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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

추석연휴 후에 시험이라니

민족고유의 명절 추석을 맞이하여 일주일 내내 전국이 온통 추석의 흥취로 가득하다. 리포터가 근무하는 학교는 10월 2일, 4일이 학교장 재랑휴업일이어서 그 어느 때보다 도 긴 휴일을 보내고 있다. 추석이면 늘 바쁘게 경주 시댁에 갔다가 귀경했던 터여서 이번 추석엔 좀 일찍 내려가려고 마음먹었는데 여의치 않은 일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것은 중학 3학년인 아들의 중간고사가 추석 연휴가 끝난 뒤 바로 있기 때문이다.

중학교 3학년 2학기의 중간고사는 그 어느 때보다도 중요한 시험이기에 내려가는 시기를 결정 못하고 있었다. 또 아들은 중요한 시험을 앞두고 이번만은 내려갈 수 없다고 통 사정하는 것이었다. 잘못하면 명절 본래의 의미가 퇴색될 수 있기에 내려가더라도 공부에 필요한 책 등을 가지고 갈 것을 권유하면서 내려가는 시기를 좀 늦추었고 추석을 쇠고 바로 귀경하게 될 것이라고 아들을 설득하였다. 이와 같은 상황이고 보니 학교의 교육과정 운영상 사정이 있었겠지만 어떻게 중간고사 기간을 그렇게 정할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이 뇌리에서 떠나지 않았다. 더구나 과목도 전 과목을 시험 친다고 하니 어떻게 부담이 되지 않겠는가?

평소에 온 가족이 바빠서 서로 말할 기회도 없었는데 6시간 정도 걸리는 장거리에 서로 할 말도 많겠지만 차안에서 책을 펴고 공부하고 있는 아들을 위하여 조용히 할 수 밖에 없었다. 늘 가는 길을 즐겁게 해 주던 음악소리도 없었다. 하루라도 더 공부할 시간을 주기 위하여 늦게 출발하게 되어 리포터 또한 ‘빨리 도착해서 송편이라도 빚어야 할 텐데 늦게 가게 되어 미안해서 어떻게 하나’ 생각하니 마음이 편치 않았다.

도착하니 송편이 다 빚어 쪄진 상태였다. 시어머니께 죄송한 마음을 금할 길 없었다. 연세가 ‘80’이 다 되셨는데 아들 시험얘기를 꺼낸들 어찌 그 깊은 뜻을 다 아시겠는가? 그저 머리만 조아릴 뿐이었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남편은 아들이 공부할 장소를 찾는 다고 동분서주였다. 드디어 한 곳을 알아내었는데 그것은 친척 중 얼마 전 새 아파트로 입주하여 비어 있는 방이 하나있어 거기에서 공부하면 된다는 허락을 받아낸 것이었다.

할머니께 인사드리자마자 곧장 공부할 장소로 향하는 손자를 보고 할머니는 어떤 생각을 하셨을까? 방학 때도 학원 다니며 공부하느라 할머니를 찾아뵙지 못하고 명절이라고 내려왔는데도 곧장 떠나버리니......할머니께서는, 방학이면 내려와서 할머니 품에 안겨 맛있는 음식 먹여주시며 흐뭇해하시던 그 때, 또 일하시는 할머니를 종종 따라다니며 함께 얘기상대가 되어 주던 그 때 그 손자를 생각하시며 지금은 씁쓸한 웃음을 짓고 계시는 것이다.

경주에 살고 있는 동서와 조카들의 모습이 보이지 않아 알아보니 중학교 3학년 딸이 아들과 같이 추석연휴가 지난 후 바로 중간고사라서 거기 매달려 있는 터였다. 하필이면......

추석날 아침, 온 가족이 한자리에 모였다. 바쁜 며느리들로 인해 시어머님께서 손수 음식을 정성껏 장만하신 추석 상을 보니 작년 가을 시아버님께서 돌아가신 후 그 공허함이 아직 채워지지 않으셨을 시어머님께 벅찬 세상 챙겨가며 살아가기 바쁜 자식들, 손자들이 온전한 효도를 못해드리는 것 같아 죄송스러움으로 고개를 들지 못하였다. 남은 연휴기간이 있지만 아들의 시험 준비로 인하여 모처럼 고향에 내려와 친척들 방문도 못하고 시아버님의 산소도 들르지 못한 채 총총히 귀경해야 하는 현실이 안타깝기만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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