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9월 둘째 월요일입니다. 지난 월요일 한 선생님께서는 저에게 이렇게 메일을 보내왔습니다.
“새벽녘에 바람이 너무 서늘해 잠을 깼으니 낮더위를 감안한다고 해도 가을이 온 건 맞는 것 같습니다. 제가 워낙 서늘한 걸 좋아하니 저녁에 창문을 아직도 많이 열어두고 자는 대신 다른 식구들 방문은 닫아두는데 그래도 다들 잘 자니 기온이 많이 떨어지긴 떨어졌나 봅니다. 월요병을 영어로는 Monday Blues라고 합니다. 별 스트레스 없는 것처럼 태연하려고 애쓰고 있습니다.”
오늘은 월요일인데다 하늘마저 회색구름이라 마음을 우울하게 만듭니다. 마음을 무겁게 만듭니다. 기온차로 몸을 시달리게 합니다. 하지만 생각을 맑게 해야 합니다. 밝게 해야 합니다. 무거움을 떨쳐 버려야 합니다. 별 스트레스 없는 것처럼 태연하려고 애써야 할 것입니다.
오늘 아침은 나무에 대한 생각을 해 봅니다. 여름을 이겨낸 가을나무와 겨울을 이겨낸 봄나무를 생각해 봅니다. 가을나무를 보십시오. 여름 내내 더위 속에 얼마나 찌들렸습니까? 얼마나 힘들었습니까? 얼마나 땀을 많이 흘렸습니까? 비가 오지 않아 수분의 결핍으로 얼마나 많이 시달렸습니까?
하지만 때를 기다리며 잘 참았기에 오늘의 가을나무가 된 것 아닙니까? 가을바람의 환영을 받으며 흔들거리는 모습이 너무 아름답지 않습니까? 비의 공급으로 인해 생기있는 모습이 얼마나 푸릅니까? 푸르다 못해 검게 물들었지 않습니까? 이는 여름 내내 소망하며 기다림의 결과입니다. 땀흘리며 기다림의 결과입니다. 찌들림 속에서도 인내하며 기다림의 결과입니다. 시달리며 기다림의 결과입니다.
겨울나무를 노래한 이의 아름다움을 소개합니다.
“사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기다림입니다. 제가 머물고 있는 숙소 창문 너머에 푸른 나무 가지가 솟구쳐 올라와 있습니다. 솟구쳐 오른 가지에 푸른 잎사귀들이 나와 있습니다. 푸른 잎사귀를 보면서 봄을 기다린 겨울나무의 기다림을 생각했습니다. 겨울나무는 외로웠습니다. 겨울나무는 고독했습니다.
누구의 관심을 끌지 못한 채 홀로 한 겨울을 나야 했습니다. 우리는 인생 여정에서 가끔 겨울나무와 같은 시절을 만나게 됩니다. 외롭고 추운 겨울을 통과해야 할 때가 있습니다. 몸은 병들고, 힘은 쇠약해지고, 주위에 친구들은 멀리 떠나가고, 사업은 실패를 맛보아야 하는 때가 있습니다. 의심이 찾아오고, 생각이 혼돈스럽고, 초점이 흐려지고, 상처가 더욱 깊어져 갈 때가 있습니다. 그때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겨울나무처럼 봄을 기다리는 것입니다. 조용히 봄을 기다리는 것입니다.”
봄나무와 가을나무는 기다림이 만들어낸 걸작품입니다. 겨울나무가 기다린 끝에 만들어낸 나무가 봄나무 아닙니까? 여름나무가 기다림의 결과 만들어낸 나무가 가을나무 아닙니까? 봄나무, 가을나무는 기다림이 만들어낸 보배입니다. 저는 이 나무들을 보면서 교육이 기다림이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고등학교 1,2학년 학생들은 겨울을 통과한 봄나무이고 3학년은 여름을 통과한 가을나무가 되어야 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고1,2 학생들은 중3때 고입을 위해 얼마나 기다리며 열심히 공부했습니까? 외로움을 달래가며 공부하지 않았습니까? 마음의 추위를 느끼며 공부하지 않았습니까? 눈을 맞으며 공부하지 않았습니까? 처음으로 입시라는 관문을 통과하기 위해 냉혹한 겨울을 맛보아야 했습니다. 찬바람을 견뎌내야 했습니다. 외로움을 이겨내야 했습니다. 그러했기에 푸른 잎을 과시하며 아름다운 꽃을 피우는 봄나무가 된 것입니다. 아무 걱정 없이 즐겁게 지냅니다. 조금도 걱정이 없습니다. 거저 봄이 좋아 즐길 뿐입니다.
하지만 3학년은 어떻습니까? 봄은 잠시뿐입니다. 봄나무의 기쁨은 잠시뿐 다시 더위와 싸워야 합니다. 땀과 싸워야 합니다. 찌들림과 함께 싸워야 합니다. 시달림과 싸워야 합니다. 이겨내야 합니다. 기다리며 기대하며 소망하며 바라봅니다. 그런 과정을 거친 가을나무는 선선한 바람과 함께 춤을 추게 됩니다. 촉촉한 비와 함께 긴 호흡을 쉴 수 있습니다. 한숨을 돌리게 됩니다. 울긋불긋 화려한 옷을 입고 나와 모든 분들로부터 환희의 박수를 받게 됩니다. 풍성한 열매로 보답합니다. 그들의 그 열매로 인해 기쁨의 잔을 마시며 함께 즐거워하게 됩니다.
우리 선생님들은 아름다운 봄나무를 풍성한 가을나무로 만들어야 합니다. 이 날을 기다리며 고대하면서 교육합니다. 우리 학생들은 이 날을 기다리며 피눈물나게 공부해야 합니다. 기다리면서 외롭게 밤과 싸워야 합니다. 기다리면서 온갖 찌들림 속에서도 잘 견뎌내야 합니다. 기다리면서 고통을 참아내야 합니다. 이게 교육입니다.
그래야 때가 되면 가을나무다운 가을나무가 될 수 있습니다. 열매 있는 가을 나무가 됩니다. 울긋불긋 화려한 옷으로 단장한 가을나무가 됩니다. 기쁨을 선사하는 가을나무가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