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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1.14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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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

생활지도는 말하기가 아니라 듣기입니다

가을의 정취를 느낄 수 있는 초가을 아침인 것 같습니다. 청명한 하늘은 아니더라도 그런대로 아름답고 푸른 하늘이었습니다. 한더위를 이겨낸 가을나무는 잎이 더욱 푸르렀습니다.

학교 교문에 들어서니 주민 10여명이 트랙을 돌면서 운동을 하고 있더군요. 아침을 운동으로 시작하는 그분들이 부러워 보입니다. 시간의 여유가 부럽습니다. 그분들이 운동하는 동안 저는 출근을 했으니 말입니다. 그래도 즐겁습니다. 누구보다 학교생활을 조용한 가운데 일찍 맞이할 수 있으니 얼마나 좋습니까? 가을벌레 소리 들어가면서 말입니다. 생각과 느낌을 메모하면서 말입니다.

어제 이웃 학교 한 선생님은 교장선생님께서 이것저것 제안을 많이 하셔서 부담, 부담, 부담 그 자체라고 하소연하는 것을 듣게 되었습니다. 혹시 우리 선생님들 중에도 부담,부담,부담으로 힘들어하시는 선생님이 계시지 않은지 모르겠습니다. 학교생활이 절대 부담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학교생활이 부담없이 편안해야지 부담 그 자체라면 얼마나 불행하겠어요? 언제나 학교생활은 행복해야 합니다. 쓸데없이 부담을 주는 일이 있다면 언제라도 말씀을 해 주셔야 합니다. 그래야만 부담을 줄여줄 수 있습니다.

저는 어제 ‘상대를 압도하는 듣기 기술’이라는 글을 읽게 되었습니다. 그 글이 가슴에 와 닿네요. 일리가 있었습니다. 이 글을 읽고는 우리 선생님들이 학생들을 지도할 때 말하기보다 듣기가 중요하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상대를 압도하는 듣기 기술’이라는 글 속에는 설득의 달인 소크라테스의 이야기가 나오네요. 소크라테스는 말을 잘 하는 사람이 아니고 그의 어투는 어눌했고 말을 더듬기도 했다고 하네요. 그런데도 입담 좋은 이들은 소크라테스 앞에만 서면 자신이 잘 알지도 못하면서 잘난 척했다는 사실을 부끄러워하면서 이내 꼬리를 내리곤 했다고 하네요.

소크라테스는 서툰 말솜씨로 상대를 설득할 수 있었던 비밀은' 듣기’에 있었다고 합니다.

“소크라테스는 상대가 무슨 이야기를 하든지 절대 반박하려 들지 않았다. 상대방이 옳다고 믿고, 그의 말을 좀 더 완벽하게 알아들을 수 있도록 주의 깊게 들으며 이해가 안 되는 점을 되물었을 뿐이다. 설득 능력은 말을 조리 있게 잘 하는지에만 달려 있지 않다. 뛰어난 입심은 되레 반감만 불러올 때도 많다. 남의 말은 듣지도 않고 자기주장만 하는 사람, 시끄럽게 울려대는 놋그릇처럼 쉴 새 없이 말을 늘어놓는 사람, 너무 논리적이어서 차갑고 징그럽기까지 한 사람…말 잘해서 ‘비호감’인 경우들이다.”

문제가 있는 학생들을 대할 때 우리 선생님들은 어떠하십니까? 듣기를 좋아하십니까? 아니면 비호감의 경우처럼 뛰어난 입심으로 되레 반감만 주지 않는지요? 또 쉴 새 없이 말을 늘어놓아 정신없이 혼을 빼놓지는 않는지요? 학생의 말은 귀담아 듣지 않고 선생님 말씀만 하지 않은지요? 너무 논리적이어 차갑고 징그럽게까지 느끼게 하지는 않는지요?

저는 문제 학생들을 대할 때마다 선생님의 말하기보다 듣기가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소크라테스처럼 말은 못하더라도 잘 들어주는 선생님이 되면 학생들이 좋아하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학생의 이야기를 듣다가 자기말의 모순이나, 잘못이나, 문제점이 발견되면 그 부분만 되물을 정도만 되면 학생들을 변화시키는데 큰 힘이 될 것 같습니다.

어떻게 해야 제대로 들을 수 있을까?에 대해 이 글에서는 먼저, ‘자비의 원칙(Principle of Charity)’을 마음속 깊이 새겨야 한다고 합니다.

“자비의 원칙이란 상대가 어떤 주장을 펴건 일단 옳다고 믿고 최대한 이를 받아들이려는 자세를 말한다. 오해와 갈등은 상대를 비판하겠다는 마음 자세에서부터 비롯된다. 설사 나로서는 도무지 납득이 안 되는 말이라 해도 상대가 그만한 주장을 펴는 데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고 생각하자. 그리고 어떡하든 상대를 이해하고, 잘못이 있어 보이는 대목은 고쳐주겠다는 자세로 주의 깊게 들어 보자. 그러다 보면 어느덧 상대의 의도와 내 뜻이 다르지 않음을 발견하게 될 지도 모른다.”

그렇습니다. 우리 선생님들은 문제 학생들과 대화할 때 무슨 주장을 펴건 의견의 옳지 않다고 하더라도 상대방의 의견을 존중하고 받아들이려는 자비의 정신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만약 문제 학생의 의견을 받아들이려는 자세보다 비난하려는 자세를 취한다면 그 학생은 끝까지 똥고집을 부리며 굽히지 않으려고 할 것 아니겠습니까? 하지만 언제나 도와준다는 자세로 부드럽고 신중하게 들어주면 그 학생도 마음을 열어 자신의 잘못을 스스로 깨닫게 되고 뉘우치지 않겠습니까?
우리 선생님들은 문제 학생들을 지도할 때 자세가 어떠했는지 한번 점검해 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학생들을 지도할 때 주로 말하기입니까? 아니면 듣기입니까? 문제 학생들을 대할 때 비난하는 자세입니까? 도와주려는 자세입니까?

학생지도는 말하기가 아니고 듣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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