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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1.14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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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

망중한의 연휴 단상(斷想)!


바쁜 와중에 갑자기 찾아온 긴 휴식은 시간마저 정지시킨 것처럼 어색하고 고요합니다. 그러나 일상은 제 마음과는 상관없이 분주한데도 어찌된 일인지 제 마음속 시간은 바빴던 그 시간대에 그대로 머물러있네요.

언제쯤이면 학교를 떠나있어도 불안하지 않고 아무 일 없다는 듯이 편안하게 휴식을 취할 수 있을까요. 기우에서 벗어나야지 하면서도 마음은 늘 학교로 달려갑니다.

뭔가 허전하고 불안한 마음을 달랠 길이 없어 오늘은 아침부터 산에 올랐습니다. 막 단풍이 물들기 시작하는 가을산은 황홀하도록 아름다웠지만 마음속으론 한 줄기 스산한 바람이 스치고 지나갑니다. 길섶에 피어있는 현란하게 아름다운 채송화도, 맨드라미도, 다알리아도, 코스모스도, 석류도, 먼나무열매도 모두 시리고 애릴뿐 뻥 뚫린 가슴을 채워주지는 못합니다.

채송화의 꽃말이 '가련'과 '순진'이라고 하더군요. 어느 농가의 담모퉁이에서 초가을바람에 떨고 있는 모습이 정말 가련하고 순진해 보였습니다. 이제 본격적인 추위가 닥치면 저 여린 채송화는 어찌될까요. 마치 요즘 교육계에 가해지는 각종 압력을 보는 듯해서 예사로 보이지가 않았습니다.

하산하면서 내내 그 걱정으로 화두(話頭)를 잡은 하루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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