다.

“사곡(邪曲)한 마음이 나려거든 문득 바를 정(正)을 생각하면 사벽(邪僻)하기에 이르지 아니하고, 거오(倨傲)한 마음이 나려거든 경(敬)을 생각하면 거오(倨傲)하기에 이르지 아니한다. 태타(怠惰)한 마음이 나려거든 부지런할 근(勤)을 생각하면 태타(怠惰)하기에 이르지 아니하고, 사치(奢侈)한 마음이 나려거든 검박할 검(儉)을 생각하면 사치(奢侈)한 데 이르지 아니한다. 속이고 싶은 마음이 나려거든 정성 성(誠)을 생각하면 속이기에 이르지 아니하고, 이욕(利慾)의 마음이 나려거든 옳을 의(義)를 생각하면 이욕(利慾)에 이르지 아니한다. 말할 때에 잠잘 묵(黙)을 생각하면 언실(言失)이 있지 아니하고 기롱(譏弄)할 때에 영웅 웅(雄)을 생각하면 경조(輕躁)하기에 이르지 아니한다. 분노(忿怒)할 때에 참을 인(忍)을 생각하면 급조(擧措)가 있지 아니하다.”

우리 3학년 선생님들과 3학년 수험생들은 여기에 나오는 ‘1.정(正), 2.경(敬), 3.근(勤), 4.검(儉), 5.성(誠), 6.의(義), 7.묵(黙),8.웅(雄), 9.인(忍)’ 이 아홉 가지 글자 중 특히 9.인(忍)’ 을 늘 생각하여 날마다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기는 나날이 되었으면 합니다.

교육은 기다림입니다. 교육은 때입니다. 교육은 인내입니다. 교육은 노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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