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저녁시간은 저에게 생기를 주는 저녁이었습니다. 이틀 동안 비가 와서 그런지 몰라도 마음도 몸도 생각도 가라앉아 있었습니다. 저녁에는 일찍 집에 들어가 쉬고 싶었습니다. 마음이 흔들렸습니다. 생각이 흔들렸습니다. 그렇지만 수고하시는 선생님들이 계시는데 힘들어 하시면서도 고생하시는 선생님들이 계시는데 갈 수 있나 하면서 다시 힘을 내어 야자에 함께 참석합니다.
저녁식사를 마치고 운동장 트랙을 도는 시간은 저에게 생기를 주고도 남았습니다. 비갠 뒤의 잔디가 생기를 얻고 있었습니다. 학교를 둘러싼 나무들이 생기를 얻고 있었습니다. 담쟁이들이 생기를 얻고 있었습니다. 푸른 등나무들이 생기를 얻고 있었습니다.
이틀 동안의 비가 생기를 주었습니다. 선선한 가을바람이 생기를 안고 왔습니다. 검은 구름 뒤의 푸른 하늘이 생기를 선사했습니다. 환하게 다가온 둥근달이 생기를 주었습니다. 반짝반짝 빛나는 세 개의 별이 생기를 주었습니다.
그래서 휘파람을 불었습니다. 노래를 불렀습니다. 생각이 떠오르기 시작했습니다. 느낌이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마음이 기쁘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메모를 하게 됩니다. 트랙을 돌 때 두 학생이 인사를 해서 그들에게 물었습니다. 환하게 다가오는 달을 가르키면서 ‘저 달을 보면서 무엇을 생각하게 되나?’ 하니
한 학생이 ‘쟁반요, 예쁜 저의 얼굴요, 반짝반짝 빛나는 저의 눈동자요’하더군요. 쳐다보니 키도 크고 눈도 예쁘고 인물도 예뻤습니다. 그래서 ‘눈이 정말 예쁘군, 얼굴도 예쁘구나, 저 달을 쳐다보면서 이렇게 생각하듯이 모든 사물을 볼 때마다 좋은 것 생각하고 좋은 것 느끼도록 해야지’하니 ‘예, 감사합니다.’ 하더군요.
요즘 선생님들의 모습들을 보니 너무 힘들어 보였습니다. 특히 3학년 담임선생님들은 더욱 힘들어 보였습니다. 수능원서에다 2차 수시원서를 위한 상담에다 교재연구에다 수업에다 야자감독에다 해야 할 일이 너무 많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선생님들께서 너무 힘들어 마음이 흔들리겠다는 생각도 하게 됩니다.
이럴 때 선생님들에게 힘을 실어줘야 하는데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 고심도 하게 됩니다. 말 한 마디가 힘을 실어주기도 하지만 자칫 잘못하면 오히려 역효과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힘들어 하시는 선생님들에게 생기를 불어넣어 주고 힘을 실어주기 위해 도종환의 시 ‘흔들리는 꽃’을 소개해 주려고 합니다.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빛나는 꽃들도 다 흔들리면서 피었나니 흔들리면서 줄기를 곧게 세웠나니 흔들리지 않고 가는 사랑이 어디 있으랴 젖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빛나는 꽃들도 다 젖으며 젖으며 피었나니 바람과 비에 젖으며 꽃잎 따뜻하게 피었나니 젖지 않고 가는 삶이 어디 있으랴 '
세상에 피는 어떤 아름다운 꽃도 찬란한 꽃도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없습니다. 마찬가지로 우리 선생님들도 아무리 굳은 심지를 갖고 열심히 하셔도 한계가 있게 마련이고 마음이 흔들릴 때가 있을 것입니다. 포기하고 싶고 쉬고 싶고 적당히 하고 싶고 할 것입니다. 이럴 때 꽃들을 생각해 보셔야죠. 그 어떤 아름다운 꽃도 사랑받는 꽃도 인정받는 꽃도 흔들리지 않는 꽃이 없잖아요. 그렇지만 떨어지지 않고 참고 견딤이 있었기에 아름다운 꽃을 선보이게 된 것입니다. 누구나 좋아하는 꽃이 된 것입니다. 향기를 발하는 꽃이 된 것입니다.
우리 선생님들은 꽃입니다. 찬란한 꽃입니다. 아름다운 꽃입니다. 누구나 부러워하는 꽃입니다. 학생들도 마찬가지로 꽃입니다. 빛나는 꽃입니다. 아름다운 꽃입니다. 누구나 부러워하는 꽃입니다. 그러기에 때로는 흔들리기 마련입니다. 바람이 불어 흔들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흔들리면서 넘어지지 않고 꽃을 피웠습니다. 흔들리면서 좌절하지 않고 줄기를 곧게 세웠습니다. 흔들리면서 포기하지 않고 더욱 사랑했습니다.
우리 선생님들도 우리 학생들도 힘들고 어렵더라도 아무리 바람이 불고 흔들더라도 더욱 뿌리를 깊게 내리고 줄기를 곧게 세워 아름다운 꽃을 선보여야 합니다. 그래야 주위의 모든 분들로부터 인정받습니다. 사랑받습니다. 귀여움을 받게 됩니다. 그래야 더욱 아름다운 향기를 발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