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을 사랑하면 안 보이던 것이 보일까? 보인다."
디카를 즐기다 보니 주위 사물을 그냥 보지 않는다. 나도 모르게 세밀한 관찰의 눈을 갖게 된다. 또, 리포터 역할을 하다 보니 주위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무심코 넘기지 않게 된다.
오전, 점심시간 그리고 오후. 하루에 세 번 정도 교정을 둘러본다. 늦가을 자연의 변화를 느끼며 나무의 모습도 관찰하게 된다. 모과 열매가 주렁주렁 달렸다. 열매 향기는 풍기지만 아직 코에 와서 닿지 않는다. 열매 모습을 보려 줄기를 따라 올라가니 웬 굵은 철사가 눈에 띈다.
"아니, 저런!"
언제부터인지 모르지만 굵은 철사가 나무가지를 파고 들었다. 아니다. 철사가 파고 든 것이 아니라 나무에 철사를 묶었는데 나무가 굵어져 저렇게 된 것이다. 내 목을 옭죄는 것 같다. 모르는 체, 그냥 지나칠 수 없다.
그 위치가 지상에서 4m 정도가 되어 사다리와 펜치를 가져와 철사 해체 작업에 들어간다. 얼마나 단단히 박혔는지 떼어내기가 어렵다. 거의 90%는 제거했는데 나머지는 제거가 아니된다. 억지로 빼내다가는 나무가 다칠 것 같다. 작업을 멈추어야 겠다.
학교에 있는 나무, 자세히 관찰해 보면 상처를 입은 나무가 종종 보인다. 나무 전문가가 아니라도 도와 줄 수 있는 방법이 있는 것이다. 나무를 사랑하게 되면 그 상처가 보이고 도울 수 있는 길을 찾게 되나 보다.
자연은 우리에게 베푸려 하는데 우리 인간은 자연을 어떻게 대하고 있을까? 이 가을에 교정의 나무를 세세히 관찰하고 한번 쯤 생각해 보았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