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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

중학교 진로지도의 현주소는 어디?

초등 4학년 때 담임을 하였던 현영이와 메일로 소식을 나눈 지 6년이 되어 가는가 보다. 마음이 울적하다가도 현영이의 메일이 온 것이 확인되면 어느새 얼굴이 환해지고 즉시 답장을 쓴다.

현영이는 매우 말이 없고 우직한 아이였다. 미소를 가끔 지었을 뿐 발표는 물론 친구들과 이야기하는 소리도 잘 듣지 못할 정도였다. 그런데 어느 날 서울로 전학을 간다는 것이었다. 현영이의 성격으로 볼 때 전학을 가서 그 곳에서 잘 적응할 수 있을까 염려되었다. 마지막 추억을 남겨주려고 친구들과 학교주변을 돌면서 사진을 찍고 그렇게 서울로 보낼 때만 하더라도 이렇게 오래토록 메일이 지속될 지는 몰랐다.

그런데 어느 날 현영이에게서 메일이 온 것이다. 의외였던 것은 평소 말이 없던 현영이었기 때문이다. 리포터는 현영이에게 장문의 답장을 하면서 학습에 진력할 것과 자신감과 용기를 불어넣었다. 메일의 내용은 날이면 날마다 달라졌다. 중학교 1학년 때 학급의 오락부장을 맡더니 2학년 때는 수학여행갈 때 가서 친구들과 재미있게 놀 것을 계획하느라 밤을 새운다는 글을 읽고 점점 달라지는 현영이의 모습에 놀라기도 했다. 또 학원을 다니며 열심히 공부도 하고 있고 부모님 일도 도우며 최선을 다해서 생활하고 있다는 내용도 있었다.

그런데 한 동안 메일이 없어 중3이라서 바쁜가보다 했는데 오늘 기다리던 메일이 왔다. 진한 글씨로 쓴 것이 자신의 마음을 또박또박 선생님이 잘 읽어주기를 바라는 듯 했다.

“선생님, 안녕하셨죠?
제가 놀고먹고 자는데 바빠서 메일을 못 보내 드렸는데 죄송해요. 요즘 고등학교 진학 때문에 걱정하고 있는데 공부를 못해서 고민이에요. 제 친구들은 ‘외고 간다’, ‘예고 간다’ 하면서 학교도 잘 안 오고 그러는데 저는 착실히 학교는 잘 다니고 있어요.(솔직히 공부를 못해서예요. 수업이라도 안 들으면 더욱 애들 따라잡기 힘들어서요.)그래도 장래희망은 다행히도 고등학교 가기 전에 정해서 다행인 것 같아요.
제 성적은 반에서 중 이하 쯤 되어요. 그래서 실업계를 가야겠지만 다른 애들은 인문계에 진학해서 공부를 많이 하는데 나만 실업계 가서 공부를 안 한다면 대학까지 잘 들어갈 수 있을지가 걱정되어요.
엄마는 저한테 조언 같은걸 해주고 싶어 하시는데 잘 모르셔서 걱정하시구요. 그래서 엄마도 요즘 여러 사람한테 물어보시고 저도 친구들한테도 물어보고 있어요. 실업계를 가더라도 제 장래희망이 미디어나 영상 쪽의 제 꿈을 이룰 수 있는 곳을 들어갔으면 좋겠는데 방송부 쪽에서 경험을 한 번도 못해봤고 고등학교에 가서 방송부를 들어가려고 하는데 고등학교에서는 경험자만 받아줄 것 같아서 걱정이에요. 그리고 제가 꿈은 그 쪽이지만 사진 찍는 것을 좋아할 뿐이지 카메라는 손도 대보지 못했어요. 그래서 더 고민 이예요. 친구들은 인문계로 오라고 하는데 저는 내신 때문에 인문계 쪽으로 가면 대학 못 들어 갈까봐 걱정되어요.
어떻게 해야 할 지 정말 고민이에요. 담임선생님은 남자 선생님이라서 이런 것을 상담하기가 좀 그런데 제 주변에는 상담할 사람이 친구들 밖에 없어요. 그런데 친구들은 무조건 인문계로 가라고만 해요.“

현영이의 글을 읽고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길 없었다. 우리사회가 고등학교의 진로에만 신경을 썼지 중학생들의 진로에 대하여 과연 얼마나 관심을 가졌는가? 사실 대입 수능 날짜는 대한민국 국민 성인이면 모르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 그런데 고등학교 입시 날짜에 대해서는 그다지 알고 있는 사람들이 없을 것이다. 그리고 현존하고 있는 실업계 고등학교에 대하여 사회적인 인식은 어떤가? 사실 현영이의 메일 가운데 현 중학생들이 가지고 있는 실업계 고교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써놓은 부분을 위의 내용에서 삭제하였다. 이 모든 것이 과연 누구의 책임인지 우리 모두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 현영이 한 아이만 진로에 대해서 걱정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아닐 것이다.

대학에 입학한 학생들에게 과연 자신의 진로에 맞는 전공을 선택 하였는가를 물으면 많은 학생들이 ‘그렇지 않다’라고 응답한다고 한다. 우리나라 입시제도가 안고 있는 문제점이 없지 않지만 고등학교에 가서 급하게 진로를 선택하는데도 문제가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현영이의 일을 계기로 중학교에서도 진로지도가 잘 이루어졌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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