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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1.14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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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

인터넷에서 벗어나보자!

재잘거리던 학생들이 귀가한 조용한 교실에 갈색 가을의 낮은 햇빛이 유리창을 통과하여 바닥 마루판을 밝게 비춘다. 그 밝은 햇빛이 포근한 솜이불처럼 따뜻하게 느껴진다. 이제부터는 햇빛이 그리워 양지쪽을 찾게 하는 계절이다. 등 쪽에 따뜻한 햇살을 쬐려고 학생용 낮은 의자를 옮겨 본다. 가을과 독서는 역시 잘 어울린다. 어제 읽던 책을 다시 펴 든다.

십수년전 얘기다. 그때의 나는 방과후엔 조용한 교실에서 미진한 학교·학급업무 처리를 하거나 소설책을 읽거나 아니면 동료교사들과 한담을 나누면서 시간을 보냈었다. 그때에는 교실마다 컴퓨터가 보급되기 전이었다. 도시에 있는 학교에 겨우 업무용으로 한 두 대의 컴퓨터가 있을 뿐이었다. 모든 업무는 수작업으로 처리하였고 수업의 교수-학습자료들도 거의가 아날로그였다. 그림이나 괘도, 오르간 또는 녹음기, 모형자료나 표본자료 등을 활용할 뿐 디지털 교수-학습자료는 생각조차 못했다. 개인용 컴퓨터가 교실마다 그렇게 빨리 보급되리라고는 생각 못했었다.

지금은 인터넷 세상이다. 인터넷이 마비되면 모든 일손을 정지하고 마냥 기다린다. 인터넷을 활용할 줄 모르면 업무 능력면에서 부진 상태를 면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인터넷의 무궁한 사이버 세상에서 자기의 필요한 정보를 찾아 활용할 줄 알아야 한다. 수업전에도 수업시간에도 각종 학습 자료를 찾아야 하고 찾아 활용할 줄 알아야 한다. 컴맹으로서는 우수한 교사가 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컴퓨터는 우리 삶의 부분이 아닌 전체가 되어버렸다.

이젠 컴퓨터 앞을 떠날 줄 모르게 되었다. 물론 업무처리는 말할 것도 없지만 남는 한가한 시간조차 인터넷에 빠져 허우적거린다. 유익한 정보를 찾기도 하지만 즐기는 정보도 찾게 된다. 새로운 소식을 알 수도 있지만 유해 정보도 접근하게 된다. 메일이나 대화를 통해 지인들과의 편리한 의사소통을 하기도 하지만 중독성 게임이나 오락에 빠지기도 한다. 이제 인터넷이 없으면 왠지 허전한 마음을 달래기조차 어렵기도 하다.

한가한 시간 책을 들었던 손가락은 자판을 두들기는 타자수가 되어버렸다. 밖의 가을 풍경을 바라보며 노란 은행잎의 흩날림에 그리운 마음을 전하던 편지를 써본지도 까마득하다. 여가 시간에 즐겨 읽던 그 소설책들이 손을 떠난지도 오래 되었다.

전자파의 영향인지 가슴이 두근거릴 때도 있다. 자판의 글자들이 어른거릴 때도 있다. 웅웅거리는 컴퓨터 소리가 가슴에 무겁게 내려앉을 때가 있다. 동료교사들과의 대화가 끊긴지도 오래 된 것 같다. 교실마다 선생님들도 역시 컴퓨터 앞에 앉아 있는 경우가 참으로 많다. 그런 모습을 볼 때마다 나만이 아닌 우리 모두가 컴퓨터 정글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다.

문명의 이기 때문에 인류가 멸망할 것이라는 선각자의 예측이 언젠가는 현실화 되지 않을지 걱정스럽다. 인간의 존엄성이 전자기계에게 깨질 수 있을지 모른다. 인간의 심신이 치유할 수 없이 큰 상처를 입게 되지 않을까 우려스럽다.

이제라도 컴퓨터 때문에 빼앗긴 나만의 시간들을 되찾아야겠다. 창밖의 계절의 변화를 느껴보고 따뜻한 햇살을 받으면서 소설책이라도 읽어야겠다. 동료들과 한담을 나눌 수 있는 여가시간을 가져야겠다. 흩날리는 노란 은행잎 사이를 거닐어 봐야겠다. 조금씩 컴퓨터와 멀어지는 연습을 해야겠다. 인터넷에서 벗어나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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