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9월 첫 놀토입니다. 선생님들은 놀토를 의미 있게 보내시고 계시는지요? 저에게는 큰 유익이 되었습니다. 집에서 푹 쉴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저의 살고 있는 아파트는 전망이 좋습니다. 푸른 하늘이 보입니다. 푸른 산들이 보입니다. 푸른 나무들이 보입니다. 고속도로가 보입니다. 24호 국도가 보입니다. 강이 보입니다. 일반 집들이 보입니다. 밖을 내다보며 가을을 즐겼습니다. 책을 보았습니다. 그리고는 사색에 잠겼습니다.
조금 전에 인격에 관한 글을 읽었는데 인격을 갖춘 자가 존경을 받는다고 하네요. 독일의 철학자 칸트는 ‘인격은 책임능력이다’라고 하네요. 책임적인 존재로 사는 인격자는 반응하는 능력이 탁월하다고 합니다. 그리고 인격자는 모든 일에 적극적으로 창조적으로 반응하는 사람이라고 하네요. 남을 탓하거나 운명을 탓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일을 책임지는 사람이고 최소한 환경이나 사람을 바꾸지 못하더라도 자신의 태도는 변할 수 있다고 믿고 그렇게 실천하는 사람이라고 합니다.
저는 이 글을 읽고 우리학교의 선생님 한 분을 떠올리게 되었습니다. 이 선생님이야말로 모든 사람들에게 존경을 받을 수 있는 인격적인 선생님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이 선생님은 50대 초반의 선생님이십니다. 유명한 사범대학과 대학원을 졸업하신 실력있는 분이십니다. 이 분의 성품은 남다른 데가 많습니다. 겸손합니다. 예의가 바릅니다. 인사를 잘 하십니다. 크고 작은 일이든 맡았으면 책임성 있게 분명히 해 냅니다. 성실합니다. 일을 맡기면 즉각 반응이 옵니다. 모든 일을 적극적으로 하십니다. 창조적으로 반응하십니다. 남을 탓하거나 미워하지 않습니다. 자신의 관리하는 능력이 뛰어납니다. 남에게 영향력을 끼치는 분이십니다.
우리학교에 오신 지 3년차이신데 작년에는 연구부장을 하셨습니다. 젊은 부장선생님에게 모범을 보이셨습니다. 부장은 이렇게 한다는 것을 몸소 보이셨습니다. 사소한 일이라도 처음부터 끝까지 보고합니다. 올해는 후배를 위해 부장직을 내놓으셨습니다. 자진해서 담임을 맡으셨습니다. 아침에는 8시가 되기 전에 오셔서 교실에 들어가십니다. 특별한 일 없으면 야자감독을 빠지지 않습니다. 사모님께서 수술 후 후유증이 있어 힘들어하시는데도 학교를 비우지 않으셨습니다.
지금까지 조금도 변함이 없습니다. 수업도 차분하게 잘 하십니다. 교실에 있는 선진기기를 이용합니다. 목소리도 조용합니다. 교실분위기는 진지합니다. 자는 학생이 없습니다. 교감자격증을 가지신 분이라 전문직 시험에 응시해서 교육청에 근무하시는 게 어떠냐고 하니 학생들과 함께 수업하며 지내는 것이 좋다고 합니다.
지금도 학생지도를 소홀히 하지 않습니다. 학생들을 혼내기도 합니다. 달래기도 합니다. 알아듣도록 타이릅니다. 선생님은 우리학교에 많은 제자 선생님을 두고 계십니다. 부장선생님도 두 분 계십니다. 제자 선생님이 7-8명이나 됩니다. 제자 선생님들은 선생님께서 열심히 하시니 오히려 따라하지 못함을 부담스럽게 여길 정도입니다.
저는 교직생활을 하면서 많은 존경할 분을 만났습니다만 특히 이 선생님과 같은 분은 만나보지 못했습니다. 저는 지금도 이 부장선생님이라고 부릅니다. 이 부장선생님이야말로 남에게 기대며 살기보다는 오히려 남에게 무엇인가를 가르치며 기여하며 말없이 다른 선생님에게 영향력을 끼치며 사는 분이십니다.
저는 이 부장선생님으로부터 많은 감동을 받습니다. 좀 더 일찍 만났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정말 존경할 분입니다. 교감연수를 받은 지 3년이 되어도 교감을 나가지 못합니다. 그래서 낙심하며 견디기 어려운 시기인데도 자신의 성숙의 기회로 삼고 선생님의 모델이 되어 주십니다. 작은 것을 예사로이 보지 않습니다. 작은 것을 귀하게 봅니다. 작은 것을 크게 볼 수 압니다. 작은 일에 성실합니다. 작은 일에 최선을 다합니다. 작은 일을 마다하지 않습니다. 가장 위험한 일이 작은 일들을 태만히 하는 것임을 알고 있는 분입니다. 불성실은 이 부장선생님에게는 어울리지 않습니다.
세상에는 꿈을 성취한 사람은 많지만 인격이 고상한 사람은 적습니다. 하지만 이 부장선생님은 모래 속의 진주입니다. 감추어진 보배입니다. 부러움의 대상이 아니라 존경의 대상입니다. 이 부장님 진심으로 존경합니다. 이 부장선생님은 인격이 훌륭하여 많은 분들로부터 존경을 받으리라 확신합니다. 많은 인격을 지닌 제자들을 길러 내리라 확신합니다.
저가 이 부장선생님께 조금도 도움이 되지 못함을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힘이 되어주지 못해 죄송합니다. 하지만 마음만은 이 부장님의 힘이 되려고 애씁니다. 머지않아 큰 인물이 될 것입니다. 울산교육에 크게 이바지할 인물이 될 것입니다. 절대 좌절하지 마시고 큰 꿈을 향해 나아가셔야죠. 작은 일에 성실하신 선생님이야말로 큰일을 맡으셔도 성실하고 책임있게 잘 감당할 수 있으리란 생각이 듭니다.
주말 사모님 건강도 돌보시고 늦둥이에게도 사랑을 듬뿍 주는 시간들이 되었으면 하네요. 언제나 건강하셔야죠. 힘내셔야죠.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