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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

강추위를 뚫고 나타난 아이들

금요일 저녁에 한통의 문자메시지를 받았다. 지난학교에서 담임했던 아이들이 토요일에 학교를 방문하겠다는 것이었다. 지난해에 2학년 담임을 하고 떠났으니, 그 아이들이 중학교 3학년이 되었다. 1,2학년보다는 기말시험을 일찍 보기 때문에 이미 시험이 끝나서 시간적인 여유가 생겼기 때문이라고 했다.

4교시 수업을 마치고 아이들을 귀가시킨 얼마후에 낯익은 교복을 입은 아이들이 학교에 들어서는 모습이 보였다. 한명, 두명, 세명.... 모두 23명의 아이들이었다. 지난해 우리반이 모두 35명이있으니 2/3쯤 되는 아이들이 나타난 것이다. 벌써 1년이 다 지나가고 있는데 그렇게 많은 아이들이 찾아올 것으로 생각하지는 않았었다. 생각보다 훨씬 더 많은 아이들이 찾아온 것이다. 거기에 선물로 롤케익까지 들고 나타난 것이다.

특히 날씨가 영하권을 맴돌았고 거리가 꽤나 멀리 떨어진 곳이었음에도 찾아온 것이었다. 이런것이 교사를 하는 보람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중3이면 아직은 미숙한 시기이다. 그럼에도 지난해의 담임을 만나기 위해 강추위를 뚫고 나타난 아이들이 그저 고맙고 기특할 따름이었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그 중 한녀석이 '선생님 우리 걸어왔어요.'라고 하는 것이 아닌가. 걸어왔다면 최소한 30-40분은 족히 걸렸을 것이다. 영하의 쌀쌀한 날씨에 걸어왔다니, 이건 또 무슨 이야기인가 싶었다.

'버스비 이낀 돈 모아서 빵 샀어요. 맛있게 드셔야 해요.' 감격 또 감격.. '정말 눈물난다. 이 빵 함께 먹자'라고 했더니, '아니예요, 이 빵은 저희들 가고 난 다음에 다른 선생님들과 함께 드세요. 저희는 안 먹어도 돼요.' 더이상 할 말이 없었다. 아이들을 과학실험실에 모아 놓고 그동안의 이야기를 나누었다. 모두들 밝은 모습에 지난해보다 성적도 올랐다고 했다. 지난해에는 담임을 잘못 만나서 성적이 신통치 않았는데, 올해는 담임선생님 잘 만나서 성적이 많이 오른 모양이라고 했더니 모두들 웃으면서 즐거워 했다.

잠시 교무실에 가서 정리하고 옱테니 잠깐만 기다리라고 했다. 그리고 함께 나가서 점심식사를 할 생각이었다. 교무실에 가서 대충 정리를 하고 다시 과학실로 돌아왔더니 모두 그대로 있었다. 그런데 부회장을 했었던 서현이가 '선생님 여자아이들은 바빠서 지금 가야 할 것 같아요. 치과도 가야 하고, 또 부모님과 같이 어디를 가야 하는 아이들도 있어요.' 이건 또 무슨이야기 인가. 어제 저녁때 까지만 해도 토요일에 시간 되는 아이들끼리 찾아온다고 했었다. 그런데 이게 무슨 뚱단지 같은 소리인가.

여자아이들 모두 같은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닌가. 그래도 점심을 사줄테니 먹고 가라고 했으나 모두 뿌리치고 그대로 돌아가 버렸다. 나머지 남은 남학생들과 함께 점심을 먹고 돌아오는 길에, 너무도 아쉬운 마음에 서현이에게 문자를 보냈다. 정말 바빠서 그냥 갔느냐고 물었다. 정말 바쁜 아이들도 있었고, 그렇지 않은 아이들도 있었는데, 생각보다 아이들이 많이 와서 선생님 점심값 내려면 부담이 많으실 것 같아서 그냥 돌아가기로 했다는 것이었다. 순간 어이없다는 생각이전에 아이들이 정말 생각이 깊구나 라는 생각을 했다. 요즈음에 이렇게 생각이 깊은 아이들이 있나 싶을 정도로 감동적이었다.

방학하기 전에 꼭 다시 오라고 당부의 메시지를 모두에게 보냈다. 단 한 명도 빠지지 않고 그렇게 하겠다고 답 메세지를 보내왔다. 지난해에 담임을 할때도 다른반 아이들과는 좀 다르다는 생각을 하긴 했어도 이렇게 생각이 깊은 아이들인줄은 몰랐었다. 특히 여자아이들의 생각이 더 깊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요즈음에 아이들은 예전과 다르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고, 또 그런이야기를 하기도 한다. 그러나 앞으로는 꼭 그렇지만은 않다는 것도 분명히 해야 할 이야기인 것 같다. 최소한 오늘 찾아왔던 아이들의 경우를 보면 그렇다. 역시 교사는 아이들 잘 가르치고 그 아이들이 성장하면서 변해가는 모습을 보는 것이 무엇보다 큰 보람이라는 생각을 새삼스럽게 했던 하루였다. 교사로서의 보람을 진하게 느낀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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