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앞선 글에서 밝혔듯이, 우리학교는 강당이 없는 탓에 구민회관을 대관하여 종합예술제의 공연을 실시하였다. 그것도 우리학교가 속한 행정구청의 구민회관이 아닌, 다른 행정구청의 구민회관을 어렵게 빌린 것이었다.(우리학교가 속한 행정구청의 구민회관은 규모가 작아서 전교생이 들어갈 수 없었기 때문이다.)
비오는 날 아침에 월요일이라는 특수성이 맞물려 어렵게 1시간여를 이동해야 했다. 어지간한 결단이 없고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행사였다. 그래도 학생들을 위해서는 종합예술제의 공연을 근사한 장소에서 실시해야 한다는 교장선생님과 교사들의 강한 의지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공연은 성황리에 끝났고, 뒷정리도 어느정도 마무리될 무렵이었다. 그쪽(구민회관)에서는 대관만 해줬을 뿐, 뒷정리는 고스란히 우리들의 몫이었다. 어차피 우리가 사용했고 우리가 어지럽혀 놓은 것이기에 학생들과 교사들 모두 열심히 뒷정리를 하였다. 바닥청소에서부터 무대 청소, 의자정리까지 정말 열심히 했다. 학생들만 시키기 어려워 교사들도 모두 나서서 함께 했다.
정리가 끝났다 싶어, 학생들을 모두 귀가시킨 직후, 구민회관 관계자가 급히 들어왔다. '지금 2층 남자 화장실에 좀 가 보시지요. 일단 보시고 난 다음에 이야기 합시다.'라는 말을 남기고 밖으로 사라졌다. 무슨일인가 싶어 우리학교 특별활동 부장과 둘이서 2층으로 올라갔다. 화장실의 문을 열고 들어섰다.
그곳에는 바닥에 휴지와 종이들이 좀 많이 널려 있었다. 그 이유는 이렇다. 그날 공연에 남학생들의 패션쇼가 있었다. 대부분 여장을 했던 패션쇼였는데, 남학생들이 화장실을 분장실로 사용했던 것이다. 자연히 휴지와 종이들이 필요했었다. 그 종이들의 일부는 화장실의 쓰레기 통에, 나머지는 그대로 바닥에 널려 있었던 것이다.
우리 둘은 누가 뭐라할 것도 없이, 맨손으로 화장실 바닥과 소변기에 널려있는 휴지들을 치우기 시작했다. 둘다 말이 없었다. 그저 열심히 치울 뿐이었다.(그때 화장실에는 대걸레는 있었으나, 비나 쓰레받기는 없었다.) 종이를 모두 치우고, 마지막으로 대걸레로 화장실 바닥을 깨끗이 닦아냈다. 그제서야 서로의 얼굴을 바라 보고 웃었다.
교사 20년에 화장실청소를 맨손으로 하기는 처음이었다. 최소한 집게를 이용해서 화장실 청소를 했었다. 맨손은 정말 처음이었다. 그렇게 청소를 하고 내려오니 다른 선생님들이 어디갔었냐고 했다. 자초지종을 이야기 했다. 웃을 수 밖에 없었다. 문제는 학생들에게 있는 것이 틀림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요즈음 중학생들의 생활태도의 일면이기도 하다. 또하나는 구민회관 관계자들의 태도이다. 학생들이 그렇게 했으니, 선생님들이라도 청소를 해놓아야 한다는 식의 생각이다. 분명 그곳에 대기하고 있는 환경미화원의 모습을 보았다. 그러나 화장실은 예외인 모양이다.
이런 현실을 교사들이라면 어느정도 예측하고 있지만 일반인들은 그렇지 않을 것이다. 학생들이 그런 행동을 하는 것이 이해되지 않을 것이다. 그보다 더 염려스러운 것이 있다. 이런 현실때문에 교사들이 학생들 가르치기 어렵다고 생각하는 것보다, 도리어 교사들이 어떻게 학생들을 가르쳤기에, 학생들이 그모양이냐고 생각하는 경우이다. 현실이 어렵지만 지도를 잘못한 책임은 분명 교사들에게 있다. 그렇더라도 예전의 교육보다는 현재의 교육이 어려워진 것이 사실이다. 이런 현실을 과연 일반인들은 어떤 느낌을 받을까. 그것이 궁금할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