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말이 있지만 요즘은 10년은커녕 1년만 지나도 눈이 휘둥그레질 정도로 세상이 변하고 있다. 하루가 다르게 들어서는 고층건물들과 새로 뚫리는 도로들로 이곳 서산도 1년 내내 어수선하다. 특히 학교 주변엔 까마득한 높이의 아파트들이 우후죽순처럼 들어서기 때문에 학교가 점점 왜소해지고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아름다운 산과 숲을 볼 수 없어 정서가 메말라간다.
학교 근처 신축아파트에 사시는 주민들이야 학교가 가까우니 여러모로 자녀 교육에 도움이 되겠지만 정작 학교는 그리 환영할 일이 못된다. 아파트 베란다에 서면 학교 전경은 물론이고 교실 안까지 훤히 내려다보이기 때문이다. 선생님들이 수업을 열심히 하는지 어쩐지 아니면 아이들이 옥상에 올라가 담배를 피우는지 싸움을 하는지 손바닥 보듯 관찰할 수 있어 가끔 교장실로 전화를 해서 민원을 제기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물론 그런 전화는 각종 사고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기 때문에 좋은 일이지만 어쩐지 알몸을 남에게 드러내 보이는 것 같은 찜찜한 기분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학교 주변의 건물들은 하루가 다르게 현대화되고 웅장해지는데 비해 학교는 여전히 예전의 그 초라한 모습 그대로인 것이 마치 요즘 교육계의 위상을 보는 것 같아 서글퍼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