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교기념일이란 말은 많이 들어봤어도 “송덕비 기념일”은 처음 들어 봤을 것이다. 우리 학교에는 학교 부지를 희사한 분들에 대한 송덕비가 있다. 솔직히 말해서 나부터도 송덕비가 어디 있는지조차 몰랐었다. 하물며 어린이나 교사들 역시 알 리가 있겠는가? 그런데 이 송덕비가 작년 9월부터 주인을 찾기 시작한 것이다. 새로 부임하신 교장선생님의 뿌리 찾기 교육이 실시되었던 것이다.
부임하시면서부터 학교설립 과정에 대한 관심을 보이시고 자료를 수집하시더니 운동회 때는 학교장의 축사를 통해서 학교설립과정에서 공을 세우신 분을 소개하고 그 아드님을 초청하여 감사하는 마음을 전하기도 하였다.
11월 24일(금요일), 오늘은 학교 부지를 희사받기까지의 훌륭한 업적을 남기신 분의 생일날이다. 그 분의 고귀한 정신을 기리기 위하여 오늘을 “송덕비 기념일”로 설정하여 송덕비 주변을 정화하고, 교장의 훈화와 송덕비 설명회가 각 학년별로 이루어졌다. 개교한지 32년이 지나도록 누구하나 눈여겨보지도 않은 채 쓸쓸히 자리만 지키고 있었던 송덕비였지만 이제야 자기를 찾아주는 주인이 있어 기쁘기만 하는 것 같았다.
사실상 우리 학교 부지는 이씨 문중땅이어서 개인이 함부로 할 수 없는 일이기에 승낙을 받기가 그리 쉽지 않았다고 한다. 종손인 이진택씨가 교육에 대한 열정이 남달랐기에 서울에 있는 이씨 문중을 맨발로 찾아다니며 설득시켰다고 한다. 지성이면 감천이듯이 그 분의 뜻이 하늘에 닿아 마침내 희사받기에 이르렀다고 한다. 그래서 이 지역 월문리 주민들이 그 분의 고마운 마음을 새기고자 이진택씨의 이름으로 송덕비를 건립하려고 했었지만 극구 사양을 함으로써 이씨 문중에 대한 송덕비를 세우게 되었다고 한다.
그 분의 헌신적인 공이 있었지만 자기의 공을 남에게 돌리는 이러한 미담 섞인 뿌리 찾기 교육을 함으로써 학교와 지역사회가 일심동체가 되는 계기가 될 것이며 이러한 뿌리 찾기 교육 활동을 통하여 학교의 역사를 바로 알고 봉사정신과 희생정신을 일깨워줌으로써 학부모에게는 신뢰를, 학생들에게는 잔잔한 감동을 주는 이러한 교육마인드가 우리가 지녀야 할 새로운 패러다임이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