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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

해야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

오늘 2교시째 교실을 둘러보았습니다. 1학년 교실을 돌다가 골마루에서 쪽지 하나를 발견했습니다. 네모반듯한 조그만 쪽지에는 <오늘 할 일> 일곱 가지가 적혀 있었습니다. 내용은 이러합니다. ‘1. 허생전 3번 읽기 2. 짝지 생각 ♥ 3.공부 안하고 자기 4. 밤에 간식 먹기 5. 입 열고 있지 않기 6. 밤새도록 게임하기 7.위에 적은 것 다 지키기’ 였습니다. 그 중 1번과 5번은 붉을 형광펜으로 색칠을 해 놓았습니다.

저는 이 글을 읽고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에 대해 잠시 생각해 보았습니다. 이 학생은 1학년 학생이라 여유가 있어 보였습니다. 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 분명 알고 있었습니다. 붉은 펜으로 표시를 해 놓은 것이 해야 할 일이고 해야 할 일의 중요함을 알고 있었습니다.

해야 할 일 1번에 '책읽기'-허생전 3번 읽기-를 적고 실행에 옮긴 것을 보면 고등학생에게 무엇이 중요한지를 알고 있었습니다. 독서가 얼마나 중요한지 알고 있었습니다. 독서를 통해 논술력을 키우고자 하는 노력도 보입니다. 독서를 통해 지혜를 배우고자 하는 노력도 보입니다.

또 해야 할 일 5번의 '입 열고 있지 않기'를 보면 침묵의 중요성을 알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침묵 속에 발전이 있는 것도 알고 있었습니다. 침묵할 때 고요해지고 맑아지며 밝아지는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나아가 침묵 속에 보게 되고 새롭게 되고 듣게 되고 깊어지는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해야 할 일보다 하지 말아야 할 일에 더 관심이 많은 것을 보게 됩니다. 여섯 가지 해야 할 일 중 네 가지가 하지 말아야 할 일을 하고 있었습니다. 눈만 뜨면 짝지(남자친구) 생각하고 사랑하면 어떻게 됩니까? 이렇게 되면 공부가 되겠습니까? 수업이 제대로 되겠습니까? 시간만 나면 휴대폰으로 문자 보내고 전화하고 할 것 아닙니까? 아무리 사춘기라 해도 도가 지나치면 곤란하지 않습니까? 공부에 방해가 될 정도가 되어서야 되겠습니까?

학생들이 밤에 공부 안하고 자면 어떻게 됩니까? 그것도 하루, 이틀이지 매일 그렇게 하면 큰 일 아닙니까? 부모들이 귀가 찰 것 아닙니까? 그것도 그냥 자는 것이 아니고 간식을 먹고 자니 어떻게 됩니까? 밤에 먹는 것은 백해무익인데 밤에 간식을 좋아하니 보나마나 비만 아니면 비만 일보직전 아니겠습니까? 그렇지 않다면 학생 성인병 경고를 받을 만한 우려되는 학생 아닙니까?

이것으로 끝나는 것도 아니고 더 나아가 밤새도록 컴퓨터 게임을 한다니! 한두 시간 하는 것도 아니고 밤새도록 하다니요. 문제도 보통 문제가 아닙니다. 이렇게 되면 게임중독에 걸려 심각한 지경에 이를 수밖에 없습니다. 몸에 경련을 일으킨다든지 두통을 앓게 된다든지 시력이 약화된다든지 심지어 목숨까지 잃게 되는 사례도 보지 않습니까? 이런 학생들이 학교에 오면 보나마나 수업시간에 잠잘 것 아니겠습니까?

학교에서 잠자는 학생을 우리 선생님들은 예사로이 보아서는 안 될 것입니다. 분명 문제가 있을 것입니다. 무엇을 생각하고 있으며 무엇을 하고 있는지 유심히 살펴볼 필요가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학생들이 해야 할 일과 해서는 안 되는 일을 구분하도록 가르쳐야 합니다. 무엇이 유익이 되고 무엇이 무익한지를 분별하는 힘을 길러줘야 합니다. 그리고 수시로 관심을 가지고 수시로 학부모와 연락하고 상담하며 수시로 행동을 주시해야 합니다. 그리하여 더 이상 구렁텅이에 빠져 들어가기 전에 구해내야 합니다.

학생들은 언제나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 가운데 갈등하고 있습니다. 해야 할 일이 좋은 줄 알면서도 하지 않으려 합니다. 해야 할 일은 흉내만 냅니다. 건성으로 합니다. 반면에 하지 말아야 할 것이 좋지 않은 줄 알면서도 하려고 합니다. 열심히 합니다. 집중적으로 합니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합니다. 몸이 상해도 합니다. 이래서는 안 되는데 하면서도 더욱 깊이 빠져 들어갑니다.

이때 우리 선생님들의 역할은 매우 중요합니다. 학생으로서의 바른 길을 가도록 하느냐 그렇지 못하느냐 하는 게 우리 선생님들의 몫입니다. 우리 선생님들은 그들의 구원자의 역할을 해야 합니다. 그들의 인도자 역할을 해야 합니다. 그들의 방향을 제시해야 합니다. 갈등하는 학생들에게 바른 판단을 하도록 해 줘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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