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옆에 보시는 달력은 3학년 교실에 걸려있던 달력입니다. 담임선생님께서 교실을 정리하다 발견했다는군요. 그런데 한가지 이상한 점이 있습니다. 주의 깊게 살펴보면 빨간색 글자가 모두 사라졌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일년 열두 달 전부 검은색 숫자뿐입니다.
아, 리포터는 이 달력을 보며 담임선생님의 말씀처럼 우리나라 고3 아이들의 현실을 보는 것 같았습니다. 아이들은 2006년 1월부터 자신들이 감당해야할 세월을 보았던 겁니다. 2006년을 자신들의 숙명으로 받아들인 셈이죠. 그래서 휴일을 상징하는 빨간색 숫자를 하나하난 지워버린 것입니다. 아니면 자신들의 어두운 고3 생활을 우회적으로 표현했는지도 모르죠. 일년 동안 스스로 열아홉의 눈부신 청춘을 검은 숫자에 묻어버린 것입니다. 빨간색 숫자를 지웠던 아이들의 심정을 충분히 이해할 것도 같습니다.
이제 내일이면 저 검은 숫자에 묻어두었던 아픈 청춘의 결실들을 꺼내볼 수 있을 것입니다. 수능 점수를 보며 기뻐하는 학생, 실망하는 학생, 좌절하는 학생 모두모두 다시 예전의 그 울긋불긋한 빨간색의 평범한 달력으로 돌아갔으면 좋겠습니다.